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K양의 생각은 언뜻 보면 합리적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이해하고 대신 이렇게 해주면 될 텐데..."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마치 K양은 최대한 양보를 할 만큼 했으나 상대가 문제였다는 느낌인데... 문제는 모든 기준이 K양이라는 거다. 상대방과 K양은 연락 문제도 여사친 문제도 생각 자체가 다른 것인데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서는 트러블만 날수밖에... 오늘은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이별을 겪는 K양의 사연을 통해 연애 중 각종 트러블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저는 연락의 척도를 진짜 중요시해요. 남자들이 관심 있으면 100% 연락을 잘 한다는 생각이에요. 귀찮은 연락을 관심 없는 여자에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연락=애정의 척도인 거죠. 그렇지만 남자들이 다들 그렇듯 사귀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면서 연락이 줄어들곤 하죠. 그 정도까지는 이해해요. 그래서 제가 연락에 있어서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던 건 '선보고'였어요. 연락을 길게 못할 일이 생기면 미리 얘기를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선보 고도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K양의 자연스러워 보이는 논리에는 두 가지 빈틈이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는 연락에 대한 남자와 K양의 생각의 차이다. K양은 연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K양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하기 때문에 사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로 연락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한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보고'를 내놓는 건 조금 난센스이지 않을까?
남자가 조금씩 연락이 줄어드는 건 연락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인데, '선보고'를 하라는 건 상대방도 연락의 중요성에 대해 K양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인데;;; 조금 복잡한가? 쉽게 말하자면 연락을 자주 하는 것과 연락을 자주 할 수 없을 때 선보 고를 하는 것은 똑같은 얘기라는 거다.
연락이 왜,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K양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고서야 왜 연락을 자주 해야 하는 건지, 선보 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가 없고 자연히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연애에 대한 자세이다. K양은 남자 친구가 K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기를 명령하고 있을 뿐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K양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있지 않다. 남자 친구는 연락이 조금 줄어든 현재의 관계에 불만이 없다. 이 상황에서 불만을 느끼는 건 K양인 거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K양이 원하는 상황으로 변화시키려면 누가 노력을 해야 할까?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K양이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데 남자 친구는 그게 보기 싫다고 한다. K양은 젓가락질을 정석대로 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현재가 편하다고 느끼는데 남자 친구가 그건 올바르지 않다며 젓가락질을 똑바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K양의 기분은 어떨까?
상대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생각이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면 일단 '내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가 나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거다.
K양이 젓가락질을 잘못하는 것이 진심으로 보기 흉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고칠까? 물론 고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고치려고 노력은 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남자 친구가 K양에게 있어서 연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공감한다면 남자 친구는 행동을 바꾸거나 바꾸려고 노력할 거다.
얼마 전 헤어진 남자 친구는 여사친 문제가 있었어요. 남자 친구가 자주 보는 무리 중에 제가 신경이 쓰이는 여사친들이 있는데 남자 친구는 그냥 친구인데 왜 그러냐며 뭐라 하는 거예요. 낮에 만나서 커피는 모르겠지만 술은 좀 피해달라고 했는데 남자 친구는 왜 그러냐고 걱정할 일도 없고 얼마나 오래된 친구들인데 왜 그러냐고만 하네요. 만약 저라면 적어도 술자리만큼은 포기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싫다는데도 굳이 가겠다고 떼쓰는 모습에서 신뢰를 잃어버렸어요.
남자 친구가 자주 만나는 모임에 여사친들이 끼어있다면 누가 신경 쓰이지 않을까? K양의 고민, 충분히 공감한다.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K양은 남자 친구에게 "너는 믿지만 여사친들이 신경 쓰인가 같이 술자리는 하지 마!"라고 또 명령만 하고 있다.
NLP의 기본 전제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 K양이 보기에는 의미 없는 술자리, 그것도 신경 쓰이는 여사친들이 있는 연애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술자리겠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오래된 친구들과의 우정다지기일 뿐이다. 남자 친구는 이 모임에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K양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결국 싸우기만 할 뿐이다.
만약 K양이 명품백을 좋아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남자 친구가 "그런 사치품을 뭐하러 좋아해? 중저가 브랜드에도 그 보다 더 퀄리티 좋은 제품들도 많은데!"라고 말을 한다면 K양은 어떤 생각이 들까? 냉정하게 따져보면 남자 친구의 말이 맞으니 명품백이 아닌 중저가 브랜드의 가방을 선호하게 될까?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건 그 행동에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일단 상대의 긍정적인 의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넌지시 이야기해야지, 상대의 행동에 대해 일방적으로 반대를 해버면 상대는 K양의 전 남자 친구처럼 억지를 피울 것이다.
바로님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효과적으로 남자 친구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바로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감을 이끌어 내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게 싫으니 연락만 미리 해달라고 말을 하면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고만 하네요..
공감을 이끌어 내려고 시도를 한건 매우 잘했다. 다만 몇 가지 더 조언을 해주자면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의 행동을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이 여사친을 만나는 것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는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물론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100%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라는 말을 떠올려 보다면 적어도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트러블에 대해서는 트러블의 상황이 아닐 때, 서로 기분이 좋을 때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서로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난 왜 이렇게 연락에 민감하지? 자꾸 오빠한테 연락이 없으면 불안해져..."라고 이야길 해보는 거다. 상대가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고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오빠한테 연락이 없으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아무것도 못하겠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며 반대로 해결책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무엇이 문제라고 할 필요는 없다. K양은 K양의 감정에 대해 담백한 말투로 고민이라는 느낌으로 남자 친구에게 전달하면 된다. 남자 친구가 K양의 고민에 대해 해결책을 내려고 K양의 입장을 생각해보려고 할 때, 한 번에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K양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