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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Oct 05. 2017

전 여자 친구를 잊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썸남 외 2편

알쏭달쏭 할 때에는 최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연애를 자꾸만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꾸만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려고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항상 말하지만 당신을 가장 많이 속이는 건 상대방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라는 것을 명심하자. 뭔가 알쏭달쏭 할 때에는 최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뭔가 명확하지 않고 알쏭달쏭하게 느낀다는 건 이성적으로는 아닌데 감정적으로 자꾸 좋게 해석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니 말이다.



썸남이 전 여자 친구를 잊을 때까지만 기다려달래요.  

평소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지만 여자 친구가 있어서 이렇다 할 대시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도 자주 하고 묘한 썸을 타기 시작했네요. 한 번은 장을 봐서 썸남 집에서 맛있는 것도 해 먹고 깊은 얘기도 했는데 썸남이 아직 전 여자 친구를 못 잊었지만 빨리 정리하고 저와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기다려주면 꼭 저에게 오겠다고... 그래서 저는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 그다음 주 주말에 지인들끼리 술 약속이 있는데 그 모임에 썸남을 좋아하는 여자동생이 있다는 게 걸리더라고요. 썸남은 그냥 동생이라고 하긴 하는데... 주변에서는 둘을 엮어 주려는 시도도 좀 있고... 에휴... 일단 싫은 티는 안 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썸남의 지인이 걱정되는 K양


K양은 썸남의 아는 여자동생이 걱정되는 것 같은데...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일단 썸남과의 관계 먼저 걱정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했으니 기다려 달라라... 썸남과의 연애를 간절히 원하는 K양 입장에서는 전 여자 친구를 잊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썸남의 말이 절반의 프러포즈로 들렸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보기엔 인터넷 쇼핑하다가 장바 두니에 담아둔 정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데...  


썸남 입장에서 K양이 정말 좋고 원했다면 당장 사귀지 않을 이유는 무엇일까?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서라고 하기에는 "아직 완벽히 잊지 못했지만 금방 너로 채울게! 내 옆에 있어주라" 정도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사귈 맘이 있으면 전 여자 친구 드립을 뭐하러 치겠는가?) 또한 기다려달라는 말도.. 하필이면 썸남의 집에서 라니...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하여간 썸남의 말을 조건부 프러포즈로 보기에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정의하자면 썸남이 K양을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정도로 여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또한  여자 지인동 생이라... 주변에서 엮어주려는 게 꼭 장난일까? 


내가 보기에 썸남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것 같다. 전 여자 친구에게 다시 돌아갈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누구와 시작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관망하고 있는 거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선택인지를 말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라는 건 아니다. 다만 K양이 썸남에게 전력투구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모든 협상은 상대와 동등할 때 손해보지 않는 거다. 상대는 관망인데 K양만 전력투구를 해서는 오히려 판이 썸 남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했는데... 어쩌죠?  


제가 나이가 좀 있다 보니 동호회에서 나이를 3살 정도 낮춰서 이야기를 했어요. 다행히 제가 좀 동안이라 3살을 낮췄음에도 훨씬 더 어려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제가 동호회에서 알게 된 동생에게 소개팅을 받게 되었는데... 그 분과 사귀기로 했다는 거죠. 근데 하필이면... 저보다 한 살 연하... 자꾸 본인은 오빠라고 하는데... 오빠라고 할 때마다 찔리고... 불편하네요... 말해야 하는 건 알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의도치 않게 나이를 속여서 고생 중인 B양


연애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오해를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뭐 사는 곳이나 회사나 취미나 학교 뭐 그런 것들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슬쩍 고백을 하면 그만일지 몰라도 나이... 이건 좀 머리가 아프다... 어찌 보면 숫자일 뿐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에 민감한 게 사실이니... 뭐 어쩌겠나. 술 한잔 마시고 털어놓는 수밖에. 


20대 후반쯤 술자리에서 알게 되어 2살 연하의 대학원생과 분위기에 휩쓸려 연애를 시작한 적이 있다. 아마 세 번째 데이트였나?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서려는데 그녀가 뒤에서 갑자기 날 끌어안더니 뒤돌아 보지 말라면서 사실 자기는 20살이고 재수생이라는 고백을 하더니 황급히 집으로 달려 들어갔다. 


본인이 이야기했던 것보다 4~5살 차이가 났었는데 한동안 황당한 채로 그녀의 집을 바라봤다. 결론적으로는 나이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얼마 못가 헤어지긴 했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잘 지냈었다. 

물론 나이를 속였다는 B양의 고백이 남자 친구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긴 할 거다. 아마도 술을 마시다 내뿜을 수도 있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황당한 얼굴을 하고 마냥 B양의 얼굴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이를 속였다는 이유 때문에 헤어지자고는 하지 않을 거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다. 괜히 속 끓이지 말고 최대한 빨리 고백을 하도록 하자.  



전 남자 친구의 친구와 사귀었다가 헤어졌어요...    


5년 전에 3년 만난 남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당시 저는 남자 친구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기 때문에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도 남자 친구 친구들과 가끔 안부도 묻고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몇 달 전 한 친구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다가 몇 번 만나서 맥주도 먹고 그랬는데 그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마음이 가더라고요. 다행히 그 친구도 제게 마음이 있었고 저희는 사귀기로 했어요. 

문제는 전 남자 친구가 그 사실을 알고 남자 친구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하네요. 남자 친구는 미안하다면서 아무래도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별통보를 하더군요. 헤어진 지 한두 달도 아니고 5년이나 지났는데... 전 남자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게 이렇게나 서로 맘이 간절해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일인가요...? 재회를 더 나서 남자 친구의 마음이 정말 궁금하네요...
- 전 남자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L양


L양의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이 부분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남자 친구가 친구들에게 등을 돌리고 연애를 지켜나가는 것이 좋겠지만 남자 친구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 야속하겠지만 남자 친구의 사정도 이해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옳고 그른 것만 따지자면 전남 자치구의 친구를 만나는 것이 뭐 어떠냐 싶겠다만 복잡하고 보수적인 우리나라 정서상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한 번은 나와 잠깐 썸이 있던 사람과 내 친구가 사귀게 된 적이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와 친구 그리고 그 여자분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주변 친구들이 달려들어 뜯어말리는 게 아닌가? 그러다 결혼하면 어떻게 볼 거냐고 하기도 하고, 가끔 생각날 텐데 괜찮겠냐고 하기도 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_-;) 결국 그 친구도 주변 지인들의 만류 때문에 얼마 만나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참 그 녀석도 많이 힘들어했다.


지금 남자 친구의 마음이라... 아마도 아프고 또 아프지 않을까?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쁜 X으로 손가락질받을 거고, 그렇다고 L양과 예쁘게 연애를 할 수도 없는 거고. 분명 남자 친구는 아프고 또 아픈 상황일 거다. 


나는 L양이 재회를 위해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쯤에서 잘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상황이 나쁘니 무조건 포기하라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게 꼭 아름답고 달콤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아프고 쓰리겠지만 이쯤에서 잘 정리해 마음 한편에 모아 놓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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