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Nov 03. 2017

갑자기 싸늘한 썸남의 태도, 왜 그럴까요?

어차피 취해서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얼마 전 성시경 메들리를 듣다가 문득 "봄에는 콘서트 안하나?"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이게 웬일? 5월 14~15일에 콘서트를 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콘서드 제목이 무려 '축가'다! 냉큼 들어가 보니 내가 가고 싶었던 14일에는 괜찮은 자리는 이미 매진이고 A석과 B석만이 몇 자리 남아 있었다. 두 자리 붙어있는 게 몇 군데 없어서 어디가 좋을까... 하고 따져보고 예매를 하려 하니 두 자리 붙은 좌석이 모두 매진! ㅎㅎㅎ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 기회가 있을 때에는 일단 잡고 봤어야 하는 건데...



어차피 취해서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연하 썸남과 그동안 연락을 주고받다가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원래 술을 잘 못해서 좀 조절해서 마시느라 썸남이 좀 술을 많이 마셨는데 살짝 취한 상태로 "누나 인기 많죠!?", "나 어때요?", "누나 여자로 보면 안 돼요?"등등 의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취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또 술 먹고 애 같은 모습을 보이길래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이지... K양과 같은 사연을 보면 아주 내 마음이 쓰라리다... 아니 어째서... 왜 선을 긋거나 한발 물러나는 걸까!? 물론 "앗! 취중진담이라더니!!! 지금 속마음을 고백하는 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진지하게 고백으로 받아들이라는 건 아니다. 취중진담은 어디까지나 본능적인 말로써 책임감은 없는 말이니 반 정도는 진심으로 반 정도는 과장으로 생각하면 딱 좋다. 


앞서 말했듯 K양이 "어맛!? 날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우리 결혼은 언제...?"라고 생각하라는 건 아니지만 5~8살짜리 아이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 쳐줬다면 어땠을까? 5살짜리 꼬맹이가 "나 누나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을 한다면 적당히 "정말로~? 아이 좋아라~ 나도 우리 XX랑 결혼해야지!"해주면 되는 것처럼 썸남이 취중에 "나 누나 여자로 보면 안 돼요?"라고 한다면 "난 너 남자로 보고 있는데?"하고 툭! 하니 장단을 맞춰주는 거다. 


상대방이 취했느냐, 진심이냐를 분석하고 따지지 말고 상대방이 긍정적이 피드백을 보인다면 일단은 "콜!"을 외치고 상대방의 다음 피드백을 보며 계속 콜을 할지 아니면 다이를 할지 정하면 된다. 어쨌거나 상대방이 호감을 표현한다면 그게 설령 떠보는 것이라도 일단 계속 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상대의 본심을 알 수 있는 거다.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졌어요...

그러고 다다음날 모임에서 썸남을 봤는데 좀 어색해하더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저도 어색해하는 모습이 역력 해고요. 그날은 별 얘기도 없이 헤어졌는데 그날 이후 톡도 많이 줄어들고 대화도 좀 많이 사무적이 되었네요. 역시 그날은 술에 취해서 한번 떠 본거였던 걸까요...? 


이런 사연들을 읽는데 어찌 내가 속이 안 터지겠는가? K양아 반대로 생각해보자. K양이 썸남과 술을 마시다가 술김에 본인의 본심을 막 나불나불거렸다. 그랬는데 상대는 선비 같은 표정으로 "K양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빨리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을 한다면 K양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아마도 그랬다면 "아마 썸남은 저를 좋아하지 않나 봐요..."하면서 풀이 죽어서는 썸남의 눈도 못 쳐다보겠지... 


더욱이 다음에 만나서 낯을 가리며 어색해하는데 썸남이 어떻게 뻔뻔하게 K양에게 환하게 인사를 하겠는가? (물론 나라면 "그날 내 고백도 차 버리고! 잘 들어갔어요!?"하면서 뻔뻔하게 굴긴 하겠다만... 나 같은 남자는 몇 없다.) 그래 안다! 썸남만큼이나 K양도 어색하고 쑥스러울 거다. 하지만 썸남이든 K양이든 둘 중 하나는 뻔뻔한 멘트를 통해 어색함을 풀어내지 않으면 지금 K양의 상황처럼 급속도로 어색해지고 썸이 확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썸남이 멋지게 (나처럼!) 뻔뻔한 역할을 짊어지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쩌겠나 K양이 해야지... 그 잠깐의 창피함 어색함을 견뎌내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상황은 점점 더 빠르게 식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아휴~ 답답해! 썸남이었다면 "왜 그날 나 찼어요! ㅠ_ㅠ"라고 하면 될 일이고 K양이었다면 "왜 오늘은 수줍어해요!? 그날은 막...ㅎㅎㅎ"하면 될 일을 무슨 생각이 다들 그렇게 많아서!  



너무 답답해서 제가 더 연락을 했는데 시큰둥해요...

별 생각이 다 들다 보니 너무 답답해서 그 뒤로 제가 오히려 좀 더 연락을 하게 되었네요. 이모티콘도 붙이고 기프티콘도 보내면서요. 근데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아요... 남자들이 술 먹고 하는 말이 다 과장이고 거짓이구나 싶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말... K양이 아는 동생이었다면 5:5의 비율로 소맥을 타서 먹인 다음에 한 바가지 핀잔을 퍼부어줬을 텐데... 아휴.. 어째서 이 상황에서 남자들 탓이 나오는 건지... 왜 본인이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거나 상대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끄집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고 말이야! 


K양의 케이스는 어디까지나 썸남이 툭하니 가볍게 호감을 패스했는데 K양이 그 호감을 받아주지 않고 서로 어색해서 급속히 썸이 식어버린 상태인 거다. 버스가 떠난 이후 카톡으로 찔러본다고 떠난 버스가 되돌아올 리 없지 않은가? 만약 딱 정반대의 상황이었다면 K양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땐 반응도 없더니 갑자기 톡을 하더라고요. 제가 그날 호감 표시를 먼저 해서 저를 쉽게 보는 걸까요?"라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썸은 깨졌다. 얼마 전까지는 서로 애매한 호감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연락을 하며 핑크빛 상상에 빠져있었지만 애매한 패스에 K양이 그 패스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에 공은 이미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린 거다. 


포기할 수 없다면 카톡으로 살짝살짝 찔러보지 말고 "청하 내가 샀으니까~ 이번에는 썸남이 이슬 톡톡 사줘요!"라고 해보자. 그리고 정면승부를 걸어보는 거다. 어색하게 쭈뼛거리는 썸남에게 "남자가! 한 번만 찍어보는 게 어디 있어요! 적어도 열 번은 찍어봐야지!"하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인들은 잘해보라는데 정작 썸남은 시큰둥? 외 2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