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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17. 2017

남자 친구에게 너무 서운할 때에는 어떡하죠? 외 1건

너무 서운하고 정말 헤어지고 싶었는데 막상 후회가 돼요.

내가 항상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남자를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참으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선택을 하든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운하고 화나고 흥분될수록 한걸음 물러나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라는 거다. 수년간 내게 재회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때 제가 화를 냈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때 서운하고 화가 나서..." 


당신이 얼마나 서운한지, 그리고 남자 친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만 집중하지 말고, 스스로가 원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보자. 화를 내든, 이별을 하든 마음대로 해라. 다만 감정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을 해서 결정을 해보는 거다.



너무 서운하고 정말 헤어지고 싶었는데 막상 후회가 돼요.

몇 달간의 짝사랑 끝내 오빠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에는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데 제가 휴학을 하고 오빠는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붙어있다가 자연히 멀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자주 싸우게 되었죠... 저는 조금 있으면 3달 정도 유럽 배낭여행을 갈 예정이라 곧 여행을 가면 더 자주 못 만날 테니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오빠가 친구랑 약속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는 오빠를 보면서 너무 원망스럽고 헤어지고 싶었어요. 뭔가 항상 제가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었고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하는 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했는데 오빠는 알았다면 그러자고 하더라고요. 이틀 뒤에 제가 너무 힘들어서 전화를 하여 제가 다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오빠는 이제 그만하자고만 하네요...
-L양


L양이 잘못한 걸까? 아니다. 잘못하지 않았다. 분명 남자 친구는 L양을 서운하게 했을 거고 L양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이별을 말했다. 논리적으로는 매우 논리적인 결말이고 현명한 결정이다. 다만 L양이 이별이라는 선택을 함에 있어서 조금 더 신중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남을 뿐이다. 


먼저 L양은 너무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L양 입장에서는 유럽여행을 가느라 곧 한동안 못 보게 될 텐데 자주 만나지 못해 불만이라고 했는데... 유럽여행을 남자 친구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곧 자주 못 보니 매주 함께해야 한다고 혼자 정하고 친구와 약속을 잡은 남자 친구에게 서운을 넘어서 원망과 화를 느꼈다는 건 조금 지나 친면이 있다. 


분명히 해야 하는 건 L양이 서운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하는 만남에 대해 오로지 자신의 상황에만 맞춰서 혼자 정해버리고 상대가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에 서운을 넘어서 원망, 분노를 느낀다는 게 지나치다는 것이다. 


L양 또한 지나고 나서 생각해 봤을 땐 "약속 잡을 수도 있는 건데 제가 왜 그랬을까요?"라고 후회를 했는데 왜 그때 그렇게 화가 나버렸을까? 사실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주말에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 자체는 별것 아니다. 문제는 이 별것 아닌 사실에 가치판단이라는 것을 그것도 나의 기준에서 가치판단을 해버리면 별것 아닌 일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배신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L양의 경우라면 '곧 자주 못 본다는 아쉬움 > 남자 친구의 무신경 > 주말에 친구들과의 약속 >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 > L양을 사랑하지 않음'이라는 의식의 흐름을 통해 주말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남자 친구의 행동이 L양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가치판단이 서면서 폭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안타깐 운 것이다. L양이 남자 친구의 주말 약속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갑자기 분노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갑자기 남자 친구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스스로를 경계하자. "혹시 내가 너무 흥분해서 이별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아주 조금만 진정하고 따져보자.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이성적으로 따져봤지만 그래도 이별이 맞다면 당연히 이별을 해야 한다. 하지만 L양의 경우처럼 이성적인 판단 없이 감정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면 결국 후회를 하고 오히려 내가 서운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빌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오게 되니 말이다.  



남자 친구가 어떻게 제게 이럴 수 있죠!?

저희는 세 달쯤 된 커플입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혼전임신을 했고, 결혼을 함께 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남자 친구는 제가 임신 중이라는 걸 자꾸 까먹는 것 같아요. 저는 호르몬의 농간인지 모르겠지만 남자 친구의 행동에 하나하나 예민해져서 서운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남자 친구는 제가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데요. 저는 제 몸은 하루가 다르게 출산에 반응하는데 옆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고 조언해줄 사람도 없어서 매울 우울하고 불안한데... 방금 전에도 남자 친구가 친구 만난다길래 그렇게 시간 남으면 잠깐이라도 날 보러 오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했다가 또 싸우기면 했네요...
-P양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 절대 그러서는 안 되겠다만 이런 상황이라면 두어 달 안에 위의 L양과 같은 코스를 밟을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더 늦기 전에 P양이 꼭 이 글을 읽고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길 바란다. 


P양이 분명 서운할만하다. 아니 화날 만도 하다. 나는 혼전 임신으로 우울한데 나를 임신시킨 X은 미안? 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챙겨주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도록 하자. 


P양이 친구를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보자. 덕분에 친구가 오른팔에 깁스를 해버렸다면!? 분명 P양은 친구에게 너무 미안할 거다. 그런데 친구가 깁스를 푸는 그날까지 하루 종일 매시간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까? 친구가 밥을 먹을 때 얼마나 불편할지 미안하고, 글을 쓸 수 없어서 업무적으로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계산하게 되고, 혹시나 깁스를 한 팔이 문에 껴서 더 크게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할까? 


임신이 깁스만큼 별게 아니라는 게 아니다. 분명 중요한 일이고 남자 친구가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처음에는 미안하고 신경 쓰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덜나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니 참으라는 것도 그러니 다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실이 그러하니 남자 친구에게 어필을 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자는 거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는 남자 친구에게 다짜고짜 "그럴 시간 있으면 잠깐이라도 날 보러 와야 하는 거 아냐!?"라고 쏴 붙이기보다 "오빠... 큰일이야 배가 많이 아픈데 혼자 병원 가기 무섭다... 어쩌지...?"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L양이 "네가 잘못했으니 나한테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냐!?"라며 상대방을 쏘아붙이면 남자 친구는 자연히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나도 한다고 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에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P양의 감정에서 남자 친구에 대한 원망을 조금 덜어내고 불안함에 대해 어필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 생각 없던 남자 친구도 자연히 "오늘은 어때? 괜찮아?"라며 더 신경 쓰게 되지는 않을까? 


남자 친구가 밉고 원망스럽겠지만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은가? 일단 서로의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하고 빨리 결혼문제도 확정 지어야 하는 판국에 가뜩이나 불안한 관계를 망가뜨리지 말자. 이건 시크릿 팁인데 "바가지 긁는 건 결혼하고 나서 마음껏 양껏 벅벅 긁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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