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옷차림으로만 판단하다니!
소개팅이나 모임에 나갈 일이 있으면 옷에 신경 쓴다는 건 사실 무슨 큰 연애 팁이라기보다 본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본능적인 행동에 의문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말은 이렇다. "아니 꼭 옷에 신경을 써야 하나요?", "저는 저의 내면을 봐주는 사람이 좋아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있을까요?"등의 논리를 내세우곤 하는데... 과연 반대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이런 나도 로마에 살 때는 곧잘 슈트를 입고 넥타이를 맸다. 왜냐하면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레스토랑에서 좋은 자리에 안내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그런 면이 아주 확실한 나라다. 복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입고 있는 옷의 품질과 차림새로 사람의 지위를 판단하여 대응한다. 그래서 몇 번이나 호된 경우를 당하고 난 뒤, 아내의 강한 권고도 있고 해서 그럴듯한 레스토랑에 갈 때는 반드시 재킷을 걸치고 넥타이를 매게 되었다. 이왕 식사하는 데 너저분한 테이블에 안내받고 싶지 않으니까.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中 슈트를 입어야지,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에피소드를 보고 어떤 사람은 "아니! 사람을 옷차림으로만 판단하다니!"하고 불쾌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옷을 아주 잘 입는 편이 아니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옷차림으로만 사람을 판단한다면 그리 흡족한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긴 하다.
그런데... 당신은 반대의 입장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어느 파티에 자기 체형보다 훨씬 큰 셔츠에 은갈치 정장 바지를 입은 남자와 (물론 머리는 더벅머리겠지?) 에스닉 스타일이 아닌 방금 아프리카에서 귀국한듯한 복장의 여자를 만났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까?
상대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을 옳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을 할 수 있어요!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죠!"라고 하나하나 설득을 하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또 당신 자신도 타인을 볼 때 겉모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니 그냥 적당히 "그래, 적당히 맞추면 주지 뭐~" 정도로 생각하면서 옷이 조금 더 신경을 써보는 건 어떨는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썼다는 것은 당신에게 조금의 불편함을 주겠지만 그 결실은 생각보다 달콤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