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지더니 연애에 소홀해진 남자 친구 어떡하죠?
우리의 두뇌는 100과 0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면 자꾸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만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애로 말을 하자면 음... 화를 내 든 아니면 무조건 참든 둘 중 하나쯤? 하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양쪽 다 완벽히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방법도 꽤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이 너무 어렵거나 둘 다 해봤는데도 탐탁지 않았다면 어중간한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오히려 어중간한 선택이 답일 때가 많으니 말이다.
처음 사귀었을 때에는 남자 친구가 결혼 얘길 하면서 저에게 적극적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해지면서 남자 친구의 태도가 이전과 정말 다르게 변해버렸네요. 저는 서운하긴 했지만 들볶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힘을 주고 싶어서 메신저로 애정표현도 많이 했는데 돌아오는 피드백은 너무 딱딱하기만 하네요... 몇 번 반복이 되다 보니 이건 아니지 싶어서 남자 친구에게 얘길 했어요. 먼저 표현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니 표현했을 때 피드백이라도 좀 신경 써달라고요...
남자 친구는 많이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행동을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갈수록 연애는 소홀해지는 것 같고... 남자 친구는 아직 어린 나이에 더 사랑받고 행복해야 할 텐데 자기 때문에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네요. 그리고 제 애정표현이 고맙지만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하고요...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Y양이 바라는 것이 연애 초반 남자 친구의 모습이라면 노력을 해서 남자 친구의 애정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기보다. "아... 저 남자는 지금 연애할 정신이 없구나..."하고 생각하고 연애를 접는 편이 나은 선택이다. Y양이 이 관계를 회복해보겠다고 계속 노력을 하게 되면 남자 친구는 Y양의 노력을 부담스러워하고 자연히 Y양의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달콤한 연애 끝에 결혼을 원한다면 Y양이 알아서 정리를 하자. 이 끝은 결국 "미안해... 내가 지금은 연애할 상황이 아닌가 봐... 나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라는 말로 끝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언제는 결혼하자고 징징거리던 남자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연애 초기 남자는 꿈속에서 구름 위를 걷는다. 예쁜 여자 친구와 빨리 결혼을 해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싶고 여자 친구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남들이 미쳤다고 할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현실의 문제가 남자의 꿈을 깨울 때다. Y양의 경우라면 남자 친구의 이직 문제가 그렇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 현실의 트러블을 직면한 남자의 머릿속에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이렇다 "나 지금 이 상황에서 뭐 하고 있지?"
위기에 직면한 남자는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다.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을지언정 머릿속은 온통 위기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이런 모습이 여자 친구에게는 애정이 식었다고 보일 수밖에 없고. 이때 트러블은 시작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실제로 애정이 식은 것도 맞고)
Y양은 들볶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탄생과 즉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이 된다. 그 표현은 짜증이 될 수도 있고, 어색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운 행동일 수 있다. Y양의 경우에는 어색한 응원과 배려 등의 부담스러운 행동으로 표현이 되었다.
Y양은 남자 친구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애정표현을 했다고 하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그 애정표현이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 빨리 잘 해결하고 대시 연애전선으로 복귀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지는 거다. 엉망진창의 성적표를 보고 어머니께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갠차...나... 의리... 따... 알... 크크... 다으매... 자알보며언되지... 의리 딸 화이 티잉? 하하하"라고 말씀하시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Y양이 "먼저 애정표현은 안 해도 괜찮으니 피드백이라도 잘해줘."라는 말이 남자 친구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는 따로 설명을 않겠다. "우리 딸... 성적은 나빠도 괜찮지만 노력은 많이 해야겠지? 그렇지?"쯤 아닐까?
이런 상황이니 Y양이 관계를 예전으로 돌리겠다며 하는 거의 모든 노력들은 남자 친구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고 Y양은 혼자 노력하면서 부담을 주는 사람이 되는 억울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이번에 이직이 결정되고 문제가 좀 해결되나 싶었지만 이직한 회사에서 텃세 때문에 또 고생을 하고 있네요. 저는 서운하지만 꾹 참고 계속 좋게 말하고 있어요. 남자 친구가 저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데이트도 많이 줄었고... 표현도 많이 줄어들다 보니 너무 힘들고 저도 지쳐가네요... 저와 그냥 헤어지고 싶은 걸까요...? 저는 이별을 원하지 않고 다시 회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랄하고 현실적인 답변 두탁드려요.
Y양이 신랄하고 현실적인 답변을 원한다고 했으니 다시 말하지만 Y양이 바라는 게 연애 초기와 같은 달콤한 연애라면 서둘러 정리를 하고 이별의 수순을 밟는 게 좋다. 지금은 Y양이 관계 회복을 위해 하는 모든 노력들이 남자 친구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앞서 말했지만 Y양은 서운함을 꾹 참고 좋게 말하고 있다지만 남자 친구의 귀에는 좋게 들리지 않는다.
사실 현상황에서 최고의 답은 무관심이다. 남자 친구가 바쁘든 말든 힘들어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Y양의 라이프에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해법이다. 지금 남자 친구는 만사가 부담스러운 거다. 갈수록 연락이 줄어들고 만남도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Y양에게 만족스러운 행복을 줘야 한다는 압박이다.
우리의 두뇌는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자꾸만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냥 편하게 "으아... 여기 텃세가 진짜 너무 심하다..."하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 Y양이 사랑받는 느낌이 안 든다 했는데...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라며 입을 꾹 다물고 바쁜 와중에 생각이 나도 "사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연락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 지나치게 되는 거다.
"응? 힘들 때 힘이 되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시험기간에 Y양 옆에 딱 붙어 있는 어머니를 생각해보자. 한껏 기대를 담은 눈길로 Y양을 바라보고 있다가 Y양이 입술만 만져도 오렌지주스를 가져다주시고 머리를 감싸 쥐면 옆에서 "우리 딸 왜 그래 잘 모르겠어?"하신다면 Y양은 어떨까?
남자 친구가 바쁘고 힘들어한다면 응원해주려고 하지 말고 관심을 끄자. 그리고 연애 휴가기간이라 생각하고 친구들과 바쁘게 지내고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를 가져보자. Y양이 남자 친구에게 신경을 끌 때 남자 친구는 편안함을 느끼고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할 거다.
물론 이런 무관심이 Y양에게는 고통일 수 있다. 혹시 무관심 때문에 남자 친구가 상처를 받아서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따위의 생각들일 텐데... 사실 그런 생각은 진짜 남자 친구를 위한 걱정이라기보다. 자꾸 남자 친구에게 압박을 해서 Y양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은 Y양의 무의식적인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어쨌거나 무관심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굳이 스스로를 고문할 필요 없다. 연애는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Y양이 행복하지 않다면 언제든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권리가 있다는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