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Jan 22. 2018

어느 순간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항상'이라는 단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J양아 뭔가 관계가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고 화를 내거나 불쾌해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연애든 선택권은 양쪽 모두에게 있으니 말이다. "왜 나만 이해해야 해!?"라고 열을 내거나 상대에게 불공평함을 토로하기보다 스스로 선택권이 있음을 떠올리고 선택을 해라. "음... 이런 상황인데... 계속 연애를 하는 게 맞나?"라고 말이다.


저는 공부를 하고 또 지금 장거리 연애 중이라...

바로님 글을 보며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저도 바로님 말씀처럼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현명한 연애를 하고 싶지만... 제가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어렵네요... 그리고 또 장거리라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 애교를 부리고 싶어도 어렵고요... 빨리 이 미적지근한 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 같은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항상'이라는 단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J양만 해도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느 날

은 컨디션이 좋고 또 어떤 때는 컨디션이 나쁠 때도 있을 거다. 그런데 누군가가 J양에게 항상 똑같을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 해봐도 갑갑하지 않을까? 

예전과 달리 미적지근해진 남자 친구의 태도에 대해 J양이 서운하고 때론 배신감이 들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다만 하나 묻고 싶다. "혹시 J양은 남자 친구의 그러한 변화가 남자 친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남자 친구가 일부러 다른 여자를 만나려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 그건 아닐 거다. J양의 말처럼 J양이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보다 자주 만나며 좀 더 달달한 연애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J양의 잘못인가? 물론 아니다. 지금 둘 사이의 이 상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상황상 어쩌면 자연스러운 진행이다. 


J양의 말처럼 노력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그렇다면 이럴 때에는 관계의 기준을 매일 만나서 알콩달콩한 커플에 둘게 아니라 서로 바쁜 일로 다소 차분해진 연애를 하는 커플에 둬야 하지는 않을까?  


남자 친구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자신감이 떨어져요...

자주 보지 못하고 장거리다 보니 남자 친구의 반응이 많이 식은 게 느껴져요... 그래서 연락을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했는데 남자 친구는 좋아하는 거 모르냐며 웃더라고요. 그 후로 연락은 확실히 잘해주지만 뭐랄까... 의무적이라는 느낌이 든달까요? 그런 남자 친구를 보고 있자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을의 연애를 왜 저만 해야 하는가 싶어요... 


상황상이든 누구의 탓이든 어쨌든 사람이라는 게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거리가 멀어지면 외로움을 타게 되고 기분이 가라앉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런데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면 상대를 탓하게 되기 마련이고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러블만 늘어나기 마련이다. 


가만히 J양 스스로를 돌이켜보자. 공부를 시작하고 장거리가 되면서 갑자기 남자 친구가 생각나고 사랑에 넘치면서 남자 친구와 어떤 것에 대해 오랜 시간 수다 떨고 싶은 적이 있었는가? 아마 그보다는 뭔가 위로받고 싶고, 배려받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을 거다. 그러면 남자 친구는 어떨까? 


J양만 외롭고 서운한 게 아니다. 남자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함께할 수 없기에 외롭고 서운할 거다. 다만 남자 친구는 그런 것에 대해 일이나 친구들을 만나며 달래고 J양은 그러지 못할 뿐이다. 그래.. 이왕이면 남자 친구가 좀 더 신경 써줬다면 더 좋았을 거다. 


근데 생각해보자. J양이 연락에 대해 말을 하니 남자 친구가 어떻게 했나? J양의 기준에는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남자 친구도 나름 노력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을의 연애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요...

을의 연애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괜히 오빠 눈치를 보게 되네요... 전화는 항상 오빠가 해주기는 하는데 회사에서 일할 때는 오빠가 바쁠 것 같고... 집에서는 전화를 금세 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요. (대화는 항상 오빠의 장난으로 주를 이뤘는데 장난을 안치니 대화가 더 짧고 어색해요..) 대화의 소재도 항상 열심히 공부하나, 밥 먹나,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나 뿐이니 더 그런 것 같고요... 이러다가 을의 연애만 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연락에 즐거움을 얻지 못한 오빠가 연락이 더 줄어들까 두렵네요... 


계속 말하지만 J양의 상황에 있어서 연애가 달달 해진다는 건 J양이 그만큼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J양이 말한 것처럼 J양은 공부를 하고 남자 친구는 바빠서 한 달에 두어 번 밖에 못 보는데 어떻게 예전처럼 달달하겠는가!?  자꾸 남자 친구의 눈치를 보며 연애를 달달하게 만들 방법을 궁리하지 말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 상황이 어쨌든 연락이 줄어든다는 건 절대로 연애에 그린라이트는 아니다. 하지만 연락이 줄어드는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달달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한쪽이 눈치를 보고 과도하게 상대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다. 그러다 J양처럼 "근데... 왜 나만!? 이렇게 비굴하게!?"라며 큰 트러블이 생겨버리는 거다. 


장담하지만 J양이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고 "아~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공부도 하고 장거린데~ 열심히 공부해

서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확! 결혼이나 해버려야지!"라고 생각하는 편이 둘의 관계를 그나마 유지하고 후일을 도모하게 해줄 것이다. 


또한 연락에 너무 민감해하지 마라. 장거리에 한 달에 두어 번 보는데 당연히 연락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남자 친구가 무슨 개그맨은 아니지 않은가? 데이트하다 J양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라도 나고 그래야 뭐 놀릴 것도 있고 농담할 것이 있지 서로 뻔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매번 다른 개그 소재를 발굴하겠는가? 


음... 연락이 너무 단조롭다면 연락을 조금 더 줄이고 데이트에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서로 좋아하는 맛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던가,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에 대해 고민을 해본다던가 말이다. 


J양아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생각해보면 전화도 남자 친구 쪽에서 해주는 편이고... J양이 연락 얘길 하고 나서 흡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름 연락에 신경 써주는 걸 보면 이건 J양의 기준에 조금 모자라는 아쉬운 연애지 을의 연애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은 공부에 좀 더 열중하며 달달한 연애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서는 잠시 신경을 꺼보면 어떨까? J양 말마따나 J양이 합격하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첫사랑에 빠졌는데 오빠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외 1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