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붙잡지 마라.
조금은 슬픈 말이지만 서로 아무리 사랑을 했다고 해도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상대가 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볼 뿐인 거다. 만약 상대가 마음이 식었다고 권태기라 밝힌다면 억지로 붙잡지 마라. 상대는 당신 곁에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위해 남았다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땐 여지도 없이 떠날 것이니 말이다.
권태기인 것 같다며 헤어지자는 남자 친구 어쩌죠?
남자 친구가 권태기인 것 같다며 헤어지자고 하네요. 남자 친구는 자꾸 자기에게 바라는 저를 더 이상 받아주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예전에는 사랑으로 다 받아줬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도 변한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같이 여행을 다녀오면 뭔가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다녀와도 그렇게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헤어지는 게 좋다고 하네요.
저는 어떻게 사람이 항상 같을 수 있겠냐며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는 거고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설득을 했어요. 그랬더니 남자 친구는 웃으면서 알았다고는 했는데 연락은 여전히 늦고... 저는 자꾸 불안하기만 하네요.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 S양
어쩌면 S양은 할 만큼 했다. 남자 친구에게 권태기라고 화를 내지도 않고 억지로 강요하지도 않고 조용히 권태기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설득하고 심지어 남자 친구 탓을 하지 않으면서 함께 노력하자고 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권태기는 노력을 해서 극복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지금 내가 S양에게 십만 원짜리 수표 백장을 던지며 "어이, 거기 S양, 날 사랑해봐"라고 말을 한다고 S양이 날 사랑할 수 있을까? S양이 아무리 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은 생겨나지 않을 거다. 오히려 노력을 하면 할수록 부담스러워지고 무엇보다 노력을 해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자신에게 짜증이 날 것이다.
S양의 남자 친구도 말을 하지 않았는가? 여행을 다녀오면 나아질 줄 알았다고, 남자 친구가 S양에게 권태기라고 말을 하기 전에 이미 남자 친구는 나름의 노력을 했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안되니까 짜증이 나고, 더더욱 사랑의 마음이 없는데 사랑을 하려고 노력을 하며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한 게 더 문제가 되는 거다. 되지도 않는 것을 위해 노력을 하며 에너지를 소비하다 보면 자연히 남자 친구의 마음속엔 "난 할 만큼 했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별을 말하게 되는 거다.
상대가 권태기라고 말을 하면 당황하지 마라. 그리고 설득할 필요도 없다. (정확히는 설득이 안된다.) 이럴 땐 쿨하게 "그래?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에... 배신자~" 하고 심드렁하게 이야기해라. 마음이 식었으니 단칼에 헤어지라는 게 아니다. 상대에게 "난 널 묶고 있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라고 해주라는 거다.
권태를 느끼는 사람은 강풍을 맞은 '연'같다. ('ㄴ'이 아니라 'ㅇ'이다.) 강한 바람을 맞은 연은 하늘 높이 날아가려고 하지만 자신에게 묶여있는 살 때문에 원하는 만큼 날아갈 수가 없다. 만약 연에게 감정이 있다면 자신을 묶고 있는 실이 원망스러울 거다. 그렇게 자신을 묶고 있는 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겠지만 만약 연을 묶고 있는 실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연은 얼마 가지 못해 강물에 처박혀 버리고 말 것이다.
권태를 느끼는 연인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다. 그런 상대는 잡을게 아니라 아무도 잡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게 더 좋다. 마냥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상대가 사실은 아무도 잡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 자연히 허무해질 수밖에 없을 거다.
당장에야 S양과의 연애가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S양과의 연애에서 벗어나면 뭐가 있을까? 결국엔 침대, 그리고 스마트폰뿐인 거다.
너무 막무가내인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어요...
저의 남자 친구는 확실히 제가 봐도 저에게 푹 빠진 것 같아요. 항상 결혼하자는 말을 달고 살기도 하고 저에게 정말 많은걸 해주려고 노력해요. 문제는 너무 막무가내라는 거예요. 아직 만난 지 두 달밖에 안되었는데 남자 친구는 결혼계획을 세우고, 제가 이번에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왜 자기 지역 쪽으로 시험을 안쳤냐고 서운해하고, 또 부모님과 식사자리를 만들려고 하네요. 저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말을 하면 남자 친구는 엄청 서운해하고 삐지네요... 물론 좋긴 한데... 너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만 하니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해요.
- K
음... 뭐랄까... 내가 볼 때 K양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며 내게 재회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항상 사연 맨 앞에 뭐라고 하는 줄 아는가? "바로님! 제 남자 친구는요. 사귀는 초반부터 결혼하자고 했어요.", "부모님도 소개하며 결혼을 하자고...",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며..." 뭔가 비슷하지 않나?
남자 친구가 초반에 몰아치며 애정공세를 한다면 그건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크리스마스 아침에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풀어보며 (소리를 지르며) 행복해하는 아이와 같은 행동이니 말이다. 상대가 뭐라고 하든 K양은 흐뭇하게 웃으며 "어이구~ 우리 아기~ 그렇게 좋아?" 정도로 여기면 될 일이다.
남자 친구가 흥분하며 내년에 결혼이 어쩌고 하면 "뭐!? 내년!? 이제 막 만났는데!? 너무 빠른 거 아닐까!?"하며 진지해할 필요 없이, "와~ 행복해~ 그러면 집은 어떻게 하지?"하면서 소꿉장난 하듯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면 될 일이다. 그러다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으면 "음... 오빠! 근데 이왕이면 우리 서로 더 모아서 반포자이로 가자!"(정말 그럴 건 아니지...?)라며 애매한 장애물들을 툭툭 던져보자. 생각지 못한 장애물에 봉착한 남자는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게 될 거다.
연애는 운전 같은 거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밟아주면 될 것을 빠르다고 다짜고짜 시동을 꺼버리면 사고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