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노력해!? 이럴 거면 왜 재회했어!?
헤어진 남자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내게 이야기하는 여자들에게 나는 항상 묻는다. "왜 남자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 그녀들은 그동안 잘 못해준 게 후회된다, 그가 아니면 안 된다 등등 말하는데 그러면 난 이렇게 말해준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 건 남자 친구가 본인한테 헌신하던 그때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본인이 남자 친구에게 짜증내기 직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재회는 했는데... 이별하기 직전의 느낌처럼 시큰둥한 반응이네요...
얼마 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가 재회를 하게 되었어요. 헤어진 남자 친구를 다시 붙잡은 저는 기쁘긴 했지만 문제는 남자 친구의 태도네요... 뭔가 이별을 말하기 전 같은 느낌처럼 시큰둥한 반응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번에 데이트할 때 뾰로통한 모습을 살짝 보이긴 했었는데...
이론상으로만 보자면 재회하기로 했다는 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고 다시 사랑이 마구 샘솟는 연애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인 거다.
재회를 했지만 남자 친구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에는 제법 많은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여자 친구가 먼저 재회를 요구를 한 경우 남자 친구가 자신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하고 보다 편한 연애를 하려고 하는 경우라던가, 여자 친구와의 잦은 트러블로 인해 지친 마음이 아직 회복이 안되었다던가, 재회는 했지만 아직 확신이 들지 않은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재회는 했으나 남자 친구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건 재회를 번복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이제 막 재회한 남자의 자연스러운 반응 중 하나다. 이런 남자 친구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자연스레 남자 친구의 태도도 조금씩 나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많은 경우 남자 친구의 시큰둥한 반응에 불안하고 조급해진 여자들은 혼자서 이것저것 노력을 한다고 하다가 문득 "왜 나만 노력해!? 이럴 거면 왜 재회했어!?" 라며 억울한 마음에 헤어졌을 때와 비슷하게 남자 친구에게 짜증이나 불만을 토로하다가 또다시 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좀 서운하고 뾰로통한 모습을 보였더니 남자 친구가 제 눈치를 보니다 왜 그러냐며 애교를 부리더라고요. 그때 다 풀렸지만 계속 툴툴거렸더니 남자 친구는 일단 저를 풀어주려고 하긴 했어요. 그러고 나서 다음날 제가 제가 왜 토라졌는지 그리고 달래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어요. 그리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그랬더니 조금 나이 진 것 같긴 한데... 바로님 그 사람은 그대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간 건데 제가 또 혼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또 타고 있는 걸까요?
이제 막 재회를 했다면 라면 냄비를 이제 막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라면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드라마를 보거나 웹툰을 본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물이 팔팔 끓고 있겠지만 "나 배고픈데... 언제 물이 끓지?"라고 생각하며 가스레인지 앞에서 라면 냄비만 바라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물은 절대 끓지 않을 것이다. 물이 끓는 것처럼 감정이 돌아오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똑같은 물리적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심리적 시간은 전혀 다르다는 걸 명심하자. P양이 "대체 언제 예전처럼 돌아가는 거지!?"하며 남자 친구에게 계속 눈치를 보고 어색하게 감정을 끌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P양만 속이 끓을 뿐이다.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시간 동안 P양은 다른 것을 하며 중간중간 확인만 해보면 그만이다.
이제 막 재회를 했는데 P양이 뾰로통하여있는 걸 캐치하고 달래주려 하기도 하고, P양의 칭찬에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 P양의 재회는 성공적으로 끓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물론 P양 입장에서는 당장 물이 팔팔 끓어서 행복이라는 달콤한 라면?을 끓여먹고 싶겠지만 이제 막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는데 괜히 가스레인지 앞에서 온몸을 베베꼬며 물이 팔팔 끓기를 바란다고 물이 빨리 끓지는 않는다. 오히려 라면 냄비를 만지작거리면 물이 끓기는커녕 라면 냄비를 엎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지금은 P양의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조급 한 것이고, 처음 이별을 했을 때처럼 "좀 더!"라는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거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자. 결국 물은 끓기 마련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