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Feb 27. 2018

남자 친구와 크게 싸운 후 연락을 않고 있어요. 외 1

정리 핑계로 추한 모습을 보이진 말자

우리는 가끔 어떤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이별이 그러한데,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확실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정리를 하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정리는커녕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더 집착하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명심하자. 가능하다면 애매한 건 애매하게 두자. 그래도 꼭 정리를 해야겠다면 스스로에게 말을 해라. "정리 핑계로 추한 모습을 보이진 말자!"라고 말이다.


남자 친구와 크게 싸웠어요. 이별인 것 같은데 정리는 해야겠죠?

사실 처음부터 남자 친구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남자 친구는 날 좋아하는 게 맞냐며 서운해하고 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을 했죠. 그런 남자 친구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저의 괜한 짜증과 시비에 남자 친구도 많이 지쳤었나 봐요. 몇 차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가 최근에 또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서로 연락을 않고 있네요. 처음에는 그런 남자 친구의 행동에 화가 났었지만 이제는 남자 친구의 행동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잠수 이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저대로 정리는 잘하고 있는데 고민이네요. 이대로 마음을 정리할지... 아니면 만나서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할지를 말이죠.
-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L양 


우리는 항상 나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자기합리화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어떠한 욕구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합리화를 하고 정당화를 하며 뻔히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이끌어 낸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면서 "회는 살 안 찌지 않나?"라고 한다던가 시험기간에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정리를 하고 잠깐 쉰 다음에..." 라던가, 돈을 모으기로 했으면서 "이건 나를 위한 선물이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인간이니 본능에 이끌리고 또 본능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스스로 합리화까지 하면서 뻔히 보이는 수렁에 빠지지는 말자는 거다. 


L양은 마음의 정리가 다 되었고 만나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과연 그게 말처럼 될까? 처음에는 정리를 하겠다고 나가지만 막상 남자 친구를 만나면 남자 친구의 차가운 표정에 "그래도 오해를 풀어야지..."라면서 남자 친구를 설득하려고 하고 또 완고한 남자 친구의 태도를 보면 상처를 받고 또 감정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매우 높다. 


만약 L양이 이 상황을 이별로 받아들였고, 또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괜히 "그래도 정리는 해야지!"라는 자기합리화에 빠지지 말고 다소 애매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래도 정 정리를 해야겠다고 느낀다면 스스로 "그래~ 난 딱 정리만 할 거야!"라는 식의 쿨녀 코스프레를 할게 아니라 "아.. 내가 그래도 미련이 있구나?"라며 스스로의 본심을 인정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며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를 꺼내도록 하자.  



5년을 만났는데 헤어졌네요... 연락이 올까요...?

5년을 만나며 그동안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 잘 푸는 노하우도 생겨서 잘 지냈었네요. 그런데 최근에 집안일로 제가 많이 힘들어했는데 남자 친구는 제게 위로를 해주거나 힘이 되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사실 이제 생각해보면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지만 그때 이후로 남자 친구의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일이 터졌어요. 

제가 회사 워크숍 때문에 토요일에 못 볼 것 같다고 했더니 남자 친구가 일요일은? 하더라고요. 저는 좋게 말하면 될 일을 괜히 짜증이 나서 그걸 꼭 말로 해 야해? 라며 쏘아붙이기 시작했고 결국 큰 싸움이 되었네요. 큰 싸움 이후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 친구는 우린 너무 맞질 않는다며 단호하게 말을 했어요. 집에 찾아가 보기도 했었는데 남자 친구는 울면서도 이건 아니라며 절 밀어내네요. 바로님은 한 달 정도면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하셨는데 이 친구의 성격상 그리고 마지막 모습을 보아도 연락은 안 올 것 같아요... 정말 연락이 올까요...?
- 남자 친구 연락을 기다리는 H양  


산불이라고 하면 우리는 등산객이 버리는 담배꽁초 때문에 생긴다고만 생각하지만 꼭 담배꽁초 때문은 아니다. 사람들의 실수가 아니라고 해도 숲이 너무 울창하여 나뭇가지들이 마찰을 해서 자연적으로 산불이 일어나기도 하고 번개 때문에 불이 나기도 한다. 또한 산불은 숲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H양 커플의 이번 이별이 그런 산불이 아닌가 싶다. 


많은 커플들이 하는 권력다툼형 싸움이라기보다는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별것 아니지만 작은 일들이 낙엽처럼 차곡차곡 쌓였다가 나뭇가지들의 마찰과 같은 사소한 트러블로 인해 확 불이 붙은 것이다. 


H양은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기보다. "언젠간 올 것이 지금 왔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산불이 한번 나면 모든 것이 황폐화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산불로 타버린 것들이 양분이 되어 이전보다 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게 되고 더 건강한 숲이 된다. 


H양 커플은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투기는 했지만 그간 함께한 시간을 믿어보도록 하자. 분명 이번 다툼으로 H양도 H양의 남자 친구도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싸움으로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연스레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될 것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충분히 시간을 갖고(아마도 먼저 연락이 오겠지만) H양이 "나 치맥 먹고 싶어!"라며 뜬금없이 연락을 하면 남자 친구도 멋쩍어하며 받아줄 것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어쩌죠? 외 1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