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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14. 2018

남자 친구에 대한 의심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외 1건

의심은 보험 같은 거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을 상대에게 찾고 또한 의심을 하는 것이 더 큰 상처를 예방한다던가 상대가 나쁜 짓?을 사전에 막아준다고 굳게 믿는다. 어찌 보면 의심은 보험 같은 거다. 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더 큰 상처를 예방할 수 도 있을 거다. 


다만 문제는 보험이든 의심이든 비용이 든다는 거다. "나중에 아프면 어떡해?"라는 생각에 덮어두고 각종 보험상품과 특약에 죄다 올인해버리면 한 달 월급의 절반이 보험에 들어가 버릴 수 있는 것처럼 연애를 하며 각종 위험을 따져가며 의심에 올인을 해버리면 연애 기간 내내 사랑은커녕 항상 싸울 수밖에 없다. 가만히 따져보자. 당신은 연애 중에 의심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남자 친구에 대한 의심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남자 친구가 조금 보수적이에요. 제가 조금만 짧은 옷을 입거나 다른 남자가 제게 말을 걸면 넌 무슨 끼를 그렇게 흘리고 다니냐며 하루 종일 화를 내곤 했어요. 그러다 남자 친구가 전 여자 친구랑 3~4달에 한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용은 별 내용 아니었지만 저는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했고, 얼마 후 남자 친구는 잘못했다며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저를 잡더라고요. 

이후 다시 연애를 시작했는데 남자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제게 잘해줬지만 저는 불안과 의심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다는 거예요. 혹시 오빠가 출장을 가면 전 여자 친구를 만나지 않을까 불안하고 혹시 요즘도 연락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 여자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고 있어요. 남자 친구는 그런 저를 달래주고 차단을 하기도 하고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도 보내며 제게 믿음을 주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네요.

제가 3교대 간호사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힘이 드는데 지난 몇 달간 일련의 일들 그리고 저의 의심들 때문에 정식적으로도 피폐해져 가는 상황이네요... 저는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 남자 친구에 대한 의심 때문에 피폐해져 가는 H양


많은 사람들이 연인에 대한 의심을 뭔가 필요악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글쎄다... 내가 보기에 의심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고 본다. H양의 케이스를 보자. 한번 의심을 시작하고 나니 남자 친구가 차단을 하고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를 해도 의심은 끝이 나질 않지 않은가? 


또한 연인에 대한 의심에 대해 우리는 효과에 비해 너무나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 H양의 경우처럼 의심을 하는 건 상대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만 의심을 하는 자신도 자꾸만 있지도 않은 일 혹은 지난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막연하게 "남자 친구가 잘못했으니까!"라고만 생각해서는 의심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상대의 잘못이니 나는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빠지면 의심은 정당한 것이 되고 의심을 통해 연인관계가 망가져가도 상대의 탓이라는 생각뿐이니 거의 대부분의 경우 결국엔 이별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별을 하고 나서 "아! 내가 너무 상대를 몰아세웠구나!"라고 후회를 하게 된다는 건데... 이때 후회를 해봐야 돌아오는 건 당신이 상대를 몰아세웠던 것만큼의 지독한 비난과 냉정 함이다. 


의심에서 한 번에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혹시 또 연락하면 어쩌지? 그러다 바람나서 날 버리면!?"라고 치를 떨다가도 한 번쯤은 스스로 자신의 의심이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직시하자. 


차분히 남자 친구와의 카톡을 거꾸로 읽어보며 지금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어떤지 따져본다면 H양도 자신이 의심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남자를 믿을 수가 없어서 연애를 못하겠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종종 예쁘다는 얘길 들어요. 미인...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하얗고 이목구비가 큰 정도고요. 외국인 같다거나 신비롭다는 얘길 듣는 편이고요. 문제는 제가 요즘 제 연애에 문제가 많다고 느껴서예요. 

20대 중반 인대도 연애를 별로 해보지도 않았고,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아요. 그러 가 한번 마음의 문을 열었었는데 남자 친구의 바람으로 상처를 받고 더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워졌어요. 이후 썸은 많이 탔는데 다들 처음엔 괜찮다 자기가 믿음을 주겠다 하다가도 어느 순간 저에게 등을 돌리더라고요...

첫 연애 때문인지 집착하고 계속 사랑을 원한 제 탓일까요? 사실 저는 부끄럽게도 첫 연애 이후에는 상대방에게 연락이 잘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실망해버리기 일쑤였거든요. 다들 나쁜 남자를 만나서 그런다 아직 짝을 못 만난 거다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제 자신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자를 믿을 수 없어 연애를 시작 못하는 W양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아 중심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는 생명체다. 그렇다 보니 일단 나의 이득 또 다의 상처를 우선하게 되는데 이렇게 자아 중심적인 사고를 해서는 타인을 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뭔가 어려울 땐 '나'에서 벗어나 좀 더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하자. 그러면 그렇게 어렵던 문제가 너무나 손쉽게 해결될 때가 있으니 말이다. 


W양의 경우를 보자. 여고, 여대를 나와 여자가 많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또 첫 연애에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남자를 쉽게 믿을 수 없다는 말, 어찌 보면 논리적이고 합당한 말같이 들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W양에게 썸남이 "첫 연애에서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여자를 못 믿겠어."라고 말한다면 W양은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처음엔 내가 신뢰를 줘야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썸남이 W양의 노력에 사랑스러운 피드백이 아닌 뭔가 미심쩍고 조심스러운 모습만 보여준다면 W양은 과연 계속 노력을 하려고 할까? W양의 딜레마에 대해 미움받을 용기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을 했다. 


자네는 지금 '배신당한 상황'에만 사로잡혀 있어. 그럴 때 받을 상처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그런데 신뢰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결국은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네.                                                     - 미움받을 용기 中 신뢰와 신용은 어떻게 다른가, 기시미 이치로 


신뢰라는 건 상대가 W양의 마음의 문을 열 때 쓰는 열쇠 같은 게 아니다. 신뢰라는 건 '문'그 자체이다. 한 여름에 문을 활짝 열어두면 모기나 파리가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문을 열지 않으면 내가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누군가 들어올 수도 없다. 항상 문을 열어둘 수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그러는 편이 더 즐겁고 다양한 대인관계를 꾸려갈 수 있겠지만) 내가 밖으로 나가고 싶거나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다면 당연히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도덕적 가치관에 기초하여 '타인을 무조건 신뢰하라'라고 설교하는 것이 아닐세. 조건 없는 신뢰란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한, 수평관계를 맺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만약 자네가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면 단칼에 끊어버려도 상관없네. 끊느냐 마느냐는 자네의 과제니까.                                               - 미움받을 용기 中 신뢰와 신용은 어떻게 다른가, 기시미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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