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람의 스타일이 아닌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분명... 나 좋다는 사람은 많은데...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잘 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내가 그 사람의 스타일이 아닌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 앞으로 더 이상 이런 고민은 하지 말자.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니 말이다.
스타일이 아니라 결국 매력의 차이일 뿐이다.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상담 요청드려요... 저는 32살 디자인계 통의 일을 하고 있는 여자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얼굴이나 키 몸매 다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는 남녀 불문하고 매력 있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정도입니다. 20대 중후반까지 연애도 여러 번 했어요. 다만 제가 상처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다 보니 저를 좋아한다는 분들 위주로 만났었죠.
문제는 저를 좋아해 주는 남자와 제가 좋아하는 남자의 스타일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의 경우 개구쟁이 같고 장난을 잘 치는 센스 있는 스타일이거나 굉장히 소심한 스타일이 많았어요. 때론 이 두 부류의 교집합이 있긴 했지만 친구로는 좋지만 연애는 별로...
저는 그냥 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사람이 좋거든요...
J양도 내게 보낸 사연을 스스로 다시 읽어보면 뭔가 이상할 거다. 센스 있는 사람도 J양을 좋아하고, 소심한 사람도 J양을 좋아하고, 센스 있으면서 소심한 사람도 J양을 좋아하는데... 부드러운 분위기의 사람은 J양에게 큰 호감이 없다...? 이거 뭔가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가?
가만히 따져 봤을 때, J양을 좋다고 한 남자들 중에 부드러운 남자가 하나도 없었을까? J양이 말하는 센스도 좀 있고 소심한 사람 중에 한둘 정도는 남들에게 "너 참 센스 있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는 연애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스타일, 취향, 이상형을 들먹이곤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정말 중요한 건 매력의 크기가 아닐까?
J양은 편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좋고 센스 있거나 소심한 스타일은 안 끌린다고 했는데 센스 있는 정우성은 맘에 안 들까? 소심한 박보검도 싫고?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스스로 스타일론에 빠져있기보다 좀 더 자신의 지난 썸의 역사들을 객관적으로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는 사람과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인들은 여자는 자길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좋다고 하길래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을 만나도 봤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공감도 안되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그런 기분들이 불편하고 몰입도 안되고 말이죠...
정말 절망적인 건... 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사람들은 저를 정말 여자로 안보더라고요... 정말 저를 좋아해 주질 않아요... 그런 남자분들이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제가 뭔가 부족한 건지... 정말 자괴감만 들고 힘들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서 말했듯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차이는 어떤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매력의 총량의 차이다 보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좀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상대도 나름의 기준이 있을 수밖에.
또한 어떤 타깃을 정해놓고 그 사람을 꼭 유혹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어느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떨리고 실수를 하고 어색할 수밖에!
하지만 내가 보기에 J양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글귀처럼 어떤 사람의 매력을 진짜 알기 위해서는 때론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J양은 자꾸만 자기가 생각한 어떤 느낌에만 집중하며 "왜 상대방은 내게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지?"에만 몰두하면 상대방이 가진 매력의 1/10도 보지 못할 수밖에 없다.
또한 J양이 좋아하는 사람이 J양을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아닐까? J양이 좋아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호감, 혹은 관심이 있어도 J양은 그것을 부족하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J양이 그러니 억지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거나 막연히 J양이 좋아하는 사람이 J양의 생각만큼 좋아해 주길 발리기보다는 조금 열린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어쩌다 우연히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은 사람과 인연이 된다면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이 사람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라고 생각해보고 J양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이 사람은 어떤 걸 좋아할까?"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 보도록 하자. J양이 쉬운 여자가 아니듯 J양이 좋아하는 남자도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