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Jul 27. 2018

세 달 만에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남자 친구

자신의 상황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다소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우리는 연애라는 것을 뭔가 영원불멸하며 이미 정해진 운명같이 대단한 무엇이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막상 연애라는 것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타인의 호감에 대한 욕구, 착각, 그리고 막연한 기대 등 대단한 무엇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소소하고 자연스러운 어떤 행동이다. (물론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다만...) 연애가 잘 안 풀릴 땐 "오오오... 하늘이시여...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라고 할게 아니라 "응? 왜 이러지? 내가 뭔가 너무 오버하고 있나...?"라며 자신의 상황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다소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안 좋아졌어요...  

처음 남자 친구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제게 헌신해줬어요. 그렇게 행복한 연애를 하다가 몇 주 전에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네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데 그땐 정말 기분이 너무 아니어서 남자 친구가 풀어주려고 애를 써도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남자 친구는 한참을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다가 한동안 말을 않더니 그냥 돌아서서 가버리더라고요. 당황한 저는 잡아야 하나 싶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잡기는 또 뭐한 분위기여서 저도 돌아섰죠.                                                                           그러다 다음날 남자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손을 내밀었고 저는 제가 그때 별일 아닌 일로 너무 감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사과를 하고 화해를 했어요. 저는 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이후 남자 친구의 행동이 너무 차갑더라고요... 


P양 입장에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긴 하겠지만 사실 연애라는 것에 대해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해본다면 너무나 간단한 문제다. 연애 초기의 설렘은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상대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는 연애라는 달콤한 것을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흥분이다. 이때 우리는 꿈에도 그리던 완벽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느끼며 흥분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문제는 이때 그리는 연애는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우결처럼 매일 서로 예쁜 말만 하고 서로 100%로 이해해주며 달콤한 시간들만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사소하든 말든 트러블을 겪는 순간 그 흥이 모두 와장창 깨지면서 자기가 꿈꾸던 연애와 현실의 연애의 괴리를 깨닫고 당황하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거다. 


상대가 내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서 그것을 "아... 상대방이 날 너무너무 사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상대의 행동이 이전과 다소 달라졌다고 해서 "아...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어떡해야 마음을 예전처럼 돌릴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가 무뚝뚝하고 남자 친구가 표현이 많았는데 이젠 반대로 저만 하는 것 같고... 또 스킨십도 제가 주로 하고 있네요... 그래도.. 연락은 잘 되는 편이고 여행도 다녀오기도 해서 아직 권태기라고 하긴 뭐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네요...                                                                                                    뭐랄까... 카톡을 보면 영혼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좀 더 기분을 풀어 주려고 애교를 부리고 해봐도 맥 빠진 대답만 나오다 보니 더 안 좋아진 느낌이네요... 이러다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건 아닌지 불안해요... 제가 사랑을 퍼부어줘야 하는 걸까요? 그러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그냥 가만히 기다려줘야 할까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연애라는 건 영원불멸의 운명적인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호감을 받고 싶다는 욕구, 착각, 기대, 환상 따위가 버무려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감정적 요소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 남자 친구는 "아! 이제 P양과는 정말 맞지 않는구나 빨리 헤어질 준비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아... 내가 그동안 너무 오버를 했었구나...?" 정도의 느낌이다. 


P양의 입장에서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누구나 연애를 하며 겪게 되는 과정 중 하니일 뿐이다. 오히려 P양이 뭔가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일수록 남자 친구와의 관계는 더욱 어색해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예를 들어 P양의 어머니께서 P양이 빨리 성적을 올렸으면 하고 바란다고 생각해보자. P양의 어머니께서는 P양이 좀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30분마다 과일이며 꿀물이며 타다 주시고 중간중간 P양의 방에 불쑥 들어와 방 온도를 체크한다면 P양은 어머니의 관심이 너무 감사해서 성적을 올려 감사함에 보답하려고 노력을 할까? 


그러니 사랑을 퍼붓거나 아무것도 안 하거나의 양자택일의 생각에서 벗어나자. "어떡하면 남자 친구의 마음이 예전처럼 돌아올까?"가 아닌 "뭐~ 연애라는 게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해보는 거다. 오히려 적당한 무관심과 여유로운 태도야 말로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7월 28일 휴가준비 와인파티에 초대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