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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15. 2018

애정표현을 잘 못했더니 헤어지자네요...

내가 현재의 상황을 잘못 파악한 거다

대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가끔 덧셈 이야길 한다. "1+1은 몇일까요? 당연히 2겠죠? 그런데 가끔 1+1을 했는데 3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건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라 식에서 뭔가를 빼먹었다는 뜻이에요."


이별 후 뭔가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다면 그건 내가 현재의 상황을 잘못 파악한 거다. 쉽게 말해 "우린 서로 너무 사랑했었어!"라는 생각에 푹 빠져 있으면 절대로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또 그에 따른 현명한 행동 또한 생각할 수 없다. 



저희 둘은 정말 성격이 찰떡궁합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바로님 저는 헤어진 지 5일 정도 된 20대 후반의 처자입니다. 남자 친구와는 2주 정도 만났지만 정말 불타는 사랑을 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었네요... 저희 둘은 정말 성격이 찰떡궁합이었어요. 그래서 서로 정말 운명이 아니냐고 하면서 왜 이제야 만났냐며 정말 많이 사랑했었죠... 하지만 제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2주 정도 만나면서 남자 친구에게 두 번 정도 헤어지자고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가끔 사연을 받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때가 있는데 Y양의 경우가 딱 그렇다. 서로 너무 사랑했고 잘 맞았다면서 자주 싸웠다는 말은... 그리고 그렇게 서로 찰떡궁합이었는데 2주 만에 두 번 헤어지자고 하고 결국엔 이별을 했다는 걸...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뭐 이런 말일까?


사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면 누구나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2주 사이에 헤어지자는 말이 2번이나 나왔다면... 잘 안 맞는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지는 몰라도 찰떡궁합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랑한다고 서로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지적하는 건 Y양이 자신의 연애를 전혀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거다. 2주라지만 그동안 남자 친구와의 일들 중에서 좋았던 기억도 있겠지만 분명 서로 트러블을 겪었던 일도 있었을 텐데 다 덮어두고 "남자 친구와 찰떡궁합이었어요!"라고 말하면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제 카톡 친구 추천에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가 떴어요!  

제가 원래 표현이 좀 없는 편인데 남자 친구가 제가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나름 애정표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구속이나 집착은 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남자 친구는 구속하고 집착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만약 헤어지게 되면 붙잡을 거냐고 말을 했고 저는 헤어지고 나면 잡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남자 친구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정말 사랑하는데 어떻게 붙잡지 않을 수가 있냐고 말이죠... 그리고 다음날 저에게 헤어지자고 톡이 왔어요. 많이 생각해봤지만 헤어지면 잡지 않을 거란 말을 듣고 나니 제가 자기를 정말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하지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읽고 대답을 안 했는데 제 카톡 친구 추천에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 이름이 떠있더라고요... 저는 뭔가 미심쩍어서 떠보자는 마음에 그 화면을 캡처해서 남자 친구에게 보내며 핑계 대지 말고 이거 때문인 것 같은제 잘 가라고 했죠. 그런데 읽고 답이 없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확신을 하고 남자 친구에게 톡으로 욕을 보냈어요. 너무 화가 나서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음... 무슨 얘길 먼저 해야 할지... 일단 애정표현 문제에 대해 이야길 하자면 사람 성향에 따라 충분히 서운할 수 있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애정표현이 적다고 혹은 헤어지고 나서 안 잡을 것 같다는 말에 헤어지자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어떻게 나보다 김태희가 이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면 김태희랑 사귀던가!" 정도의 투정? 아니면 귀여운 사랑싸움쯤?으로 볼 수 있겠다. 


며칠 후쯤 Y양이 "치! 그렇다고 연락을 안 하냐!?"라고 했다면 티격태격하면서도 Y양에게 돌아왔을 테지만... 전 여자 친구의 카톡 캡처 사진에 이은 욕설 카운터 펀치를 맞은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Y양에게 다시 연락하기는 어려울 거다.


Y양의 연애에 대해 연애상담 7년 내공의 촉을 발휘해 소설을 써보자면 정식적인 소개 외의 어플 혹은 급만남으로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연애를 시작했던 건 아니었을까? 다만 남자의 경우 완벽하게 정리가 안된 상태였고 애매한 상태에서 조금씩 Y양의 예상외의 모습 그리고 전 여자 친구와의 관계가 풀리는 와중에 건수를 잡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정리를 한 것 같은데 말이다...



제가 제가 표현을 안 해서 전 여자 친구에게 흘린 것 같아요...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생각을 해보니 제가 표현을 안 해서 전 여자 친구에게 흔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와 헤어진 이유가 전 여자 친구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아무래도 한번 이야길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계속 얘기 좀 하자고 연락을 했지만 남자 친구는 연락을 받지 않네요... 연락이 다시 올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만난 기간이 짧아서 남자 친구가 금방 잊어버릴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와 다시 재회를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쓴 소설을 좀 더 보충하자면... Y양의 표현이 적어서 헤어지자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헤어질 타이밍을 재고 있었을 것이고, 애매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가 전 여자 친구와 잘 안되거나 혹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만나볼까 했다가 Y양에게 들통이 나서 줄행랑을 친 것이 아닐까?


며칠 전에는 욕설을 퍼부었던 남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린다니... 그래... 원래 이렇게 연애라는 감정이 모순적인 것이긴 하다. 


모순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에겐 차가운 이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방금 쓴 소설은 비단 나만이 쓴 소설은 아닐 거다. Y양의 사연을 들은 다른 사람들과 Y양 자신조차도 "혹시...?" 하며 생각해본 소설일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1+1이 3이 나왔다면 그건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뭔가를 빼먹은 것이다. 이제 Y양도 자신이 빼먹은 게 무엇인지 충분히 깨달았을 테고 그렇다면 나머지는 Y양 스스로 선택하면 될일!


혹시나 "그래도... 좋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만 참자 지금은 자신의 시커먼 속내가 들켜버려 Y양의 연락에 대꾸도 못하겠지만  전 여자 친구와 새로운 썸녀 사이에서 흔들릴 남자라면 조금만 지나도 또 흔들릴 타이밍이 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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