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은 끝이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논쟁을 하게 되면 적어도 논쟁에서 만큼은 지는 법이 없었다. 일단 나는 내가 확실하지 않으면 논쟁을 시작하지 않았고, 내가 확실히 옳다라고 생각을 해도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는 논리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했으며 마지막으로 결코 먼저 논쟁을 시작하지 않고 상대가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 논쟁을 걸어올 때 논쟁을 받아줬다.
이런 철저한 준비 덕에 어떠한 주제든 의기양양하게 "내 말이 맞아!"라고 콧대를 드높이던 사람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분한 얼굴로 내게 "그래 이말이 다 맞다 잘났어 정말!"이라며 자신의 논리를 철회했다. 정말 부끄러운 말이지만 한때는 이런 나의 대화방식이 옳다고 생각했고, 의기양양해하던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린 것에 대해 묘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창피한 일이다.) 이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은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였다.
분명 누가 봐도 내 논리가 옳고, 상대의 논리의 취약점을 정확히 공격했지만 상대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논점을 흐리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남자는 관련 기사와 자료들을 정리하여 제시해주면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은 눈을 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여자, 그것도 사귀는 여자친구만큼은 결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인정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억지 주장을 하면서 내가 틀렸다고 몰아세우거나 갑자기 한참 지난 옛 잘못들을 꺼내며 논점을 흐리며 나를 감정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화가 났을 때, 이 얘기 저 얘기 다 쏟아 붓고 나면 당신은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떻겠는가? 그 사람도 당신처럼 기분이 좋을까? 과연 호전적인 말투와 적대적인 태도가 당신의 의견을 따르게 만드는데 보탬이 될까?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4.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확실한 길
처음 그런 상대를 보면서 나는 "이 사람은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논리가 안되니... 억지나 부리는군..."이라며 상대를 측은하게 여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안타까운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나 스스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수많은 억지쟁이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애초에 사람이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일단 감정이 상하면 상대가 누구든 상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기에 혈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주장을 해도 상대는 절대 수긍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대를 막 전역하고 여자친구와 작은 다툼이 있었다. 그녀의 말은 내가 학교에 복학하고 나니 연락이 줄었다는 것! (물론 내가 느끼기에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거기에 "혹시... 전화비 때문에 전화 안 하는 거야!?"라는 말이 더해지고 나니 나또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그녀의 논리가 왜 틀렸으며 그녀가 연락이 줄었다고 느끼는 원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물론 그녀는 나의 말을 한 1%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나를 '전화비 아까워서 연락도 안 하는 남자'로 몰고 갔다.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했다. 휴대폰 대리점으로 달려가 나의 통화내역을 뽑아왔고 그녀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최근 3달간 여자친구와의 통화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엑셀로 정리해서 그래프로 보여줄까 고민했었다.) 결과는? 물론 전혀 변동 없음이었고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여자친구에게 "내 말이 틀렸어?"라고 물었고 그녀는 분한 얼굴로 한참을 나를 노려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러운 행동이다.)
한참을 도끼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여자친구는 갑자기 눈물을 머금은 눈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를 펴며 "아냐! 너 나한테 전화 안 했어!"라며 끝까지 우기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내 잘못을 깨달았다. "사람과의 대화 특히나 연인 간에 대화에서 이성적 논리는 관계를 해치기만 할 뿐이구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치졸한 방법이었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당신도 내기한 실수처럼 남자친구와 다툴 때 남자친구의 감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상식과 논리로 무장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하지는 않았나? 혹시나"내 남자 친구는 맨날 억지만 부리고 자기가 잘못한걸 죽어도 인정 안 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남자친구의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당신이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남자친구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릴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태양은 바람보다 빨리 코트를 벗게 만들 수 있다. 친절함과 우호적인 접근, 찬사가 고함치고 화내는 것보다 훨씬 쉽게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링컨이 한 말을 명심하라. '꿀 한 방울이 쓸개즙 한통보다 훨씬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당신이 생각한 대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싶다면 이 규칙을 적용하는 것을 잊지 마라.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4.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확실한 길
나는 내게 도끼눈을 뜨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여자친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 내가 멍청했어. 내가 전화를 똑같이 했든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네가 못 느꼈다는데. 내가 잘못한 거지,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면 내가 잘못한 거지."
생각이 다른 사람 둘이 만나 부대끼다 보면 분명 크고 작은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논쟁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고 남자친구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의 말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완벽한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에게 당신은 남자친구의 적이 아니며 남자친구를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사소한 논쟁이 당신의 생각보다 너무 크게 번졌을 때에는 두 눈 질끈 감고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너무도 뜬금없겠지만 남자친구는 당황하며 억지논리를 펴는 것을 중단할 것이다. 그때 "미안 그냥 내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거보다 중요한 건 내가 오빠를 너무 사랑한다는 거야."라며 후속타를 날려보자. 방금까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옹졸한 모습을 보이던 남자친구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남자친구를 무너뜨리고 싶나? 그렇다면 완벽한 논리를 펼쳐 남자친구의 자존심을 짖뭉게기보다 당신이 남자친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줘라. 당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던 옹졸한 남자친구는 사라지고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사과를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