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좀 예민한 것 아닐까?
연애 중에 어떤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이 문제를 고쳐야 해!"가 아니라 "혹시 내가 좀 예민한 것 아닐까?"다. 많은 경우 내 문제가 아닌 상대의 행동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큰 문제로 확대 해석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엔 시시콜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고 항상 들떠있는 여자 친구였는데 요즘 여자 친구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고민이네요. 얼마 전에도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는데 여자 친구가 아무 말이 없더라고요. 저는 또 혹시 제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왜 말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그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가고 있는데 또 한 5분 동안 아무 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왜 말이 없냐니까 여자 친구는 "오빠도 말이 없었잖아"라고 하고... 그래서 저는 내가 무슨 잘못한 거 있냐고 있으면 말을 하라고 했지만 여자 친구는 그냥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네요. 원래는 말이 많으면서 말이 없는 건 뭔가 있다는 소리 아닌가요? 왜 여자 친구는 말을 하지 않는 걸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L님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집에 들어가면 밀린 미드나 볼까? 라던가... 내일은 남자 친구랑 맛집에 가자고 해볼까? 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물론 마냥 좋은 상황 같지는 않아요. 연인관계에 대한 권태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죠?
L님의 마음도 공감은 돼요.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은 안 하고, 사실은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죠. 뭔가 L님에게 마음이 뜬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조심스레 “무슨 일 있어?”라고 했다가 여자 친구가 “응? 아무 일 없는데?”라는 말에 뭔가 감춘다는 느낌을 받으며 생각이 “이제 내가 예전만큼 좋지 않는구나?”까지 미치다 보니 서운하고 또 기분이 상하는 거죠.
저는 L님이 여자 친구의 침묵에 대해서 너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뾰루지가 났다고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뾰루지가 나면 자꾸 신경이 쓰이고 거슬리죠. 하지만 그냥 두면 거의 대부분은 하루 이틀 지나 다시 들어가 버려요. 그런데 신경 쓰이고 거슬린다고 자꾸 만지작 거리면 정말 보기 흉 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고 결국은 피를 보게 되죠.
그래요 여자 친구의 침묵을 마냥 좋게 볼 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 권태의 신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여자 친구는 여자 친구의 말처럼 그냥 별생각 없는 상태이지 “언제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하나...”라며 고민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L님이 자꾸 침묵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 별생각 없던 여자 친구도 L님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대화를 짜내려고 하다가 지치게 되는 거죠. 더욱이 문제는 여자 친구가 억지로 짜내는 대화를 L님의 만족할 리가 없겠죠? 분명 L님은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여자 친구는 L님의 서운해하는 모습과 짜증내는 모습에 지쳐버려서 진짜 헤어지자고 해버릴지도 몰라요.
차이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는게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 뾰루지처럼 그냥 두면 알아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를 굳이 문제를 키우고 결국 피를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죠.
연인과 트러블 없는 소통을 원한다면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L님의 사연만 해도 그래요. L님은 침묵에 대해 불편해하며 이것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이것은 L님의 불편에 집중한 결과죠. 여자 친구를 존중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을 때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말을 하면 설령 아닌 게 아닌 것 같아도 여자 친구의 말을 존중하며 한발 물러나 주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요?
지금껏 수많은 이별 커플을 봤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쪽이 바람이 나거나 또 한쪽이 마음이 완전히 식어서 헤어지는 커플은 사실 10 커플 중 2 커플이 될까 말까에요. 거의 대부분은 L님의 경우처럼 상대의 어떤 행동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면서 그냥 두면 될걸 문제가 아닌걸 문제로 만들었다가 헤어지곤 해요. 이게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 때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문제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