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하면 항상 상대방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면 항상 상대방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연애를 한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나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들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괜한 다툼이 일어나고 이별을 맞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밀려난다는 느낌은 결코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의 잘못 혹은 상대를 비난하고 강요할 수 있는 원인으로 여기는 게 괜찮은 걸까?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28살 여자입니다. 저에게는 1년 넘게 만난 한 살 연상의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사내연애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남자 친구가 광고 관련 회사로 이직을 한 상태네요. 워낙 서글서글한 성격의 남자 친구라 이직한 회사에서도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뭔가 마음에 구멍이 난 것만 같아요.
남자 친구가 이직한 회사가 작은 광고 회사인데 분위기가 대학교 동아리 같은 분위기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퇴근시간 없이 회의도 하고 다른 이야기도 하며 밤을 새더라고요.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고요; 남자 친구도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요.)
사내연애를 했었던 터라 거의 매일 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것도 적응하기가 힘들었는데 최근엔 회사일이 바빠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지난번에는 주말에 저랑 데이트하다가 밤 9시에 회사에 출근을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오빠가 연락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에요. 틈날 때마다 연락해주고, 애정표현도 전보다 더 많이 해주고요. 분명 제가 화낼 포인트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자꾸 마음이 꽁... 합니다. 오빠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서운함이 되고 그러다 짜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순위가 밀려나 슬픈 것도 같아요.
사실 오빠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오빠에게 자꾸만 틱틱거리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미워요... 자존감이 낮은 탓일까요? 열등감 때문일까요?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 28살 직장인 C양
C양에게 조언을 하기 전에 먼저 C양의 행동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 보통 C양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연락이 줄어들고 말고를 떠나 이전과 달라진 연애에 대해 남자 친구의 탓으로 돌리고 비난하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C양은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나름 객관적으로 파악을 하고 남자 친구에게 틱틱거리긴 하지만 남자 친구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다!
C양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감정조절을 하고 싶다면 본인의 감정을 직시해봐요!"라고 말이다. 예를 들어 C양의 경우라면 남자 친구를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거나 참지 말고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직시하는 거다. "아... 나 지금 서운함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말이다. 얼핏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시를 한다면 서운함이 짜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감정을 직시한다는 건 일종의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한다. 남자 친구가 C양과 데이트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을 한다고 했을 때 C양이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지 않으면 남자 친구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에... 오늘은 여기까지 밖에 함께 있지 못해...?"와 같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아쉬운 감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더 함께 있고 싶은데... 회사 가지 말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라는 서운한 감정에 도달하고 결국은 불쾌한 감정과 짜증으로 발전하며 "뭐야! 회사 간다는 말 없었잖아!"라고 화를 내게 된다.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해서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친구를 만나 놀겠다는 것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도 아닌데 대뜸 짜증과 화를 내는 여자 친구를 보게 되면 여자 친구가 아쉽고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감정적이고 욱하는 여자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C양이 남자 친구가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느끼는 아쉬움과 서운함을 그때 "아... 오빠랑 데이트를 조금밖에 못하니까 내가 아쉽고 서운하구나...?"라며 바로 직시해보자.
그러면 남자 친구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기보다 억지로 참거나 이해할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빠 힘들겠다..."라던가 "요즘 너무 바빠져서 너무 아쉽고 서운해~"라는 말이 나올 것이고 남자 친구도 C양의 감정에 대해 공감을 해주며 다른 보상?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C양이 생각한 대로 남자 친구의 잘못은 아니다. 물론 C양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누구나 그러하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우선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 함께 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가 상황 때문에 제대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C양이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또 자신의 감정을 남자 친구에게 솔직히 말하고 남자 친구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을 다른 가치 있는 일들로 채워나간다면 금방 안정적인 연애에 진입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