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원만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타인과 원만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어떤 상황이든 상대의 입장과 시각에서 보려고 해야 한다. 내가 나의 시각과 기준에만 집중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상대에겐 상처고 부담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쉽게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제게 다 맞춰주던 남자 친구였어요. 인천 살면서 저를 만나러 항상 서울까지 달려오기도 했고요... 헤어지기 한 달 전 남자 친구가 며칠 동안 연락이 잘 안 되어서 짜증을 냈었는데 남자 친구가 다 이유가 있다고 주말에 만나서 얘길 하자고 하더라고요. 들어보니 부모님 사업이 좀 어려워져서 공무원 준비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친척형이 부산에서 작은 공장을 하는데 거기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저는 장거리 연애에 자신도 없고 그러는 게 너무 싫고 안 갔으면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후 계속 투덜대기도 했고요... 집으로 가는 길에도 기분이 풀리지 않아서 남자 친구에게 할 말 없냐고 물었는데 남자 친구는 무슨 말이냐고 하고 저는 삐져서 돌아서서 걸어갔는데 남자 친구가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남자 친구가 조심히 가라고 톡이 왔지만 저는 서운 한티를 내고 짜증내버렸어요. 그러다 다음날 전화로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헤어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집에선 부모님이 싸우시고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건 부산 내려가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마음이 식은 걸까요...?
- K양
K양 입장에서 어쩔 서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평소에 K양을 끔찍이 아껴주며 사랑을 해줬던 남자 친구인데 이제는 부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그러면 롱디가 되고... 자연스레 연락도 뜸해질 수도 있고 또 나만 보던 남자 친구에게 다른 여자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K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너무도 서운한 일인데 상황상 부산을 안 갈 수는 없겠지만 서운해하는 K양을 좀 더 따뜻한 말로 다독여주고 또 안아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을 하자면... K양의 행동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져서 날마다 부모님이 싸우고, 더욱이 집안이 어려워져서 꿈꾸던 공무원도 포기하고 친구 하나 없는 부산으로 내려가 원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하는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K양의 행동은 어떻게 느껴질까?
그렇게 K양을 아끼던 남자 친구인데 K양의 서운한 마음을 어찌 모를까? 하지만 자신의 처해진 상황에서 K양의 서운해하는 모습은 위로해주고 싶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상처로 다가왔을 거다. 잔인하게 말을 하자면 "나는 지금 꿈도 포기하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눈앞이 깜깜한데 K양은 지금 롱디 되는 게 그렇게 서운 한 건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지금 K양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에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어려운 게 당연하니 말이다. 다만 "집안문제는 어차피 부산 가면 정리될 문제 아닌가? 사실은 그냥 마음이 식은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는 건 너무 K양의 아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K양이 남자 친구를 진짜 사랑했다면 아쉽고 서운한 마음은 잠깐 담아두고 남자 친구의 우울한 일상에서 유일한 밝은 빛이 되어주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다면 헤어져 주자. 이별통보라는 게 꼭 마음이 식어야만 하는 게 아니다. 남자에게는 때론 연인이라는 존재가 무거운 부담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은 남자 친구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가끔 안부를 물으며 남자 친구가 상황에 적응할 때쯤 가끔 부산에 놀러 가 보자. 남자라고 모두 바보는 아니다. 자신을 위해 잠시 뒤로 물러나 주고 또 힘을 주려는 K양의 마음을 분명 알아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