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보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연애를 시작하면 마치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처럼 서로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또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간섭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쪽 다 그것에 동의한다면야... 뭐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상대와 하나가 되려고 하기보다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보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두 달 정도 만난 남자 친구가 있어요. 나이는 저도 남자 친구도 20대 후반이고요. 사귀고 얼마 있다가 남자 친구가 장난식으로 오토바이를 산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맘대로 하라고 했어요. 제가 어이가 없었던 이유는 제가 오빠한테 뭐든 통보하듯이 얘기하는 게 너무 싫고 뭔가 큰 결정을 할 때 혼자 결정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누차 말했었는데 딱 그렇게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화를 냈죠.
다음날 오빠가 이런저런 이유로 오토바이를 사려고 하는 거다 말을 하길래 제가 난 오빠 행동을 무작정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항상 이렇게 미리미리 말해서 날 설득해달라고 말을 했어요. 그래서 언제 살 거냐고 물었고 다음 주쯤 살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며칠 뒤에 이미 오빠 핸드폰을 보다가 사진첩을 보고 이미 오토바이를 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빠는 왜 남의 폰을 몰래 보냐며 화를 냈고 저는 그게 중요하냐며 내가 연애하면서 바보 만들지 말아달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냐고 거짓말하는 거 너무 싫다고 말했는데 이게 뭐냐고 오빠가 그게 힘들면 말하라고 그냥 관심을 끊겠다고 말을 했어요.
저는 거짓말에 대해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어요... 전 남자 친구 때문이죠... 제가 만만하고 속이기 쉬웠나 보죠... 그리고 꼭 제가 싫다는 것은 몰래 하더라고요... 정말 사소한 것부터 인생이 걸린 일까지... 제가 인생을 얼마나 답답하게 살면 이렇게 속고 살까 싶은 마음 때문에 너무 속상했어요..
남자 친구는 저를 속일 의도가 아니었고 오토바이에 대해 너무 싫어하고 화를 내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나중에 솔직히 말을 하려고 했다고 했어요... 일단은 용서했는데... 걱정이에요... 앞으로 제가 남자 친구를 다 믿고 존중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가 아예 남자 친구를 다 알려고 하지 않고 포기하고 지내면서 행복한 척 지내게 될까요?
- 20대 후반 C양
일단 C양의 사연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남자 친구가 오토바이를 사는데 C양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다. 오토바이가 너무 위험해서인가? 아니면 20대 후반인데 결혼자금을 모아야 할 시기에 오토바이를 산다고 해서인가? 아님 둘 다...? 어떤 쪽이든... 이게 남자 친구가 C양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인지... 나는 좀 모르겠다.
또 C양은 통보하듯이 말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을 하는데... 남자 친구가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C양과 꼭 의논을 해야 하는 걸까...? 결혼을 약속하고 둘이서 이미 경제적으로 합쳤다면 모를까...
물론 연인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하든 상대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던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건 아니다. 이왕이면 큰 결정을 할 때 상대와 의논을 하면 좋겠지만 때론 사안의 경중이 서로 달라 못하고 넘어갈 때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면 될 일이지... 상대를 비난하는 게 정당한 일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아예 이야길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야길 꺼냈는데 C양이 불같이 화를 내니까 더 이야길 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미리 말해서 설득을 해줘!"의 부분은 음... 뭐랄까... C양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 같아 우려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남자 친구가 자기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는데 그냥 대화도 아니고 C양을 설득해야 한다라... 전체적인 뉘앙스가 뭔가 "오빠가 걱정된단 말이야...."보다는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쪽에 가깝다고 느끼는 건 나뿐일까...?
C양아 C양은 남자 친구를 믿고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을 하는데 믿음과 존중은 상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드는 거다. 혹시 지금 C양은 믿음과 존중을 말하며 결국은 남자 친구를 C양의 통제 아래에 두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C양이 원하는 게 통제가 아니라 소통이라면 상대에게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오토바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화를 내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오토바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남자 친구가 오토바이를 사겠다고 했을 때 C양이 "오토바이는 좀 위험하지 않아...? 난 좀 걱정되던데... 오빠는 왜 오토바이가 사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면 남자 친구도 좀 더 솔직히 이야길 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C양이 남자 친구를 존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는 건 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냐!?"라는 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거니까 존중을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먼저다.
또한 C양의 문제는 연애를 너무 극단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거다. "완전히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공유하고 맞추는 게 아니면 연애가 아니야!"라는 식의 생각은 C양과 상대 모두 피곤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트러블을 일으키게 된다.
C양이 건강한 연애 관계를 원한다면 어떻게든 둘을 하나로 묶어놓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려고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