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적당한 게 좋은 거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거다. 물론 연애도 그렇다. 연애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됨은 물론이요.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금방 연인을 지키게 하거나 본인 스스로가 지쳐버리곤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 우리는 대부분 적당함을 추구하므로 꼭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히 적당함에 도달할 것이니 말이다.
얼마 전 정말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지고 너무 괴로워서 혼자 술을 한잔 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대학동 기도 혼자 그 술집으로 술을 마시러 왔었더라고요. 정말 운명처럼 말이죠. 저희는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저는 함께 술을 한잔 하자고 권했는데 그 친구는 그날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게 금사빠이니까 금방 잊고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어요.
금사빠라... 사실 인정을 하지 않았었지만 맞는 것 같긴 해요...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건 맞는 거겠죠...? 남들은 좋겠다고도 하지만 저는 너무 힘들어요. 사랑에 금방 빠지고 또 질려버리기도 하고요... 덕분에 감정소비도 심해요... 이것도 병일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P군
많은 분들이 금사빠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금사빠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저는 금사빠인 친구가 사랑에 빠졌다고 고민을 토로하면 때론 부럽기도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워낙 무던한 스타일의 연애를 주로 했었던 터라 금사빠들의 파이팅이 때론 부러워요.
물론 너무 심한 친구의 경우에는 조금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말은 해주기도 하죠.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얼마 안 되어서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P군의 사연을 들은 3자의 입장에서는 뭔가 괜히 불편한 감정이 들고 훈수를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자체가 심한 일이라던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심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힘들고 슬픈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자연히 그것이 호감과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연애나 사랑을 과도하게 신격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사랑했으면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되고 하면서,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자격미달이라는 식인데... 저는 그게 조금 불편해요. 사랑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하나인데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 거죠.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다음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전 여자 친구를 진짜 사랑하지 않았다던가 새로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금사빠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이런저런 불편함을 분명 있어요. 예를 들면 과도하게 연애에 몰입하며 쉽게 지치거나 연애에 대해 큰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죠.
저는 P군에게 금사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보다는 조금 다른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저는 연애를 잘하는 법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법이 같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영화에 몰입을 해야겠죠? 주인공이 귀신을 맞닥뜨리게 되면 마치 내 앞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야 가슴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때론 과하게 몰입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귀신이 나타난 것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죠.
물론 “에... 저거 다 가짜잖아~”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화와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몰입하는 건 좋지 않겠죠? P군이 그동안 금사빠 스타일의 연애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무조건 “난 금사 빠니까 이 감정도 가짜일 거야!”라며 스스로의 감정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이건 사랑이야!”라며 돌진하기보다는 “아... 내가 저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는구나?”정도로 톤다운을 한다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