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바라는 만큼 타인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가?
타인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할 땐 이렇게 생각해보자. "왜 타인이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할까? 나는 내가 바라는 만큼 타인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가?" 이게 조금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는 상대가 공감하기 쉽도록 얘길 했나?"
저는 27살 여자이고요. 지금은 200일 조금 넘게 만난 2살 연상의 남자 친구가 있어요. 문제부터 얘길 하자면 제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서 속상했던 얘기를 하면 저의 얘기를 들어줄 때 남자 친구의 단어 선택이나 태도가 정말 적절하지 못하다고 느껴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제가 거실에 스마트폰을 좀 놔뒀는데 부모님께서 제가 남자 친구와 나눈 카톡대화를 보셨어요. 그러고는 제게 함부로 남자 만나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카톡 대화를 들킨? 게 창피하기도 하고 남자 친구에 대해 안 좋은 얘길 하신 게 속상했죠.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얘길 했는데 남자 친구는 "근데 밖에 놔둔 게 잘못 아냐?"이 러더라고요. 저는 제 맘을 몰라주는 남자 친구에게 서운해서 투정을 부렸고 다툼까지는 아니었지만 작은 언쟁이 있었어요. 그러다 침묵이 흘렀는데 남자 친구가 "오늘 뭐해?"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왜 얘길 돌려?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자기랑 나눈 카톡을 들킨 것도 민망하고 또 자기에 대해 안 좋게 얘길 하셔서 마음이 안 좋아서 위로받고 싶었다고 말을 했고 남자 친구는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잘 풀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더 위로를 해달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다고
하.. 제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가 이런 말을 들으면 서운해하지 않을까?'라는 배려를 하지 않고 얘길 하는 것 같아요... 항상 이런 식이다 보니 대화도 잘 안되고요... 이런 남자와는 어떻게 깊은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너무 감정적인 걸까요...? - 27살 L양
L양의 사연을 보니 한때 이슈가 되었던 응사의 남자 친구 센스 테스트? 가 생각이 난다. 여자 친구가 이사를 갔는데 방에는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문을 열면 매연이 들어와서 힘들다고 말을 하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정답은 "괜찮아?" 하던데... "페인트 말려야 하니까 일단은 창문 열고 일루와~"를 생각했던 내입장에서는 숨이 콱! 막히는 정답이었다. 공감을 바라는 여자의 마음은 알겠다만 남자의 입장에서는 참 저런 질문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L양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가 속상한 마음을 달래 주길 바랬겠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 L양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한번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는 별일 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L양에게 전화가 온다. 그리고 대뜸 짜증 혹은 불쾌한 목소리로 "엄마가 거실에 있던 내 폰을 봤어!"라고 투정을 늘어놓았다! 남자 친구는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남자 친구의 속마음은 "L양의 엄마가 나빴다고 말을 해야 하나...? 근데... 폰을 본 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 그러면... 관리를 좀 잘하지... 그나저나 이 얘길 왜 나한테 하는 거지? 나보고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정도였을 거다. 사실 지금 L양이 하는 행동은 식당에 "아무거나 시켜~"라고 해놓고 이거 싫다 저거 싫다 하는 것과 똑같다.
L양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이건 남자 친구의 잘못이라기 말하긴 좀 어렵다. 굳이 잘못을 찾자면 센스가 좀 부족하달까...? L양이 조금만 더 자세히 L양의 속마음을 말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L양이 카톡을 들킨 것도 민망하고 부모님이 남자 친구에 대해 안 좋게 얘길 해서 속상해서 위로받고 싶다고 말을 하니 남자 친구도 나름의 위로를 해주지 않았던가?
문제는 더 위로해 달라인데... 더 위로 해달 라라... L양은 반대 입장이라면 뭐라고 위로를 해줄까...? 조금 막연하고 답답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지... L양이 정말 남자 친구와 깊은 대화를 원한다면 L양의 감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고 또 막연하지 않은 디테일한 부탁을 정중하게 해보도록 하자.
남자 친구는 L양의 개인 전담 컨시어지가 아니다. "나 지금 속상한데 위로해주라!"라고 하지 말고 "나 속상하고 스트레스받는데 스트레스 풀게 우리 엽떡 먹으러 가자!"라고 말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