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좀 더 잘 흘러가게 해줄 수 있는 정도의 노력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룬 것들의 대다수는 우리가 안될 것을 되게 만들었다기보다 자연히 그렇게 될 일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니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노력은 해야겠지만 뭔가 억지로 끌어내는 노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좀 더 잘 흘러가게 해줄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녀가 어째서 나의 뻔뻔한 유혹을 딱 잘라 거절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그 시기 내 몸에 특수한 자기磁氣 같은 것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녀의 정신을 (비유하자면) 소박한 쇳조각을 당기듯이 끌어당겼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신이니 자기니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그녀가 순수한 육체의 자극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을 때 '마침 눈앞에 있던 남자'가 나였는지도.
- 기사단장 죽이기 p21, 무라카미 하루키
나 자신을 이성을 유혹하는 데에 도가 튼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은 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의 연애 평균 보다야 (아주) 조금 더 연애를 해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난 저런 스타일의 남자는 절대 싫어!"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여자의 마음을 돌려내거나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누가 봐도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여자에게 다가가 "너! 내 여자 해라!"라며 마음을 얻은 적도 없다.
그럼에도 평균보다 (아주) 조금 더 많은 연애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하루키가 말하는 내 몸에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 흐르고 있을 때와 이 특수한 자기 같은 것에 반응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를 감지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다? 고나 할까?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라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다보면 아주 가끔씩 "난 뭐든 할 수 있어! 나 요즘 잘 나가잖아!?"라는 자신 만만한 기분이 들 때라던가 아니면 반대로 "삶이라는 건 뭘까...? 너무 권태로워..."라며 한없이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을 때.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기분과 상태에 빠져있을 때 우리는 누구나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 흐른다.
그리고 이런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 흐를 때 반드시 까지는 아니지만 대체로 "어머!? 이 사람 왜 이렇게 자신감에 차있지!? 이런 긍정적인 느낌 좋아!"라던가 "나도 요즘 권태와 우울에 빠져 있는데..."와 같이 나의 특수한 자기 같은 것에 반응하는 사람을 마주하곤 한다. 다만 차이라면 난 그 교류를 잘 캐치하고 또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줄 안다는 정도?
결국 연애라는 건 누군가를 간절히 원해서 노력하여 만들어내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석에 소박한 쇳조각이 끌리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건 아닐까?
당신이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매력이 없어서라기 보다 자신에게 어떤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 흐르는지 그리고 이 특수한 자기 같은 것에 누가 반응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연애를 시작하길 원한다면 당신의 관심을 이성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보자. 그래야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특수한 자기 같은 것이 흐를 때 주위를 잘 살 펴자. 그러면 분명 당신을 사랑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신의 특수한 자기 같은 것에 반응하는 이성이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