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뭐든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아련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지는 말자. 지금은 지금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때이니 말이다. 그러니 예전과 달라진 자신을 예전으로 되돌리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요즘 연애에 대한 저의 가치관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했었지만 몇 번의 반복된 연애를 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다시 순수하게 누굴 좋아할 수 없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남자를 볼 때 학력이나 외모는 물론 저와의 공통적인 가치관이나 취미 그리고 특기 등을 보고 평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더 이상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좋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최근 제 이상형에 부합하는 남사친이 생겼어요. 문제는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분명 제 이상형인 것 같은데 이성적인 호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엄청 혼란스럽고 짜증도 나요... 제가 좋아할 만한 남자인데 왜 좋아하질 못하는지...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엔 또 이 친구와 비교될 것 같고요...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네요... 저 이대로 연애를 계속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 K양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근원적인 질문이다. 지금 K양이 느끼는 혼란은 감정은 성숙해 가는데 그 변화를 이성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면서 생기는 혼란 일지 모른다.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며 K양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꼭 내 기대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니구나...?",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이런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하는구나?" 따위를 느끼며 자연히 연애에 대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건 속물이 된다는 것보다는 아기 입맛에서 어른 입맛으로 변해가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런 변화에 대해 "아... 내가 이제 조금씩 성숙해가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왜 옛날처럼 순수하게 사랑을 하지 못하지!?"라고 생각을 하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을 수밖에 없다.
K양은 옛날처럼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좋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히려 좋은 변화다. 연애라는 건 어디까지나 K양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가지 요소중 하나일 뿐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연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절대적인 연애일수록 우리는 상대와의 작은 트러블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비난하기 쉽다. 오히려 한발 정도 뒤로 물러나 있을 때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고 서로를 존중할 여유가 생긴 다는걸 아직 K양은 이해하기 힘든 거다.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갑자기 성장을 하면 성장통을 느끼듯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조금 혼란스러울 뿐인 거다.
이상형에 가까운 남사친도 그렇다. 객관적인 지표는 이상형에 가까울지 몰라도 K양이 본능적으로 뭔가를 느낀 거다. "객관적으론 이상형에 가깝지만 뭔가 아냐..." 하는 느낌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서 시후미는 이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어쩌면 K양도 그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