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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13. 2019

8. 잘잘못을 따지면 대화를 할 수 없다.

K양

K양 저도 처음부터 화를 내거나 따지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좋은 말로 대화를 하려고 시도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때뿐이라는거예요. 제가 뭐라고 하면 그땐 미안하다고 잘하겠다고 말해놓고 조금 지나면 다시 똑같아요. 그러니 제가 화를 낼 수 밖에 없죠. 


며칠전엔 제가 연락문제로 참다가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요즘 너무 연락이 줄어든거 아니냐고요. 그리고 바쁘다면서 이따가 전화한다고 했다가 그냥 넘어간적도 몇번 있지 않냐고 요즘 왜그러냐고 했더니 남자친구는 한숨을 쉬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좀 더 신경쓰겠다며 그냥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더 얘길 하고 싶었지만 괜히 또 싸우게될까봐 그냥 제가 참기로 했고요. 


화를 내지 않고 대화로 하고 싶어도 이렇게 대화를 회피하거나 알았다고만하고 매번 같으니 저도 참다참다 화를 낼 수 밖에 없고요.


바닐라로맨스

저는 연애중 트러블을 겪을 때 상대와 차분히 대화를 해보라고 말을 해요. 그러면 대번에 K양처럼 말해요. "저는 대화를 하고 싶지만 남자친구는 대화를 회피해요!" 혹은 "대화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걸요!"라고 말이죠. 그러면 저는 "정말 대화를 했어요?"라고 반문해요. 


많은 분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고 말을 하면 화를 내지않고 대화를 한거라고 생각해요. 과연 그럴까요? 만약 K양의 어머니께서 K양이 술을 마시고 늦에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셨는데 K양이 늦은밤에 들어왔을때 "얘, 너 이리와 앉아봐.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늦게까지 술마시고 돌아다닐거니!?"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게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어쩌다 늦게 되었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어떤 점은 어머니께서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머니의 말씀을 듣기 싫은 잔소리로 치부하고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내가 올해 몇 살인데 그래!"라며 대들거나 차마 그럴수 없다면 입을 꾹닫고 어머니의 잔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진 않을까요? 어머니의 말도 그런데 연인의 말은 오죽할까요.


K양 입장에선 서운함이 쌓인것에 대해 큰소리로 화를 내지 않고 남자친구에게 이야길 했으니 노력한것이라 생각할지 몰라요. 그런데 남자친구입장에서는 K양이 자신을 가해자로 여기며 비난의 투로 이야길 하니 K양의 입장에서 연락이 없어서 서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아... 또 시작하는구나..."라던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건데!?"라는 생각이 들기 쉽죠.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면 방어적 태도를 취해요. 너무 당연한 반응이죠. 외부에서 자신을 공격하는데 누가 그냥 당하고만 있겠어요. 모든 소통의 창구를 닫고 오로지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가 자신을 더 공격하지 못하도록 반격하는데에 온 신경을 쏟을 수 밖에요.


제가 연애에 있어서 남자든 여자든 잘못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연애를 하며 잘잘못을 따지게 되면 상대에게 서운함이나 불만을 느끼는 쪽은 여과없이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상대를 비난하게 되죠. 그러면 상대는 어떡하겠어요. 자신을 방어해야하니 상대의 불만에 공감하기보다 귀를 닫고 방어와 반격에만 집중하며 사소한 트러블이 헤어져야할 수 밖에 없는 트러블로 확대되겠죠. 


가만히 한번 생각해봐요. K양 본인의 경험도 그렇겠지만 주변의 연애들도 상대가 바람을 피우거나 현실적인 피해를 끼치는 등의 정말 헤어지지 않으면 안될 큰일때문에 헤어지던가요? 막연히 성격차이라며 헤어지지만 그건 사실 소통의 문제이고 그 소통의 문제는 거의 대부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눠놓고 비난하고 방어하는 식의 대화 패턴으로 사소한 문제를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는 트러블로 확대했기 때문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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