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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22. 2019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남자 친구, 참아야 하나요?

끊임없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연애 트러블을 겪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참거나 화를 내거나 둘 중 하나인 흑백논리에 심취해 있다. 사실 그냥 눈 질끈 감고 참거나, 누가 이기나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는 것이 속 편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겠지만 조금만 지나고 보면 참다가 속이 화병이 생기고, 대판 싸우고 나면 후회만 남곤 한다. 꼭 어느 쪽을 선택하거나 누가 맞는지 따질 필요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저는 사실 남자 친구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어디서 시시콜콜 뭘 하는지 궁금하지가 않아요. 하지만 남자 친구는 제가 술을 마시면 몇 시까지 꼭 들어가고, 회사 일을 하다가 언제 쉬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퇴근해서 버스에서 내렸는지 등등 시시콜콜하게 뭐든 말해주길 바라요.
그래서 전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해주려고 하고요. (본인도 그렇게 하고요.) 그러다가 제가 실수로 연락을 깜빡하면 남자 친구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 신경 쓰지 않느냐 등등 말하며 난리를 쳐요. 근데 본인이 연락을 잘 안 했을 때 제가 왜 연락 안했냐고 하면 남자 친구는 왜 또 그러냐며 짜증을 내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
전 사실 남자 친구가 연락이 없어도 상관 안 하는 편인데 저에겐 닦달하면서 자기는 안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연애는 공평해야 하잖아요. 전 연애뿐만 아니라 뭐든 공평한 게 좋거든요. 불공평한 건 절대 못 참아요...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 좀 부탁드려요...
- C양


그래! C양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이 공평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여러 가지 상황에서 트러블 없이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다. 문제는 '공평'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연락 문제에 대한 C양과 남자 친구의 상황을 보자. 단순히 등가교환식으로 생각한다면 C양도 연락을 잘하고, 남자 친구도 연락을 잘해야 공평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연락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C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자 친구는 연락이 곧 애정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이러니 똑같은 수준의 연락을 유지하려면 C양은 남자 친구보다 좀 더 신경을 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C양이 더 노력했으니 됐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에게 맞춰준 C양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를 위해 큰?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니 C양의 노력에 대한 가치는 양쪽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C양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연락에 대해 남자 친구에게 맞춰주기 위해 큰 노력을 했으나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남자 친구가 미울 수밖에 없다. 또한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을 해놓고 불만을 제기하는 C양이 유난스럽다고 느껴지는 거다. 


C양은 "어쨌든 내가 맞춰줬는데 왜 자기가 연락이 안 됐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건데! 완전 내로남불 아냐!? 불공평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 맞다 '내로남불'! 하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나름 논리가 있다. 


C양과 남자 친구 모두, 남자 친구가 좀 더 연락에 민감하 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래도 연락에 관한 지적을 받는 쪽은 남자 친구보다 C양 쪽이 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횟수로만 따지면 C양보다는 연락을 좀 더 잘하는 편이니 가끔은 이럴 수도 있다 라며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쉬운 거다. 


가만히 듣고만 있기엔 속이 터져버릴 것 같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가 유난히 이기적인 사람이라기보다 내로남불은 누구나 쉽게 빠져버리는 함정이다. C양이 실수로 연락을 안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서로 연락 잘하기로 했다가 실수로 연락을 못했을 때 가장 첫 번째로 드는 감정이 남자 친구에 대한 미안함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일까? 


아마도 "그동안 내가 억지로 맞춰줬는데 가끔 실수할 수 도 있지!"이거나 "내가 일부러 그랬나? 이런저런 일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와 같은 생각이 들었을 거다. 남자 친구뿐만 아니라 C양도, 뿐만 아니라 인간은 모두 누구나 불리한 상황에서 반성을 하기보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이건 그 사람이 이기적이고 자시고 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면 C양은 계속해서 억울하고 불공평한 연애를 억지로 참아가며 해야 할까? 물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행복하자고 하는 연애인데 억지로 고난의 행군을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역시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C양과 연락에 관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까? 뭐...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아직 C양이 남자 친구에게 호감이 있다면 좀 노력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니... 참지도, 헤어지지도 말라니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싶을 거다. 우리는 트러블의 상황에서 참거나 싸우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흑백논리에 빠지곤 하지만 사실 관계라는 건 참는 것도 싸우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관계에서 유일한 답은 '대화' 뿐이다.


대화라는 건 결코 어떤 것이 옳은지 또한 어떤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 대화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난 너와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같은 편이야."라는 느낌을 상대와 공유하는 데에 있다. 상대와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공유하며 대화를 하다 보면 대다수 좋은 결과에 도달하게 되고 만약 좋은 결과에 도달하지 못해도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C양은 연락에 대한 남자 친구와의 트러블을 단지 남자 친구에게 맞춰주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C양도 겪었듯이 생각 차이라는 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맞춰주는 것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왜 상대는 저렇게 생각할까?" 답답하고 "왜 내 말을 왜곡해서 듣지!?" 라며 억울하더라도 억지로 참거나 화를 내며 싸울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상대와의 생각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기 쉽지만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아들러가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애초에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해라!"라고 말을 했겠는가? 갈등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상대가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끊임없이 대화를 해라. 이건 맞춰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C양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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