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비교하고 묶는 카테고리 작업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로 얼마 전, 소개팅을 했어요. 소개해준 친구가 “네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하면서 밀어붙이는 통에 아무 생각 없이 나갔는데요. 이게 웬걸! 정말 한눈에 호감이 가는 거 있죠! 음... 솔직히 말하자면 딱 제 스타일이라서 그랬다기보단... 그 사람이 전 남자 친구랑 너무 닮아서 호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 후로 지금까지 3번 정도 만났는데, 외모는 물론 말투나 관심사, 사소한 행동이 너무 닮아있어 순간순간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전 남자 친구와는 5년을 만났고, 3년 전에 헤어졌어요. 서로의 마음이 식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그와의 헤어짐이 참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전 새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전 남자 친구의 흔적을 계속 찾았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밉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연애를 포기한 적도 있었는데요.. 왠지 이 남자는 놓치고 싶지 않네요. 어떤 이유에서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사람인데.. 그리고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고백까지 받았는데.. 제가 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옮은 일일까 싶습니다. 이대로 또 이 사람과 끝을 내버리면 앞으로 진짜 연애를 못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도, 전 남자 친구의 흔적 때문에 이 사람을 만난다면 결말은 뻔하지 않을까... 내가 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O양 사연
우리의 두뇌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의 정보를 하나하나 분석하려고 하지 않고 카테고리화를 해요. 네발로 다니면 포유류, 날개가 있으면 조류,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런 사람에게도 적용되곤 해요. 어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과 비교하며 비슷한 것을 묶어서 관리를 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박한별이나 장혁이 신인 때 전지현과 정우성 닮은꼴로 유명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요즘 누가 박한별이나 장혁을 보면서 전지현과 정우성 닮은꼴이라고 생각을 하나요? 사람들이 처음엔 새로운 정보인 박한별과 장혁을 자신이 아는 정보인 전지현과 정우성에 묶어서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박한별과 장혁의 새로운 정보들이 늘어나고 다른 점을 알게 되면서 점차 박한별과 장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게 되는 거죠.
그러니 O양이 괜히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원래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 새로운 정보 중에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비교하고 묶는 카테고리 작업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호기심이든 운명이든 일단 호감이 느껴졌다면 그건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O양에게 유의미한 정보라는 소리이니 좀 더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O양이 고민하는 게 이 분을 놓치면 앞으로 연애를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막상 연애를 하자니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인 것 같은데, 사실 둘 다 말도 안 되는 고민이에요. O양은 몰라도 적어도 O양의 두뇌는 매우 유능해요. 이번 기회가 아니라도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은 혹은 자신이 선호하는 카테고리의 대상이 나타나길 항상 레이더를 켜 두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쉼 없이 카테고리 작업을 해요. 처음엔 전 남자 친구와 가까운 쪽으로 카테고리를 정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대를 더 많이 알게 되면 자연히 그 사람만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질 거예요. 물론 그때 가서 썸남이 싫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O양의 과제가 아니라 썸남이 노력해야 할 과제인 거죠.
썸남은 O양에게 사귀자며 제안을 하고 있어요. O양은 이것을 받아들일지 말지, 현재의 호감을 근거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이 과제이지,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도 없고 그러기에 고민할 수도 없는 거죠.
정 맘에 걸리시면 차라리 대놓고 말씀을 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다만, 이걸 꼭 말을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앞서 말했지만 이런 감정과 진행은 너무도 당연한 건데 굳이 짚고 넘어가면서 설레는 분위기를 깰 필요가 있는지 말이죠...
마치 사귀기 전에 “좋아서 사귀긴 하지만... 만약에 오빠가 사업이 어려워져도 난 대출이나 보증은 못 서줄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쓸모도 없는 얘기고 결국 분위기만 깨는 얘기죠.
사실 저는 이 모든 것이 O양이 연애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요. 돌이켜 생각해봐요. 5년 만난 남자 친구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음... 한 5년 만나다가 헤어지고 다른 비슷한 스타일의 남자 친구 만나야지~”라고 계획하셨나요?
우리의 감정 변화를 어찌 예상할 수 있겠어요. 다만 우리는 현실의 감정에 충실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연애를 하는 것일 뿐이죠. 힘내시고! 괜한 진지병에 좋은 경험을 회피하는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