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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31. 2019

좋아하는데 자꾸만 어긋나는 타이밍, 어쩌지?

연애라는 게 가만히 보면 마치 운전 같기도 하다

연애라는 게 가만히 보면 마치 운전 같기도 하다. 급한 마음에 액셀을 밟다가도 "너무 빠른가?" 싶으면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데 여기서 운전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갈리는 것 같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도로의 상황에 맞춰서 가속과 감속을 하지만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맘대로 풀 액셀을 밟고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이걸 연애라고 생각해본다면 당신은 어느 쪽일까?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오빠는 30대 초반의 예술계통의 남자고요. 소개팅으로 만난 저희는 첫 만남부터 정말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서로에게 끌리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저와 잘 맛는 남자였지만 아무래도 예술 계통의 사람이다 보니 저와 안 맞을 것 같다는 선입관도 있었고... 결혼하기에 좋은 상대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지만 진지하게 만나는 건 좀 부담스럽다고 이야길 했어요. 
제가 좀 감정 기복이 있고, 차분한 성격이 아니라 저와 비슷한 성격의 오빠와의 대화가 좋긴 했지만 결혼까지 생각을 해보면 저와 성격이 반대되는 차분하고 덤덤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현실적으로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빠도 자존심이 좀 상했을 텐데... 알았다고 했어요.
이후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분명 즐거웠지만 제가 철벽 아닌 철벽을 쳤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제 모습이 바보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남을 갖다가 오빠에게 불같은 성격이 만날 땐 좋지만 싸우면 정말 엄청날 것 같다는 말을 했고 아차 했지만 오빠는 제 말을 듣고 또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 같았어요... 오빠는 알았다고 했고 그러면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알겠다고 했고요...
그러다 미안하다고 내 마음이 그런 건 아닌데 자꾸 상처를 주는 것 같다고... 시간이 지나서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후 답은 없었고요. 그리고 저는 또 반성을 했죠... 난 대체 왜 이러지...? 하고... 그런데 두어 달이 지나 또 연락이 온 거예요. 
제 회사 근처라고 커피 한잔 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 정말 하필 그때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정신이 없어서 다짜고짜 바쁘다고 답을 해버렸네요.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오빠에게 언제 또 회사 쪽 오냐고 물었더니 나도 잘 모르지 이러는데... 하... 연락의 타이밍... 마음이 가는 타이밍이 왜 이렇게 어긋나는 걸까요...?
- H 양


면허를 따자마자 친구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쏜 날 나는 정말 친구들에게 평생 들을 모든 욕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면서 고작 쌍욕과 모둠회 대짜로 퉁쳤으니... 싸게 먹힌?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하여간... 부산으로 가는 내내 내 친구들 입에서는 "야야! 네가 레이서야? 급가속 좀 하지 마!", "야! 닌 눈이 없냐? 급브레이크 밟지 말고 미리 밟아 이!#$@%!"가 떠나질 않았다.


솔직히 난 그때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앞에 차가 출발했으니 나도 빨리 출발하려고 했던 것이고, 브레이크를 미리 밟을 수도 있겠지만 이왕 밟는 거 최대한 가까이서 밟는 게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H양의 사연을 보니... 나의 와일드한 초보운전 때가 생각난다. 좋으면 급가속을 했다가 뭔가 아닌가 싶으면 급브레이크를 밟는 연속... 이러니 안전 운행은커녕 도로의 흐름마저 방해하는 진상이 될 수밖에... 지금 H양이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건 타이밍이 안 맞는 게 아니라 H양이 연애 초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스무스하게 출발을 하고,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다짜고짜 급브레이크를 밟기보다 엑셀에서 발을 떼고 상황을 지켜보며 스무스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될 것을 H양의 감정에 따라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아대니 상대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느끼고 전체적인 연애의 흐름이 뚝뚝 끊길 수밖에.


예를 들어 첫 만남 때를 생각해보자. 첫 만남이지만 마음에 들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첫 만남에 결혼까지 생각하며 성격의 조화?를 따지는 것 자체가 쓸데없이 풀 액셀을 밟은 것이고, 다짜고짜 진지하게 만나는 건 부담스럽다고 이야길 하다니 이건뭐... 사고가 안 난 게 천만다행이다. 


이후 당연히 철벽을 칠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되면 액셀에서 발을 떼면 될 일이었다. 또 쓸데없이 싸우면 엄청나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고, 그러니 우리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이어가도 될 것을... 하지만 역시 압권은 커피 한잔... 이건 말을 말자...


앞서 말했듯 지금의 문제는 운명의 장난이나 남자 쪽의 성격이 아니라 급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반복하는 H양의 연애 스타일이다. 그런 식으로 연애를 하면  내 차를 타느니 완전군장하고 행군하겠다는 내 친구들처럼 썸남들이 나가떨어질 것이다. 


고수와 초보를 가르는 건 결국 여유다. 또한 이 여유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이런 표현이 좀 그렇겠지만 고작 연애다. 하다가 잘 안 맞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 그만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안타깝겠지만 악수하고 서로의 갈길을 응원해주며 헤어지면 그만이다. 


"오빠 언제 또 회사 근처와?"라는 말 따윈 집어치우고 당장 연락해라. "오빠 내가 조울증이 있어서 이랬다 저랬다해서 미안! 대신 오늘 모둠회 대짜 쏜다! 나와!" 그리고 정말 문제가 없다면 쓸데없이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마라. 궁금하지 않은가? 이 끌림의 끝이 어디 일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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