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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05. 2015

남자친구에게 불만을 현명하게 어필하는 방법

꼭 불만을 말로 할 필요는 없다.

여자들은 왜 남자에게 화를 낼까? 물론 남자들이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연락을 자주 하기로 해놓고 연락을 안 하고, 일찍 오기로 해놓고 전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느라 늦게 나오고(심지어 아무런 계획도 없이!), 기념일을 대충 지나려고 하고! 여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남자가 태연하게 하려고 하니 여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지 여자들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불만을 가장 쉽게 남자친구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당연히 대놓고 화를 내는 것이다. "오빠  이제부터 매일 연락하기로 해놓고 이게 뭐야!", "오늘 12시까지 보기로 해놓고 여태 잔 거야!? 그러니까 술좀 적당히 먹으라니까!!!", "오늘 우리 만난 지 1년인 거 몰라? 고작이 거야!?"라며 생각 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내뱉으면 당신은 한결 화가 풀리고 속이 시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정당한 분노들은 남자친구에게 어떠한 반성의 계기도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친구의 가슴속 깊은 곳에 조금씩 조금씩 쌓여있다가 불시에 이별통보로 당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분노는 언제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남자친구에게 불만을 표시해야 할까?


어느 정오에 자신의 제철공장 한 곳을 살펴보던 찰스 슈왑은 직원 중 몇 사람이 흡연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직원들 머리 바로 위에는 '금연'푯말이 붙어 있었다. 슈왑은 그 푯말을 가리키며 "자네들은 글을 읽을 줄도 모르나?"라고 말했을까? 아니, 그건 슈왑이 아니다. 
 
그는 직원들 쪽으로 걸어가서 담배를 한 개비씩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 말이야, 밖에서 담배를 피워준다면 내가 정말 고맙겠는걸." 그 직원들은 슈왑이 자신들이 규칙을 어긴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슈홥이 자신들에게 잘못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씩을 나눠주며 자신들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가?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4-2. 비판하고도 미움 받지 않는 방법


당신이 찰스 슈왑이었다면 과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에게 담배를 한 개비씩 나눠주며 나가서 피워줄 수 있겠냐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나와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이 사장이었다면 "거기 당신들 어느 부서야!?"라며그 직원들을 훈계하기 바빴을 것이다. 그들은 규칙을 어겼고, 나에게는 그를 훈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슈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훈계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찰스 슈왑이 직원들에게 "자네들은 글을 읽을 줄도 모르나!? 여긴 금연구역이라고!"라며 소리를 질렀다면 분명 직원들은 잽싸게 담배를 비벼 끄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 진심 어린 반성을 했을까? 아마도 "담배 한 개비 피운 거 가지고 되게 뭐라 하네...", "지가 사장이면 다야...?", "아... 재수없게 걸려가지고!"라며  반성은커녕 속으로 찰스 슈왑을 헐뜯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사장인 찰스 슈왑이 자신들의 잘못을 보고도 훈계를 하기보다 자신들을 존중해주고 간접적으로 지적을 해주었기에 직원들은 찰스 슈왑의 인성에 크게 감탄하고 존경하며 더욱 찰스 슈왑을 따르게 되었던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의 연애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당신에게 잘못을 하는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잘못을 했으니 혼나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남자친구의 잘못을 지적하기 급급했을 것이다. 물론 당신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된다! 남자가 먼저 잘못했으니 말이다! 다만 당신이 정당하게 화를 낸 것에 과연 남자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당신에게 미안함을 느낄까...?


물론 남자도 자신의 잘못을 알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화를 내고 남자를 꾸짖으면 남자는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속으로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자기는 한 번도 안 그랬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느끼고 행동이 변하길 원한다면 잘못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보다 찰스 슈왑처럼 간접적으로 지적해보자.


올해 초 무시무시하게 추운 겨울날에 나는 수유역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렸다. 분명 3시에 만나기로 했고 시계는 3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추워서 어디 들어가 있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왠지 곧 올 것 같아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항상 이런 예상은 빗나간다.) 또 10분 흐르고 또 10분이 흐르고... 3시 30분이 되어도 여자친구는 나타날 생각을 안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과연 언제까지 늦나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마냥 기다렸다. 50분쯤 되니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하다 동상 걸릴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결국 여자친구는 4시 8분... 내가 너무 추워 정신이 나가기 직전에 도착했다. 나는 화를 냈을까? 문맥상 예상했겠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나 너무 추워, 다음부터는 늦으면 늦는다고 말해줘"라고 말했을 뿐이다. 왜 나는 화를 내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내가 얼굴을 구기고 입으로 화를 내면 상대는 미안한 마음을 갖기보다 변명거리를 찾으려고만 하고 화를 내는 내게 불만을 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입으로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이제 오는 거야!!!! 얼어 죽을 뻔했잖아!!!"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내 코와 귀는 새빨갛게 변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 몸 전체가 여자친구의 양심을 자극하고 있었고 나는 한마디 화도 내지 않았지만 하루종이 여자친구의 입에서 "정말 미안해...", "많이 추웠어?", "다시는 안 늦을게!" 등등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도 나처럼 할 수 있다.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갑자기 확 줄었다면 남자친구에게 먼저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눈물을 흘려 보자. 왜 우냐고 묻는  남자 친구에게 "오빠한테 연락이 없어서 괜히 나쁜 생각만 들고 그래서..."라고 말해보자. 남자는 당장 당신에게 달려가 당신의 손을 잡고 사과를 할 것이다.


남자친구가 약속시간이 되도록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냥 그대로 두고 당신 할 일을 하자 그러다 남자친구가 어디냐고 물으면 "어디긴 약속장소지, 오빠 언제와~ 춥다~ 빨리와~"라고 해보자. 남자친구는 하루 종일 당신의 노예가 되어 당신에게 용서를 갈구할 것이다.


남자친구가 기념일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같나? 기념일 날 아무 말없이 당신이 가진 옷 중에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샵에 가서 메이크업까지 받고 약속 장소에 나가 보자. 얼떨떨해하는 남자친구를 향해 "오늘 우리 만난 지 1년이잖아. 얼마나 소중한 날인데~"라고 말해보자. 남자친구는 뒤늦게나마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섭외할 것이다.


사랑은 직설적으로 "사랑해!"라고 말해라, 그래야 상대의 가슴속 깊숙이 전달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불만은 간접적으로 전달해라. 그래야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고 0.1%라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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