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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09. 2015

남자친구를 위한 쓴소리는 이렇게 하자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줘라!

이왕이면 서로 좋은 말만 하고 살고 싶지만 연인 사이란 언제나 좋은 말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라고 말하지만 남자는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라고 대답할 뿐이다. 사실은 여자 말도 맞고 남자 말도 맞다. 여자의 잔소리는 분명 남자를 위한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리고 괜한 말로 분위기를 망치는 여자가 야속할 뿐이다. 그렇다면 남자 말대로 여자는 쓴소리를 하지 않고 마냥 참고 살아야 할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던 N양은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다. 높은 연봉은 아니었지만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며 저축을 하던 남자친구가 주식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것! 물론 공부만 하고 용돈 벌이용으로 소액을 투자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3년 안에 남자친구와 결혼할 생각에 부풀어 있던 N양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다.


페북에 이상한? 경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아싸! 오늘은 얼마 벌었어!", 혹은 "아... 오늘 반토막 났어..." 하는 남자친구를 도저히 볼 수 없었던 N양은 참았던 쓴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빠가 무슨 주식이야! 수능 때도 수학 포기했던 사람이!", "주식으로 잘될 사람이었으면 지금 엄청 벌었겠지!", "오빠 지금 봐! 큰 돈은 아니라지만 자꾸 돈만 까먹고 있잖아!" 아무리 윽박을 질러도 남자친구는 "네가 뭘 알아!"라며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닌가!?


물론 N양에게 있어 가장 간단한 해결법은 결혼 후 집까지 날려먹을 위험이 농후한 남자친구에게서 서둘러 도망치는 것이지만 결혼을 생각했었다면 그래도 몇 달 정도는 남자친구가 정신을 차리도록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땠을까? N양은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듣는걸 어떠하여요!"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N양이 말하는 방식을 조금만 고쳐본다면 어쩌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중요하고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짓밟고, 자기 멋대로 하고, 잘못을 꼬집어내고, 위협을 가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나 종업원을 다그친다. 상대방의 자존심이 다치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아주 잠깐의 생각, 사려 깊은 말  한두 마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를 한다면 상대방이 받을 상처를 훨씬 줄이게 될 것이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4-5.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줘라 


결혼을 앞두고 주... 주식이라닛!!! N양 입장에서는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겠지만 일단 진정하자. 남자친구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걸고 배팅하는 것도 아니고, 3달 공부하다가 이제 막 100만 원 투자를 한 것 아닌가!? 물론 자칫 주식에 올인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겠지만 정선카지노 갔다고 다들 집문서 날려먹고 오는 것은 아닌 것처럼 주식도 적당히 하면 경제공부도 되고 동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도 되고 나름의 순기능을 할 수도 있는 거다.


다만 혹 시모를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는 N양의 마음은 알겠지만 자꾸 N양이 "오빠는 능력 없어!"라며 억지로 남자친구에게 주식을 그만두게 강요할수록 남자친구는 반발심을 가지고 주식에 더 집착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도 경제 공부도 할 겸 소액으로 시작한 투자를 막무가내로 반대한다면 남자친구는 기분이 어떻겠나? "내가 그렇게 능력이 없어 보이는 건가?"라며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꼭! 주식으로 잭팟을 터뜨리겠어!"라고 오기를 부릴지 모른다.


분명 N양이 쓴소리는 남자친구에게 꼭 필요한 말일 것이다. 경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에 달려 들었을 때 드 후폭풍은 남자친구로서 감당하기 힘들것이고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N양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말을 하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N양이 아무리 현실적으로 말을 해줘 봐야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잘될 수도 있는 건데 왜 나는 안된다고만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쓴소리의 시작은 언제나 남자친구를 으쓱하게 해줄 만한  이야기를해준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 N양의 경우라면 "우와~ 오빠 지금 뭐 보는 거야~? 우리 오빠 똑똑하네~ 난 봐도 무슨 말이지 모르겠다~ 나중에 우리 결혼하고 재테크할 때 오빠가 관리하면 되겠다~!"라며 남자친구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여기에 이어 "결혼하기 전까지는 일단 지금 투자한 걸로 공부하고~ 적금은 계속 열심히 부었다가 결혼하고 오빠 주식 박사 되면 그때 제대로 투자해보자~"라며 은근슬쩍 이끌어보자.


일단 똑똑하단 말에 기분이 업된 남자친구는 나중에 재테크라는 말에 종잣돈을 모은다 생각하고 예전과 같이 성실하게 저축을 할 것이다. "그러다 결혼해서 집문서 날리려고 하면 어떡해요!?"라는 걱정은 하지 말자. 앞서 말했듯 정선 카지노 에 간다고 전부다 집문서 들어먹는 것도 아니고 100만 원 가지고 우여곡절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아... 내가 덤빌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확률이 매우 크다. (내 주변에서 주식 한다고 까불던 친구들도 1~2백 날리고 나면 정신 차 리더라) 또한 지금껏 성실히 저축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허망하게 아스러져가는 자신의 주식들을 보며 금방 정신을 차릴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쓴소리를 하고 억지로 올바른 길로 끌고 가려고 하지만 그건 당신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줄지는 몰라도 상대방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단번에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지 말아라. 상대가 우쭐거리게 만들면서 천천히 상대방의 고삐를 잡고 10도씩 움직이자. 하루에 10도씩만 움직이면 18일이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돌아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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