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Dec 07. 2015

남자가 여자친구를 화나게 하는 이유?

남자는 뭐가 잘못인지 잘 모른다.


남자로 태어나서 가장 억울한 순간을 꼽으라면 연애를 하며 여자친구와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다. 내 머리로는 뭐가 잘못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일단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울어버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물론 수년의 트레이닝 결과 어렴풋이 '여자'라는 생명체가 언제 빈정이 상해하고 언제 짜증을 내는지는 알겠으나. 어째서 그런 일로 빈정이 상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지 그 메커니즘은 솔직히 아직도 완벽히는 모르겠다! 나조차도 이지경인데... 다른 남자들은 뭐...


그래도 나 나름대로 뻔뻔하게 전반적인 여성에 대해 오랜 세월 품어온 설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여성은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라는 것이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불테리어밖에 본 적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 구절을 읽었을 때 "그래! 이거야! 이게 남자들의 마음이라고!"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가 몇 추후 이런 남자들의 속마음을 날것 그대로 여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존경스러워졌다. 여자친구가 화를 낼 때 이런 속마음을 곧이 곧대로 말을 했다고 생각해라. "넌 항상 네가 화내고 싶을 때 그냥 화를 내버리는 것 같아!" 아... 그 뒤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물론 하루키의 말이 문자 그대로 옳다는 건 아니다. 무슨 여자들이 틱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화를 내 거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남자들이 보기에는 그래 보인다는 거다. 분명 여자친구가 화를 내는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거다. 근데 여자친구가 말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미안하다는 생각보다 "응? 그게 화낼일이야?"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오빠는 왜 술 마시면 연락이 안돼?" 내가 지금껏 여자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날 긴장시킨 말이다. 술 마시면 연락이 안된다니!? 카톡 오면 꼬박꼬박 답장도 해주고, 전화도 잘 받고, 뭐 먹으면 사진도 보내면서 자랑질도 하곤 했는데 뭐가 연락이 안된다는 거지!?


그녀의 말은 이렇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면 불안한데 왜 장소를 옮기면 옮긴다고 말을 안 하며, 카톡의 답장 속도가 느리고, 집에 들어가면 씻고 전화를 해야지 왜 그냥 들어간다는 톡 하나 남기고 자냐는 거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머리가 지끈 거리고 명치가 콱! 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아니... 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불안하고; 왜 장소를 옮길 때 보고를 해야 하지? 그리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는 중인데 못해도 톡 오면 15분 내로 답을 했는데... 그리고 늦게 전화하면 잠 깼다고 짜증내면서!!!


이젠 뭐 "아... 이 래저래서 그렇구나... 이 쪽으로 예민한 여자들에겐 좀 민감한 문제지..."하고 어렴풋이 이해는 하고 있다면 솔직히 저때 내 심정은 "뭐지? 지금 날 죄인 취급하는 거야?"였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도 비슷할 듯) 무엇보다 답답하고 불쾌했던 건 앞서 그녀가 나열했던 모든 것들이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꼭 따지듯이,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사람을 대하듯 했어야 할까? 하는 점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난 다른 여자가 오빠 좋아하면 어쩌나 불안한데... 앞으로 술 마실 때 조금만 더 연락 자주 해주면  안 될까?"라고 말을 했다면 "뭐야~ 나한테 그럴 일은 없습니다요! 그래도 앞으론 더 신경 쓸게~"라며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남자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의 행동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는 건 매우 유감이지만, 속이 뒤집어져서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기 전에 딱 하나만 생각해보자. "당신의 남자친구라고 당신의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그런 짓을 일부러 할까?"


그렇지 않은가? 남자친구라고 일부러 당신의 속을 뒤집어놓으려고 그러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그 행동이 연인관계에서 얼마만큼이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모른다는 소리다. 연락 문제, 이성문제, 성격 문제 등등 연인이 싸우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말 문제는 가치관의 문제인 거다. 당신이 연락에 대해 100만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남자친구는 연락의 중요도를 50으로 본다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당신이 연락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안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당신 입장에서는 "연인 사이에서 연락 문제는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요!?"라고 말할지 몰라도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바쁘면 좀 못할 수도 있지 않나요;;"할 수도 있는 거다.


이래서 대화가 중요한 거다. 막상 서로 감정의 날이 날카로울 때가 아니라 평소에 서로 볼에 뽀뽀라도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가치관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대화를 한다고 서로를 100% 이해하고 상대에게 맞춰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대가 왜 화를 내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뭔가... 사람들이 "연락을 안 하는  남자 친구!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거죠!?", "결국 여자만 참으라는 거네요!", "당신은 결국 마초적인 이야기만 하는군요"라고 말할 것 같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친구의 성욕에 대한 여자들의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