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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23. 2015

남자친구의 성욕에 대한 여자들의 오해

할 수 있다면 남자도 쉽게 성욕을 절제하고 싶다.


가끔 상담을 하다 보면 남자친구의 성욕에 대해 많은 오해를 갖고 있는 여자들을 만나곤 한다. 예를 들면 "사귀기 전에 혼전순결을 지켜주기로 했고, 그래서 3년 사귀면서 절대 허락하지 않았어요"와 같은 살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성욕 하나 참지 못하나요?"라는 이야기는 뭐... 귀엽다. 


사귀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던가 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성'이라는 것에 대해 나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상대의 입장도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지 않냐는 소리다.


하루에 한두 명의 여자와 '연애'라는 주제를 가지고 상담을 하기 시작한지가 햇수로만 5년이니... 대략 1500여 명의 여자와 연애라는 것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연애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여자'라는 존재가 '남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수많은 여자들은 남자가 여자를 모른다며 불만을 하지만 내가 수많은 여자들과 대화를 해본 결과 남자가 여자를 모르는 것 만큼 여자 또한 남자를 알지 못한다. 특히나 '성'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다 보면 그 오해는 극에 달하게 되는데 이렇게 서로를 모르면서도 전쟁 없이 남자와 여자가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많은 여자들이 '성'이라는 것에 대해 '남자를 위해 해주는 것', '남자가 여자에게서 빼앗아 가고 싶어 하는 것', '남자만 좋은 것' 등의 뉘앙스를 풍기며 남자친구의 성욕에 대해 남자의 이기적인  욕심쯤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실상도 그럴까? 


삼십 년쯤 전의 일이지만, 어느 미국 잡지에서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라는 특집을 다루었다.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이 "나이 든 것이 고마울 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하나는 젊은 날의 격렬한 성욕의 멍에에서 해방된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아직 충분히 젊었던 나는 '흐음, 그런가?'하고 반신반의하며 그 기사를 읽었던 걸 기억한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애욕의 뿌리랄까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 몰라도 남자의 입장에서 성욕은 마냥 환영할만한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까지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성욕에 휘둘린다면 나이가 들어가면 성욕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안된다고 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격렬한 성욕을 느낄 때에는 스스로 자책을 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여자친구가 "오빠는 나 이러려고 만나?"라는 소리라도 들으면 겉으로는 이런 저런 말들로 여자친구를 설득하지만 속으로는 "아... 정말 이렇게 추잡하게 까지 매달려야 하나... 진짜 나란 인간 최악이다..."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여자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럼 참으면 되잖아요."라고 말하는데, 남자의 성욕이라는 건 다이어트 중에 먹방 보며 야식을 참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남자의 성욕이라는 걸 참는 것은 화장실을 2시간 참는 것과 동일하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체험을 해보았기에 정확한 표현이다. 


처음엔 그냥 참다가 고통이 시작되면 다른 생각을 해보고 허벅지를 꼬집고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그럴수록 고통은 격렬해질 뿐이다. 성욕으로 힘들어하는 남자에게 "좀 참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건 2시간 동안 화장실을 참은 사람에게 "화장실 좀 더 참아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믿을 수 없겠지만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쉽게 말하듯 성욕을 쉽게 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성적인 부분은 남자에게  맞춰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신을 무시하거나 쉽게 봐서가 아니라는 것 정도만 알아 줬음 좋겠다는 거다. 


적어도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앞으로 남자친구가 성적인 이야기를 하며 온몸을 베베 꼴 때 "사랑한다면서 그것 하나 못 참아?"가 아니라 "우리  남자 친구가... 성욕 때문에 고생이 참 많구나..."하고 조금은 측은한 시각으로 봐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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