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조금 달리한다면...
어쩌다 보니 여자들에게 "남자친구가 연락이 줄어들었어요! 어저죠!?"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많이 받고는 있으나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연락이 줄어들었다는 게 왜 큰 문제가 되는 거지...?" 물론 그녀들이 남자의 연락에 민감해한다는 것도 알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불안함을 느끼는지도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사실 신기하기만 하다. 일주일 내내 연락이 안되면 모를까... 하루에 전화 한통 카톡 두어 통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말이지...
흔히 듣는 말이지만, 물이 반쯤 든 컵을 보고 낙관적인 사람은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고, 비관적인 사람은 '이제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한다. 인생에는 다양한 국면이 있어서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지만 그 두 가지 관점의 어느 쪽을 취하는가에 따라 우리 인생의 양상은 아무래도 달라질 것 같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컵에 반, 무라카미 하루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아직도 많은 여자들은 남자친구의 줄어든 연락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하다. "뭐야! 벌써 사랑이 식은 거야!?", "연애 초반에는 귀찮을 정도로 연락하더니!", "혹시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냐!?" 등의 생각을 하며 연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연락이 줄어든 원인을 추적하고 어떻게든 이전의 연락 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남자도 여자처럼 연락이 줄어든 것에 대해 '큰 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남자는 "응? 연락이 줄었어? 똑같지 않아?"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여자 눈에는 연락이 줄어든 게 "이제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겠지만 남자의 눈에는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네" 이기 때문이다.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거다. 여자는 반밖에 안 남아서 큰일이라며 남자를 들볶는데 남자는 반이나 남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이니 말이다.
연락이 줄었다는 것의 견해 차이로 시작해서 결국은 "너와 나는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로 귀결되는 이 이별의 패턴...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조금은 어이없지 않나? (연락 문제로 헤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일 텐데 너무 가볍게 얘길 했다면 미안합니다.)
남자는 연락 문제에 둔감하니 여자가 참아라, 맞춰라가 아니다. 당신이 연락 문제로 남자친구와 트러블이 있다면 컵에 반쯤 담긴 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꿔볼 수는 없을까? "연락이 이렇게나 줄다니! 마음이 변했어!"가 아니라 "사귄지 3달씩이나 지났는데 그래도 연락의 빈도수가 안정적인 상태군!" 혹은 "오호? 느슨하다 이거지? 오래간만에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 캬?" 뭐 이렇게 말이다.
그건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말하기 전에 드라마나 영화만 봐봐라. 아내가 친정 간다면 남편은 환호성을 지르며 친구들을 부르고, 남편이 출장 간다고 하면 아내도 친구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하지 않던가?
초반보다 다소 줄어든 연락과 열정이 꼭 부정적이기만 할까? 하루키의 말처럼 어느 쪽이 좋다 어느 쪽이 나쁘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연애도 달라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