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을 해준다.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일단 한숨부터 쉬곤 한다. 물론 사람이 겉모습이 전부가 아닌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나는 내 내면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날 거야!"라는 말도 함께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신경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 옛날 대부호가 가난한 사람으로 변장해 고급 레스토랑에 간 얘기를 읽었다. 아마 캐스트너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은 없다. 그곳은 단골 가게였지만 변장을 잘해 정체는 탄로 나지 않았다. 문전박대당하기 직전 그는 변장을 벗고 "어이, 어이, 나야, 나"하고 밝힌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당신이 누구든 거지 차림을 하면 거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쫓아냈다고 하는 얘기로 기억한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가난해 보이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내 지인들 중에는 괴짜들이 참 많은데 (옛말에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그냥 좀 특이한 정도가 아니라 친구들끼리 모이면 서로 말이 안 통할 정도로 각자 자신들만의 세계가 확고하다. 그중에 민기라는 녀석은 (물론 가명) 연애 시장에서 꽤 먹힐만한 스펙을 가졌다. 고려대를 나와 취준생 생활을 1도 하지 않고 바로 LG전자에 입사한 승승장구 중이다. 그뿐인가? 그 녀석 어머니는 빨리 결혼만 하라며 공덕역 근처에 33평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마련해주실 정도로 집안의 재력도 튼실함은 물론이고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녀석이다. (아... 집안에서 사랑받는 건 단점인가?)
다만 외모는 그리 출중하지는 않은 편인데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같이 사우나를 가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하여간 1등 신랑감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혹은 꽤 괜찮은 조건의 녀석의 가장 큰 단점은 옷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코디된 세트를 그대로 사버리는 내 주제에 남에게 옷을 지적할 자격은 없겠으나 그 녀석의 스타일은 약간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맨이었던 그 녀석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힙합 스타일이다. 며칠 전까지 무명의 래퍼도 쇼미 더 머니에 나오면 한방에 대세가 되는 이 시대에 힙합 스타일이 어떠냐 싶겠지만 이왕이면 연예인들처럼 스웩이 넘쳐야 하는데 현실은 나이 먹고 왜 저래 룩일 뿐이다. 물론 제 멋에 살면서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만이다. "아니! 내 스타일이 어때서!", "왜 사람들은 개성을 이해해주지 않는 거야?", "나에게는 힙합 스타일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라는 말들을 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얼마 전엔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녀석을 위해 소개팅을 주선해줬는데 단! 조건을 달았다. "니 소개팅에 또 그 꼴로 가면 정말 너를 XX 버릴지도 몰라... 좋은 말로 할 때 저번에 나랑 같이 가서 산 슈트 입고 가... 알았지?" 그 녀석은 징그럽게 나를 끌어안으며 알았다고 했다. 분명히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또 자신만 인정하는 스웩 넘치는 꼴을 하고 소개팅에 나갔고 소개팅은 식사를 마침과 동시에 마무리가 되었다.
분명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지난 몇 년간 파티나 상담을 통해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번 겉모습과 직업 혹은 내면이 전혀 맞지 않는 여러 사례를 보았다. 예를 들면 검정 노 X페이스 일진 패딩에 회색 슬랙스 (슬랙스라기 보다는 양복바지라는 표현이 맞으려나....)를 입고 농구화를 신은 (난 무슨 고등학생이 교복 입은 줄...) 한의사라던가 검은색 바탕에 큼지막한 도트 패턴, 그리고 밑단에 레이스로 장식이 되어있는 홀터넥 원피스를 입은 초등학교 교사 등 "에엥~? 정말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란 말이야?" 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분명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상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겉모습을 보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대충 어림짐작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옷을 입어도 괜찮다. 하지만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신이 입은 옷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당신의 옷을 보며 단순히 "아... 이 사람이 이렇게 패션센스가 좋구나!"라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당신의 옷을 보며 생각하는 건 "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겠구나...?"라는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