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쓰는 글
어릴 때부터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책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만화책이었다. 아직 글도 모르던 어린 시절, 누나를 따라 처음 갔던 만화가게는 만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너무 어려서 돈도 내지 않고 만화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만화에 나오는 그림과 글들을 보다가 문득 한글을 깨쳤다.
그러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주인아저씨는 내가 여전히 글을 모르는 줄 알고 계셨기에 공짜로 만화를 계속 볼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안다는 것을 아저씨가 알게 될 때까지는. 이후로 동화책, 위인전을 두루 섭렵하고, 중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나의 독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아버님이 사 두신 한 국 단편소설 전집, 세계 단편소설 전집을 시작으로 세계 명작 전집, 그리고 도 스또예프스키, 톨스토이, 뚜루게네프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필두로,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소설과 시로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철학과 역사책들에 심취하게 되었고, 결국 나의 독서의 끝판왕은 하나님을 연구하는 학문, 신학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최애 취 미, 아니 취미를 넘어 나의 즐거움은 독서이다.
그렇게 책들을 보면서 내가 경 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내가 직접 깨닫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리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다고 해도, 아무 리 많은 책을 섭렵했다고 해도 사람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제아무리 뛰어난 세계적인 석학이라 해도, 자신의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더 라도 세상을 다 알 수는 없다. 어디 모르는 것이 지식뿐일까. 사람의 삶이란 것이 다들 비슷한 것 같아도 다 다르다.
세계 인구가 80억에 달하는데, 그 80 억의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80억의 사람들이 80억의 삶을 살 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삶을 안다고 할 수 있나. 저마다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자신만의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러기에 번듯한 어른일지 라도 사람은 언제나 삶에서 서툴기 마련이다.
인생의 길을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뒤돌아 다른 길을 걷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 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힘들 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때도 많은 것이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그러니 나의 서툶이나, 실수, 부족함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색하지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어떻게 살기를 원할까.
나는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좋으면 좋은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내 생각대로 되면 되는대로. 되지 않으면 되지 않는 대로, 감사할 조건을 찾아서 그래도 감사하면서 살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쓸 수 있음이 감사해서 나는 계속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