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쓰는 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음식인 짜장면과 짬뽕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짜장면을, 어떤 사람은 짬뽕을 좋아한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걸 보면 도대체 짜장면이 뭐고, 짬뽕이 무언인지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부먹, 찍먹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저 유명한 탕수육도 있다. 이 역시 취향의 차이라 어떤 사람은 부먹을, 어떤 사람은 찍먹을 선호한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주장도 어찌나 다양하고, 확고한지 말을 듣다 보면 대단히 심오한 논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러분은 어떠신가. 짜장면인가, 짬뽕인가. 부먹인가, 아니면 찍먹이다. 참고로 나는 당연히 짜장면이요, 반드시 찍먹으로 먹는다. 부먹 같은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찬양팀이 있다. 4명으로 구성된 찬양팀인데 찬양하는 것을 좋아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간이 날 때마다 모여서 열심히 연습도 하고, 화기애애하게 팀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 찬양팀에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문제처럼 여겼는데 점점 문제가 커지다 보니 나중에는 팀이 와해될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팀을 이렇게 힘들게 한 일은 다름이 아니었다. 찬양할 때 입는 복장 문제였다. 이른바 드레스코드가 서로 맞지 않아 다툼이 생긴 것이다. 리더나 또한 한 명의 멤버는 팀이니 일정하게 옷을 맞춰 입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고, 다른 두 명의 멤버는 찬양은 마음으로, 영혼으로 하는 것인데 왜 인간적으로 옷을 맞춰 입느냐, 자유롭게 편한 복장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더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두 가지 생각이 서로를 용납하지 않은 채 점점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하다 보니 급기야 감정싸움이 되고 말았다.
서로 마음을 하나로 해서 찬양을 해도 아직 실력이 달리는 판에 이렇게 마음이 나뉘다 보니 더는 함께 노래하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그들을 케어하던 리더의 개입으로 문제가 더는 확대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황에 따라 논의하며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다행이었다.
그런 상황을 리더를 통해 들으면서 내 기억에 갑자기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작가 이수진이 쓴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라는 책이었다. 그 책의 내용을 간단히 풀어본다면 주인공은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잠적해 버린 여자 친구가 고양이를 좋아했다는 생각이 여지 친구를 찾기 위해서 애묘인 정기 모임에 참석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취향 때문에 갈등하고 다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결국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회에서 취향이라는 이름 아래 누구나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피를 나눈 가족,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 이런저런 인연으로 함께 삶을 나누는 이웃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취향으로 인해 갈등과 싸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촌으로 불리는 부부 사이도, 천륜이라는 부모 자식 사이도 예외가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의지하면서 살아도 힘든 판에 다투고, 갈등하고, 욕하고, 미워하고, 싸운다. 왜 그럴까. 바로 이것 때문이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지 않고 나와 같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지 않음을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생각해서 그를 공격하고, 증오하고, 편을 가른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고, 부모 자녀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이런 진영 논리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살면서 나와 다른 취향을 존중해주기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정중하게 요구한다.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을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이렇게 대해주기를.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