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쓰는 글
나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나 가곡을 비롯해서,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지금도 초등학교 때 불렀던 동요들의 멜로디나 가사, 심지어 계명까지 정확하게 부르는 걸 보면 음악적 재능은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가요를 알게 되었다.
나의 학창 시절, 내 마음에 와닿았던 가수는 뭐니 뭐니 해도 송창식과 양희은이었다. 그리고, 송창식과 윤형주가 듀엣으로 활동하던 트윈폴리오까지. 그들의 레코드와 카세트테이프를 얼마나 들었는지 나중에는 더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지곤 했다. 특히 송창식의 노래가 좋았다. 사랑이야, 우리는, 푸르른 날에, 한 번쯤, 맨 처음 고백, 가나다라마바사, 담배가게 아가씨 등, 그의 노래는 젊은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가수의 노래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가 아닌데 묘하게 그의 노래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창밖의 여자’ 일 것이다. 이제까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쥐어짜는 창법의 노래라 호불호가 갈릴 만도 한데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흔들었고, 이어서 그는 우리나라 가요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가수는 자신의 창법과 스타일에 따라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 트로트는 남진, 나훈아. 발라드는 이문세, 신승훈. 록은 임재범, 김종서. 그런데 이 가수 조용필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기본 베이스는 록이었지만, 트로트, 발라드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노래는 전 국민의 떼창 곡이 되었고, 다른 가수들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모나리자. 유명한 일화까지 있지 않나. 그가 발표한 모든 곡이 다 히트가 되자 연말에 방송되는 가요제에서 항상 조용필만 대상을 받게 되었다.
결국 그는 후배들을 위해 용단을 내렸다. 자신은 연말 가요제에 참여하지 않고, 텔레비전 방송 가요 프로그램에 아예 나오지 않겠다고. 오직 자신의 음악 활동에 매진하고 콘서트만 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가수라면 누구나 텔레비전에 한 번만이라도 나오기를 원하던 당시 가요계에서 그의 이런 선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지만 그의 가장 대단한 점은 올해로 나이가 74세인 지금까지도 그는 현역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정기적으로 하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콘서트는 모든 공연이 전석 매진이고, 팬들의 충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중문화 역사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이 사람만큼 압도적이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없는 듯하다. 무엇이 그를 이처럼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나의 짧은 단견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음악을 너무나 좋아했던 그는 그 음악 외에 다른 것에 한눈을 팔지 않았다. 지금도 음악만이 그의 전부이고, 모든 시간을 음악에 투자하는 그의 열정이 지금의 조용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결국엔 삶은 열정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 일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이것이 결국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물론 모든 사람이 조용필처럼 살 수는 없다.
그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그가 행복했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에 올인했지만, 가족도, 자식도 없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그는 음악을 위해 감수한 듯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다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조금 더 열심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하는 일의 성취가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쉽게 포기하고자 한다면 그의 시간은 얼마나 덧없을까.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목사의 소명에 감사한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주의 종으로 성도님을 섬길 수 있음이 너무 행복하다. 내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날마다 생각한다. ‘이 귀한 일을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해야지.’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나도 내 돈 내고 조용필의 콘서트에나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