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마음

마흔네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쓰는 글

지난번 글에서 ‘뜬금없이’ 생각난 일본 노래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셔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노래, ‘쇼 쇼 쇼조리’로 시작되는 동요였다.


이 노래를 가르쳐주신 어머니는 이미 천국에 계시고,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알 길이 없어 파파고까지 돌려보았는데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글을 아들이 보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마침내 60년 만에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비로소 의문이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아들이 어떻게 그 노래를 알게 되었을까. 그 노래의 해답은 파파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chatgpt에 있었다. 바로 AI가 오래된 나의 의문을 풀어준 것이다.


아들은 내가 쓴 불확실한 일본 노래의 가사를 chatgpt에 올려 이와 비슷한 노래를 찾게 했다. 아울러 그 노래의 배경을 제시하기도 했다.


60대 후반의 한국 사람이 어머니에게 배운 일제 강점기하의 노래일 것이라는 배경을. 그러자 chatgpt가 그 노래와 비슷한 노래를 찾은 것이다.


그 노래를 들어보니 바로 내가 배웠던 그 노래의 멜로디와 똑같은 멜로디요, 가사도 비슷한 가사였다.


문제는 내가 너무 어릴 때 배웠던 노래이기에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쇼 쇼 쇼조리’가 아니라 ‘쇼 쇼 쇼조지’였다.


그 노래를 한국어로 번역하니 이런 의미였다. ‘쇼 쇼 쇼조지 쇼조지 절 마당에는 달빛이 밝게 비치네 모두 나와라 어서 나와라 내 친구들아 퐁퐁 퐁의 퐁’ 달 밝은 밤, 절 마당에서 너구리들이 북을 치며 노는 모습을 그린 익살스러운 어린이 노래라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1931년생이었다. 그러니 어머니 역시 어릴 때 이 노래를 배웠고, 그 노래를 자연스럽게 어린 나에게 들려주었던 것이다.


지금 시대의 대세는 AI라고 하지만, 나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는데 세상에 나의 60년 숙원을 chatgpt가 풀어주다니, 새삼 세상 많이 변했음을 느낀 이번 사건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세상은 쉼 없이 변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세상은 한순간도 머물러 있는 적이 없는 듯하다.


내가 살아온 67년이 마치 한 손에 잡히듯 기억난다. 그런데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특히 가장 극심한 변화의 물결을 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삼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도시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도, 산골도, 어촌도 눈부시게 변해간다.


한참 지리산 둘레길을 다니던 지난 2014년. 둘레길의 한 산촌에서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그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은은한 조명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화장실이 얼마나 격조가 있고, 깨끗하고, 청결한지, 그 어떤 고급 호텔에서도 느끼지 못한 고급스러움을 느꼈던 산촌의 공중화장실이었다.


어디 이뿐인가. 폰의 변화 역시 상상을 절한다. 공중전화도 없어, 전화를 하려면 우체국에 가야 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전화를 넘어 손안에 쥔 폰 하나로 세상 모든 지식을 알아내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나의 삶의 모든 기록을 남기고,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이렇게 세상은 다양하게, 편하게, 쾌적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명의 발달로 인한 변화는 지구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고 있을까.


다 아는 바와 같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월요일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TV를 켜니 뉴스에서는 점점 확전 되고 있는 이란 전쟁 소식이 나온다.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벌어져 지구촌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람들을 살상하는 무기는 더욱 강력해지고, 정밀해져서 서로를 위협하는 이 세상이 정말 많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디스토피아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결국 행복은, 평화는, 진정한 인류의 진보는 과학이나, 문명의 발달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키워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어머니와 추억으로 행복해하는 AI로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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