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육아휴직과 두 번째 복직을 하면서 내 회사 생활의 제3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번째 육아휴직은 출산휴가와 연차를 포함하여 총 2년 4개월 동안, 꽤나 길게 일을 쉬었다. 그 사이에 남편의 창업을 도우며 일을 하긴 했으나 한동안 회사로부터도, 일하는 나 자신으로부터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휴직기간 내내 내 삶을 돌보기 위하여 글을 썼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많이 읽었고, 내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에도 자주 마음을 보탰다. 그러니까 나는 경쟁사회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지냈다.
“일을 하면서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겠다.”
그러므로 나의 이 복직 다짐은 어쩌면 참 자연스러웠다. 업무를 하면서 나를 갉아먹는 대부분의 감정은 바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부터는 미움으로 괴로워하지 않겠다는 매우 평화로운 다짐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만에 그 다짐은 와장창 부서졌다. ‘왜 자꾸 나를 공격하지? 우리는 팀인데?’라는 생각을 열 번쯤 했고 끝내 붉으락 푸르락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절간에서나 어울릴만한 그런 다짐, 확 다 갖다 버리자. 나는 종교인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와 잘 맞는 사람들만 골라 만나지 않는 한,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삶은 불가능.. 아닐까요?“
씩씩거리면서 퇴근하는 길, 문득 일전에 글방 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정말 그러하다. 설령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이건 불가능한 삶이었다. 적어도 나 같은 범인에게는, 역시 불가능한 삶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마음먹어야 할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일하고 있으니 내 할 일만 조용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아무리 눈과 귀를 닫고 성실하게 지낸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든 공격받을 수있다고 생각하니 전투력을 더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 나도 으르렁거릴 수 있다.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 그나저나 전투력은 어떻게 하면 길러지나.
그러나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