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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Nov 11. 2021

수능시험을 앞둔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너에게


큰 시험을 앞두고 네가 얼마나 열심히 마음을 다해 준비했을지 너무나 대견하다. 얼마 전, 화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있던 중에도 병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던 네 인스타 포스팅을 보고 마음이 짠했어.  작은 사고였지만 큰 시험을 앞두고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다.


수능시험일을 코 앞에 두고 많이 긴장될 거야.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험은 아니니까 너무 큰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요한 시험인 것은 틀림없지만 인생을 길게 놓고 본다면 아마 작은 파장 중 한 순간일 거야. 그 작은 파장이 너의 삶의 큰 파장을 이끌지도 모를 일이지만, 결국 삶을 이끄는 건 시험과 같은 남의 잣대가 아니라 너 스스로야. 시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네가 그 안에서 혹은 그 밖에서 방향을 찾는다면 그게 답이야.


막상 수능시험을 다 치고 나서는 홀가분한 기분과 함께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시간들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몰라.(나는 그랬거든.) 그리고 비로소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진리를 마주하게 되겠지. 이제부터는 미래의 나를 위하여 오늘의 나를 희생하거나 양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 부디 너에게 다가 올 20대를 그렇게 보내게 된다면 참 좋겠어.


수능시험을 잘 보라는 응원은 접어둘게. 다만 큰 시험 앞에서의 긴장을 견디고 넘어서는 그날의 경험이 너의 성장에 큰 에너지가 되길 응원해.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이 시간들을 정성스럽게 보낸 것 자체로 너는 참 멋진 일을 해낸 거야.


수능시험 전날 밤에는 시간을 내어 꼭 일기를 적어봐. 그 기록이 훗날 20대의, 그리고 30대의 너에게 큰 힘이 될 거야.


다 괜찮아. 그러니 자신 있게 충실한 시간 보내길 바라며, 나는 여기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게.


2021년 11월

언니가




* 수능을 앞둔 사촌동생에게 응원의 선물과 함께 편지를 써서 부쳤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이건 저에게 편지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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