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 Feb 10. 2022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너에게는 내가 처음부터 엄마였겠지만 엄마는 사실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야. 지금도 '엄마' 말고 여러 역할이 더 있단다. 하지만 나는 유독 이 '엄마' 역할을 버거워하고 힘들어해. 다른 사람들은 즐겁게 잘만 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지난 1년도 역시나 그 엄마 역할이 무척 힘들었던 한 해였지.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들었던 사람이 아이 둘을 키우려니 정말 버거웠어. 평생 내려놓지 못할 이 역할을 붙들고 매일 너를 봐. 그리고 생각해. 이런 부족한 내가 너처럼 이토록 예쁜 딸을 키울 자격이 있을까.


어제는 너의 생일이었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맞는 첫 번째 생일이었지.


내가 너의 엄마로 살아온 지난 1년은 정말 과분할 만큼 감사한 시간이었어. 이렇게 한없이 깊은 눈동자를 가진 귀한 존재가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실감이 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어. 내 옆구리에 비스듬히 기대어 너의 발을 만지작 거리다가 스르륵 낮잠이 드는 한낮의 공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 나에게 이 세상 가장 큰 미소를 보여주는 너의 눈과 입술, 그리고 입을 앙 다물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너의 옆모습도 난 평생 기억할 거야. 너의 기억 속에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보통  즈음이 되면 많은 아이들이 걸음을 떼고 걷기를 시작해. 하지만 너는 아직 스스로 걷지 않아. 너희 오빠도 16개월이  되어 걸었으니 그러려니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어.  저마다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바심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는 것을 너희 오빠를 키우면서 배웠어. 조심성이 많아서 비틀비틀 겁을 내지만 계속해서 손을 떼고 혼자 서기 연습을 하는 네가 정말 대견해. 무서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려움의 순간을 마주하는 너의 용기를 닮고 싶어.


너희 오빠 얘기가 나왔으니 그의 얘기를 좀 더 해볼까. 너희 오빠는 아티스트야. 엄마가 그의 1호 팬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가 좀 위태해졌어. 네가 오빠의 가장 큰 열성팬으로 부상했기 때문이야. 너의 가장 큰 웃음을 볼 수 있는 장면에는 항상 너희 오빠가 있어. 오빠는 너의 그 웃음을 위해 똑같은 동작을 수십 번 계속한단다. 1호 팬인 엄마도 한 열 번쯤 넘어가면 슬슬 지겨워지는데, 너는 마지막까지도 계속 똑같은 크기의 웃음을 보여줘. 그 웃음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너희 오빠도 최선을 다하지. 이렇게 크게 외치면서 말이야. "엄마, 우리 주하가 나를 보고 웃어!"


"ㅇㅇ되길 바란다"는 식의 생일 축하 인사는 접어둘게. 이미 그런 바람이 차고 넘치는 온 마음으로 매일 너를 보고 있어. 너에게서 뭘 바라지 않고 존재 자체로 대하도록 노력할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꺼내놓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너무 애쓰지 않고 살길 바란다'는 마음이야. '햇빛이 비치는 밝은 강'이라는 뜻의 이름을 너에게 지어주며 이 마음을 담았어. 흐름을 거스르거나 바꾸려고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빛나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 삶의 태도가 너에게 깊고 깊은 평화를 줄 거야.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은 없어. 다만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며 살게. 내가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 곁에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가진 모든 사랑을 담아,

너의 엄마가.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 다른 삶의 모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