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소똥을 퇴비로 주었던 나의 텃밭은 요즘 소똥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풍요로웠던 기분은
단 이틀 만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제는 "이 많은 호박을 다 어떻게 처리하지? " 가 고민이 된다.
마주치는 주변사람들에 바람 없이 무조건으로 다 나눠주고 나서도
계속 열리는 호박들. 일부는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야채칸에 보관해 두었지만,
냉장고 야채칸도 지금은 과부하 상태이기 때문에
이젠 수확물을 바로바로 소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난번 애호박 풍년으로 인해 한동안 호박전만 줄기차게 먹었더니
이제는 질려서 호박전만 봐도 뒷걸음치게 된다.
오늘 수확한 이 둥근 호박으로는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다
바쁜 아침용으로 간단한 호박수프를 끓여 먹어 보기로 했다
호박을 절반으로 잘라보면 씨가 보인다.
우선 씨를 긁어내고 껍데기를 벗기면 된다.
얇게 채 썰기가 귀찮거나 바쁠 때는 강판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판에 갈아도 수프를 먹을 때 호박의 식감이 고스란히 입 안에 느껴진다.
소비해야 하는 재료들이 자꾸만 생겨나니 나도 모르게 부엌에서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
찾아보니 기존에 사다 두었던 컵수프 가루가 있어서
이 수프를 냄비에 풀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강판에 간 호박을 함께 넣어 섞은 다음 끓이면 초간단 호박수프가 된다.
대부분 부엌 싱크대를 뒤져보면 [3분 수프] 하나쯤은 예비로 사다 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린 컬러의 수프는 색감도 신선할뿐더러
수프를 먹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호박의 식감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호박수프는 꽤 성공적이었다.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빠른 시간에 후다닥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호박스프라고 하면 보통 노란 늙은 호박을 자동연상으로 떠올리게 되는데
이렇게 그린 컬러가 가득한 호박수프도 신선하고 좋았다.
부엌은 지혜가 샘솟는 곳이다.
재료들이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소비하기 위해 다양한 요리법을 궁리해 보게 된다.
자꾸 궁리하다 보면 지혜도 생기고 요리 실력도 저절로 늘 수밖에 없다.
요리뿐만이 아니다.
뭐든지 직접 해봐야 알게 되고, 그 속에서 궁리해 봐야 성장하게 된다.
시도해 보지 않으면 두려워서 계속 안 하게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은
요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도 도전의 용기를 준다.
망쳐도 괜찮으니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보자.
요리, 좀 망치면 어때? 재료는 아주 많으니까.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용기는
실패를 하더라도, 성공을 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시도를 하면 할수록 내공은 점점 더 깊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