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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할 땐 행주를 삶아요

마음이 보송보송

by 바유

매일매일 깨끗이 빨아도

금세 색이 누렇게 변하는 행주.

행주가 깨끗해 보이지 않으면

주부로써의 소임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우선순위에 밀리고 밀리다

이번 여름휴가 때 미뤄두었던 행주를 삶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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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나의 행주는

과탄산수소와 서로 뒤섞여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한다.

이제는 뜨거운 목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걸

행주들도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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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를 삶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차 하는 순간 넘쳐흐르면 뒤처리가 매우 귀찮아진다는 점인데

이번에도 나는 여지없이 한눈을 팔았고

삶은 비눗물은 여기저기 넘쳐버렸다.


이번엔 다행하게도 야외에서 삶았기 때문에

뒤처리가 조금은 덜 귀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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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도록 쨍한 햇살이

행주를 삶아 널었을 때는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직물 조직 사이사이까지 남김없이

살뜰하게 살균소독을 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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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잘 마른행주.

손끝에서 전해오는 보송보송한 느낌은 주부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마치 내 몸에 있는 묵은 때들이 다 씻겨 내려간 듯

개운하고, 청량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행복은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정돈하고, 깨끗하게 다듬는 그 소박한 일상 속에

충분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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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를 다 삶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세탁기에 삶기 기능이 있었다는 걸.....



좋은 세탁기를 사 놓고도

나는 항상 기본 모드만 사용하고 있었네

좋은 가전제품을 사면 뭐 하나?

새로운 기능들도 종종 도전해 보자.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일상에서 행복 찾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의외로 내 삶 가까운 곳에 있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먼 곳에 가야만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한 것들은 내 일상 속에 가까이에 충분히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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