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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어떤 형용사를 띠었나.

[작문] 제시어: 형용사

내가 선택한 형용사가 곧 나의 삶의 본질이자 가치

우리는 흔히 꿈에 대해 얘기할 때 직업이라는 명사를 얘기한다. 아나운서, 기자, PD 혹은 공무원이거나 정치인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꿈'이라는 건 어떠한 '직업'이라는 명사로 정의돼왔다. 하지만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꿈이라는 건 직업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직업 앞에 붙을 형용사야말로 개인이 꿈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만화가가 아닌 '어떤' 만화가.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목표하는 직업보다 그 직업을 수식하는 형용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자가 선택한 형용사는 곧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자 가치가 되어 이끌어 줄 것이다.


형용사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매력적인 품사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게 형용사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힘들고 벅찬 많은 현대인들은 점차 자신의 삶에서 형용사를 잃어간다. 어제, 오늘, 내일 그리고 회사나 집과 같이 무수한 명사들 속에서 자신의 꿈 또한 명사로 지칭해놓고 하루하루를 동사로 살아간다. 그 속에 어떠한 자신만의 색이나 향기를 담을지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갖지 못한다. 평범한 오늘을 '어느 멋진 날'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개인의 형용사에 대한 노력이다.

한때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자기 계발서들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최근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감정을 보듬어주는 힐링 서적들로 가득하다. '이대로 괜찮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등이다. 쉼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증을 보여준다. 한 출판사의 편집자는 "감정을 억제해야 성공한다는 자기 계발서를 따라 하다가 불황의 벽에 부딪혀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반대로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그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해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 다시 말해서 나의 내일에, 앞으로의 내 꿈에 어떤 형용사를 붙일지 고민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가더라도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의 형용사를 찾았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다.


하루하루를 맞이함에 있어서 형용사를 붙이는 형용사적 태도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보다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따뜻한 하루를 보내보자'라든가 '웃음 가득한 하루를 보내보자'와 같은 다짐을 해보는 거다. 내가 붙인 형용사를 이루기 위해서 나는 오늘 '어떻게'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자신에 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의 꿈은 '밝고 멋있게 좋은 작품을 해내는 만화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형용사를 잊고 살다 보니 성공에 대한 욕망만 가득한 괴물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이제부터라도 꿈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각자가 추구할 가치를 담은 수식어가 그 삶의 본질이며, 직업은 그 본질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어떤'하루를 보내고 싶어? 서로에게 형용사를 묻자.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자신이 붙인 형용사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오늘 아침도 누군가는 "그대에게 남은 생의 첫날이다."라고 했다. 명사와 동사 만으로도 충분히 문장을 완성할 수 있지만 무취, 무색, 무미로 그치기 쉽다. 형용사를 삽입하고자 하는 형용사적 태도가 그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무의미하게 흐르는 순간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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