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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Apr 20. 2021

그거 아세요? 더 외로워야 덜 외로워진대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1. 고독이 필요한 이유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 1922-1982)은 '자아'를 무대 위의 연기자에 비유한다. 현대 심리학에서 전제하고 있는, 일관되고 통일된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상호작용 의례'에 관한 미시적 연구를 통해 고프먼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인간에게는 '여러 자아'가 제각기 다르게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무대 위의 여러 자아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상대화할 수 있는 무대 위의 여러 자아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상대화할 수 있는 무대 뒤의 공간이 필수적이다. 즉, 분장을 하고 분장을 지우는 '배후 공간'이 필요하다. 무대 위나 무대 뒤의 어느 한쪽만 진짜 삶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해서는 안 된다. 무대 위가 다양한 역할이 실재하는 삶이듯 무대 뒤의 삶도 진짜라는 거다.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대 뒤, 즉 배후 공간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숨을 공간이 없다. 실제로 나치하에서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아동 심리학자 베텔하임(Bruno Bettelheim, 1902-1990)은 수용소 생활의 가장 큰 고통으로 '배후 공간의 부재'를 든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용소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죽어나갔다. 살아남은 장기 수감자들의 심리적 상황은 더 처참했다. 어떤 것도 숨기지 못하고 부모에게 모든 것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처럼 수용소의 나치 친위대를 부모처럼 믿고 의지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p. 36-37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뽑은 올해의 키워드 중에는 

'멀티 페르소나'라는 게 있었다


멀티 페르소나 (Me and myselves):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 쓰듯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현대인.
 
(페르소나 Persona는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심리학적으로는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을 의미한다.)
 
즉, 회사나 학교 등 본래의 일을 할 때, 퇴근 후 집에 있을 때, SNS 등 온라인으로 소통할 때 등 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생활한다. 

그리고 그런 페르소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배후 공간'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어빙 고프먼이 얘기하는  '나만의 고독의 시간'이다. 실제로 나치 하에서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심리학자 베텔하임은, 가장 큰 고통으로 '배후 공간의 부재'를 꼽는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용소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죽어나갔다. 


최근, 힘든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배후 공간은 더욱 필요하다. 

자신만을 위한 고독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충전을 하는 것이다. 




2. 추상적 어휘의 구체화


스스로의 간절한 구체적 필요성이 있어야 공부의 방향이 명확해지며, 그래야만 공부가 재밌어진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돈을 벌고 싶다면, 그 돈으로 뭘 하고 싶은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은 재앙이다.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지위를 가지고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치 않으니 다른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헛된 권력만 탐하게 된다. 

p. 112
난무하는 자기 계발서의 추상적 언어로 아무리 자기 최면을 걸어도, 자신의 구체적 생활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뿐만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모든 가치와 이념이 그렇다. 추상적 언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 어휘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다. 

p. 114


구체화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저자는 추상적 언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 어휘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왜 돈을 벌고자 하는지.

왜 그 일을 하고자 하는지.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당신에게 열정이란 무엇인지.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래서 최근, 

추상적 어휘들을 구체화시키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하나씩 구체화시켜나가는 중이다. 

행복, 열정, 사랑부터. 하나씩. 나에 대해 공부해나가는 느낌이랄까. 


여전히 '나'인데, 

추상적 어휘를 구체화시키면서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3. 공감 사회에서 감정이입이 중요한 이유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논리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도 논리적 굴복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저항하게 되어 있다. '그래, 당신 말 다 맞아. 그래서?' 하는 것이다. 논리는 다 이해했지만 절대 승복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감정이입에 기초한 정서적 설득은 강력하다. 상대방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만 하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감정이입이란 '함께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함께' 느낀 것이기에 논리적 설명은 오히려 구차한 것이 된다.

p. 158


인간은 자신의 정서를 흉내 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고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흉내 내는 사람이 사랑받는다고 한다. 


오래 함께 산 부부의 모습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생김새가 닮아서가 아니다. 

정서 표현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타인의 감정은 

그 사람의 정서 표현을 그대로 흉내 낼 때 제대로 이해된다. 



4. 저항의 한국


모든 종류의 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숙한 사회란
온갖 종류의 금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유무로 결정된다.
조용하고 안정되었다고 좋은 사회가 아니다. 

p. 166
도대체 한국처럼 안 되는 것 투성이의 나라가 지구 상에 어디 있었던가?
그래도 끊임없이 저항하고 소리 지르며 부딪쳤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금지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이야말로 한국의 문화심리학적 특징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순 '개뻥'이다. 

p. 166


저자는 말한다. 

모든 종류의 금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주체로서의 삶은 바로 끝나는 것이라고. 


사회학자 브렘(Jack Brehm, 1928-2009)은 

'금지할수록 욕망한다'라는 심리적 반발 이론을 주장했다. 


모든 사회와 단체에는 '금지'가 많은 이유를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저자는 가장 위험한 것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언급한다. 

외적 금지가 없어도 스스로 금지하고 체념하게 되는 현상이다.


어릴 때부터 끈에 묶여 멀리 도망가지 못하던 코끼리가 

이후 몸집이 커져서 도망갈 능력이 되어도 체념한 채 

말뚝 근처에 머무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금지에 대해 침묵하며 받아들이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 

'성숙한 사회'란 '금지'에 순응하며 저항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다.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부딪치는 사회다. 


'금지'에 저항하는 사람에는 자격이 없다. 

이에 자격이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이는 위험한 생각이었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생각이었다. 

현재의 한국은 저항의 한국이다. 당연한 듯 '금지'가 걸려있던 것에 '왜?'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친 몇몇 '금지'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거나 이미 밟았다. 


'금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자. 

물음표를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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