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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9. 2021
[영미소설읽기]도리언그레이의초상_오스카와일드
당신의 젊음과 미모, 얼마인가요?
"나는 점점 늙어서 끔찍하고 흉측해지는데 이 그림은 늘 이렇게 젊은 모습 그대로일 테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오늘 모습 그대로겠지...(중략)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 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바칠 수 있는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
p. 41-42
이런 생각,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합니다.
돈과 시간을 들입니다.
운동을 하고,
병원을 찾죠.
만약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때에,
누군가가 이 순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거래를 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늘 소설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가 바로 그 거래를 하게 됩니다.
어느 날, 바질 홀워드라는 한 화가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그에게 푹 빠지고 말았거든요.
그림에 도리언 그레이의 젊음과 미모를 가득 담아서 선물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한 바질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은 도리언에게 이런 말을 건네죠.
"당신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 더 멋진 젊음을 지녔고, 젊음이란 계속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거든요. / 사람들은 가끔씩 아름다움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피상적이진 않아요. 나에게 최고로 경이로운 것은 아름다움이에요.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깊이가 없는 사람이죠.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이거든요. (중략) 젊음이 사라지면 당신의 아름다움도 함께 사라져 버리는 거죠.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더는 남은 것이 없다고 깨달아요. 아니면 과거의 기억 때문에 별것 아닌 것으로 만족하며 살거나.
한 달 두 달, 세월이 흐르면 당신은 점점 더 끔찍하게 변할 거예요. 시간이 당신을 질투해서 백합이나 장미 같은 아름다움이 당신의 아름다움에 싸움을 걸어오겠죠. 안색은 누렇게 변하고 볼은 야위고 눈은 흐릿해질 테죠. 당신은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되는 거죠...(중략)
우리는 두 번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어요. (중략) 우리가 두려워하던 열정과 맞설 용기를 내지 못했던 유혹을 생각하면서 그저 흉측한 꼭두각시 인형으로 퇴화되는 거예요. 젊음! 젊음! 세상에는 젊음처럼 소중한 게 없어요."
p.36
젊음이 얼마나 짧은지 경고한 겁니다.
동시에, 젊음에 대해 '권력'을 부여했달까요.
헨리의 말을 들으면서 도리언은 낯선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눈을 뜬 거죠.
욕심이 나기 시작한 거죠.
혹자는, 권력을 느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제, 악마의 거래가 시작됩니다.
도리언의 소원은 이뤄졌고,
그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영원한 대신,
그의 초상화와 영혼이 늙고 추악해지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쾌락에 빠졌다가 파멸로 치닫고는 한다고 합니다.
젊음에 영원히 머물렀던 도리언 그레이는
마치 청춘들이 저지르는 실수처럼,
계속해서 자신의 욕망만 좇습니다.
순간순간의 욕망만을 따라서 행동하죠.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살인을 저지릅니다.
연속적인 악행은
사람을 무덤덤하게 만들죠.
잘못된 선택의 반복은
추악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죄는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라 감출 수가 없네. 사람들은 간혹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악에 대해 말들을 하지만 그런 건 없어. 어떤 비열한 인간이 악을 행했다면 입술 선이나 축 처진 눈꺼풀, 손 모양 같은 데에 저절로 나타나는 거지. (중략) 도리언, 자넨 순수한 밝은 얼굴, 천진난만함과 평온한 젊음이 드러나는 얼굴을 간직하고 있네. 자네를 보고 있으면 험악한 소문들을 조금도 믿을 수가 없어."
p.200
30대부터는 그 사람의 인성이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는 그렇지 않죠.
초상화가 대신 반영해주고 있을 뿐이거든요.
생각해보면, 현대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현대 기술의 발전이 꽤 대단하잖아요....
도리언 그레이들이 많은 시대입니다.
좋은 사람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인 거죠.
그를 파멸시킨 것은 그의 미모, 그가 그토록 원했던 미모와 젊음이었다.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그의 인생도 깨끗했을지 모른다. 그의 미모는 가면이고 그의 젊음은 가짜였다. 청춘 따위가 다 뭐란 말인가. 설익고 미숙한 시간, 천박한 기분과 유약한 사고에 지배받는 시기에 불과한 것을. 왜 그는 그런 청춘의 옷을 입고자 했을까? 결국 젊음이 그를 망치고 말았다.
p. 294
점점 악으로 치닫는 도리언.
그는 이제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고자 합니다.
먼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바질 홀워드를 살해합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꼈던 화가였는데 말이죠.
마지막에는 자신의 모든 악을 담고 있는 초상화를 없애고자 합니다.
누가 볼까 두려웠거든요.
초상화를 칼로 찢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