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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Jun 30. 2024

오늘도 가만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이처럼 사소한 것들]_클레이키건

1.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이라니 끌리는데?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

오웰상 수상

신형철 평론가 추천작


어쩌면 그저 '상 탄 소설'이라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작이라니.

여기에 하나 더,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는 오디오북 녹음을

그 유명한 '남도형 성우'님이 하셨다고?


이건 일단 무조건 읽고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난, 그 자리에서 오디오북을 2번 돌려 듣고 (오디오북을 종이책보다 먼저 접함)

종이책을 사서 두 번 읽었다.


이후 내 적극적인 추천으로 엄마가 읽는 중.


번역가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단어 하나도 허투로 쓴 게 없다.
시와 같이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


과연 맞는 말이다.

 

제목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가 : 클레이 키건
출판사 : 다산 책방


2. 줄거리 및 인물 소개



·빌 펄롱 : 이 책의 주요 인물
·아일린 펄롱 : 빌의 아내
·미시즈 윌슨 : 어릴적 빌을 키워준 집 주인

1980년대 평범한 한 가장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 가장은 빌 펄롱.

그는 석탄 야적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왔고,

여전히 그렇다.


그에게는 다섯명의 딸이 있고, 그의 수입을 현실적으로 영리하게 잘 굴려서 가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아내 아일린이 있다.


그는 아버지를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없었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빠 없이 임신을 하고있는 어머니를, 집주인 미시즈 윌슨은 거두어주었다. 그녀는 빌이 그녀의 대저택에서 잘 클 수 있도록 어머니를 도왔고, 빌이 결혼할 때는 지원금을 보태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고

그런 채로 살아가고 있다. '미시즈 윌슨이 사실은 빌의 어머니였다'라든가 '농장 일꾼 네드가 유독 빌과 닮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궁금증과 의혹이 뒤섞인 어떠한 감정이 나타났을테지만 그때마다 억눌러 왔다.


현재의 안락감과 행복감 가운데 느껴지는 정체모를 불안감 때문인건지, 빌은 길가의 누군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주머니 잔돈이 남아있는 법이 거의 없다.


강 건너의 수녀원은 소문이 무성한 곳이다. 누군가는 그곳 수녀들이 무시무시하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너무 헌신적이어서 다들 병이 난 곳이라고도 했다. 어쨌든 그런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빌은 그 날도 그저 석탄 배달을 간다. 그리고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몇몇 소녀들과 젊은 여자가 바닥에 엎드려서 걸레를 들고 예배당 바닥을 죽어라고 문지르고 있던 것. 그들은 빌을 보고  놀라더니 제발 자신들을 데리고 가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렸다. 수녀가 문을 열고 나오자 여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했고, 빌은 찜찜한 기분으로 대금을 받아 나온다.


심란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잘못 들어 잠시 방황 하는 펄롱. 그는 어쩐지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며칠 전 길에서 만난 아이들 얘기를 했다가 아내와 큰 의견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그 애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잖아


며칠 후, 수녀원의 석탄광에 석탄을 넣으러 간 그는 또 다시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고, 이후 자신이 편안해지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3. 역사적 배경


막달레나 세탁소(막달레나 수용소) :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영미권 국가들에서 "몸을 버린 여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한다는 표면상 이유 하에 설립된 시설들이다. 막달레나란 "개심한 창녀"의 상징인 성녀 막달레나를 의미한다. 최후의 막달레나 수용소는 1996년에 폐쇄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설립 취지나 명분과 달리, 실상은 사뭇 달랐다

학교 수업을 빼먹은 여학생도, 기차에 무임승차한 여성 도, 성당 신부나 가장의 판단에 행실이 단정치 못한, 그래서 남자를 유혹해 타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여성도 수용됐고, 심지어 강간 피해 여성도 대상이었다.

그들은 입소 직후 수녀회가 부여한 새 이름과 식별 번 호로 불리며 감옥과 다름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머리 를 깎고 수용복을 입고 침묵의 계율을 준수하며 대화도 삼가야 했다. 가족 방문도 수녀 입회하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됐고, 편지도 원칙적으로 금지였다.

그들은 아침 5 시에 일어나 미사와 식사를 마친 뒤 주 6일 하루 10~1 2시간씩 세탁과 다림질, 세탁물 포장, 바느질, 자수 등 의 강제노동에 임금 없이 동원됐다. 고객은 기업체와 종교시설, 정부부처와 군대, 병원, 학교, 교도소, 의회 등 다양했다.

만일 통제에 저항하거나 규율을 어기면 굶거나 독방에 감금 당했고, 장시간 무릎 끓기와 삭발 등 처벌 외에 언어 폭력과 구타도 빈번했다.

그들은, 10 대 소녀들도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드물게 벽을 넘거나 세탁물 수거차량에 숨어 탈출하는 이들도 있었 지만 대부분 경찰에 의해 다시 끌려왔고, 가혹한 처벌 을 받은 뒤 수녀회가 운영하는 다른 지역 세탁소로 옮 겨졌다.

한 세탁소 생존자(Mary Norris)는 "감옥보다 못했다. 감옥에선 형량을 아니까 언제 나갈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사 인터뷰 중

출처 : https://v.daum.net/v/20221017043145884


4. 가만한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어쩌면 이 소설은 사소한 것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가 보내는 편지다.


처음에 일침이라고 적었다가, 이내 지우고 편지로 정정했다. 저자는 그 누구에게도 대놓고 비난 비판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인 사건을 기반으로 쓰인 이 소설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일상 자체가 전투인, 힘겨운 소시민들을 보여주며 그들이 그럴 수 있다고 함께 끄덕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깊은 내면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리에 꾸준히 불편함을 느끼는 빌 펄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결국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동안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를 보인다.


동시에 그가 처음이 아니었음도 나타낸다.

빌 펄롱이 내면의 불편함을 느껴왔던 이유는 미시즈 윌슨이 가족조차 외면한, 남편 없는 임산부였던 어머니를 받아주었고, 자신과 어머니를 끝까지 보살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의 따뜻한 행동이 그저 그렇게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를 보고 영향을 받으며 또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도 있다는 것. 그게 바로 평범한 인간이 가진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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