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Aug 06. 2019

05. 마음의 속도가 생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_김정운

운전자는 거의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가는 길을 알며, 일어날 상황에 대해 몸이 미리 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자주 멀미한다. 미리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멀미 증상은 귀와 눈에서 각각 뇌로 전달한 움직임이 모순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통증들을 이에 빗대어 얘기한다. 


신경쇠약


쉽게 피로하고, 쉽게 자극에 반응하고, 정신적 불안정, 집중 곤란, 불면, 두통 등 기타 여러 가지 자율신경증상을 주증상으로 하는 신경증과 같은 장애.

-출처: 영양학 사전


신경쇠약은 언제부터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유럽에서였다고 한다. 원인은 정확하고 대중화된 시계라고. 게다가 전기, 전신, 기차의 발명으로 인해 생활의 속도는 감당할 수 없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유럽 지식인 사회에 느닷없이 무기력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13년, 정신과 의사들은 이를 신경쇠약이라고 공식적인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유행병처럼 번져나갔다.


저자는 신경쇠약빨라진 생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생긴 심리적 부적응 현상이었다고 얘기한다. 마음의 속도가 생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정신질환이라는 것.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신경쇠약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 

- 출처: 시사상식사전(박문각)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류는 또다시 속도 부적응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가 진단한 원인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매개되는 생활 속도는 가히 멀미가 날 만하기 때문이다. 그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 번아웃 증후군이다.


'번아웃'이라는 용어 자체는 1980년대에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즈음에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27일, 세계 보건기구(WHO)제11차 국제 질병 표준분류기준에서 번아웃 증후군'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개념화한 증후군'으로 정의하면서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정식 판단 내렸다. 


WHO가 제시한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이 주제가 대두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참혹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OECD 2위(1위는 멕시코)이며, 직장인의 약 85퍼센트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드러난 것.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 등, 여유 있는 삶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현재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 중에 있다(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은 2021년부터/ 50인 이상 기업은 2020년부터). 


아마도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던 그 속도에 금세 적응할 것이고, 또 다른 변화에 힘들어하는 반복을 거듭할 것이다. 그 반복의 흐름 속에는 나도 있겠지만. 






덧. 흥미로운 사실


대략 10년마다 정신질환의 기준이 새롭게 규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기준은 대부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정신장애 진단 분류 체계(DSM; Diagm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있다고. 가장 최근 버전은 2013년에 다섯 번째로 개정된 DSM-5. 또한 정신질환의 적지 않은 경우가 문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정신장애는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리 규정된다는 것DSM-4에는 'hwa-byung'이라는 정신질환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는 한국의 '화병'을 한글 발음 그대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설명은 '분노의 억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후군'. 영어 번역은 '분노 증후군 anger syndrome'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일본의 '아사세 콤플렉스'라는 문화적 핑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