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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Aug 03. 2019

04. 일본의 '아사세 콤플렉스'라는 문화적 핑계.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_김정운

최근 시국은 한창 '보이콧 일본'다. 일본에 대한 분노의 역사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8월 2일 자로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다시 말해서,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는 나라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 수출하기 힘들도록 내몬 셈이다.


마침 8월 2일 오전에 영어 회화 과외가 있었다.(내 생계 수단°v°!) 추가적인 자료를 찾을 겸 영문 기사를 뒤적거리는데 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Tokyo must not cross the Rubicon."


백색국가 제외 결정 나기 전이었다. 그리고 대략 한시간 뒤, 도쿄는 루비콘 강을 건넜더랬다.



사실 일본과 독일은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점에서 그 양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과거를 대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일본이 독일의 반만 닮아줬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2001년 5월 22일자. 43판 2면


"전쟁의 책임이 이전 세대에 있다 하더라도
독일 국민이 집단책임에서 면책될 수는 없다."

-리하르트 바히츠체커 대통령(1985)


"어떤 민족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마주하고,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누구보다 아직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게 독일은 이러한 의무를 지고 있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2000)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통일된 독일의 첫 연방총리였다. 그는 전쟁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죄하고 기억하며 이를 미래세대에게도 전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과거에 대한 기억 없이는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통일된 독일이 다시금 거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2000년, 그들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이름의 재단을 세웠다. 독일 연방정부 그리고 6,000개가 넘는 독일 기업들이 각각 100억 독일 마르크(약 6조 원)를 제공해 립한 공법적 재단법인이었다. 이 재단은 2007년까지 100개국이 넘는 나라들의 1700만의 강제노동자들에 대해 배상을 했다. 2007년, 재단은 공식적 보상금 지급을 종료했지만 여전히 화해를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의 로고

다음은 독일의회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 설립 결의문 전문 중 발췌▼

(2000.07.04)

독일의회는 다음을 결의하고자 한다. 

독일의회는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재단을 설립하는 법안을 통해, 그 동안 방기해오던 독일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이제나마 다하게 되었다. 곧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한 부분인 노예 및 강제 노동자에 대한 불법행위, 징용, 학대 그리고 착취를 반성하게 된 것이다.  

이 미래기금의 재원은 향후 몇 년간 반드시 일차적으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당대의 증언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젊은이들의 교환, 화해, 민족 간의 이해, 인권존중,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한 프로그램에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이 미래기금의 재원은 연방정부와 독일기업이 출연하는 비용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이들 공공기관이 지원한 조치들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재단이사회는 미래기금의 사업을 위해 독자적인 위원회의 구성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검토해주기 바란다.  

[출처] 독일의회<기억책임그리고미래>재단설립결의문(00.7.4)|작성자 1930song



저자는 오늘날의 끊임없이 사과하는 독일이 가능했고, 그에 반해 너무 다른 일본의 태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다. 핵심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조금은 실망스럽게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아버지에 대한 아들 오이디푸스의 투쟁은 아버지에 대한 상징적 살해로 완성된다.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하면 변화는 없다. 아들을 위한 세계도 없다는 뜻.


독일의 전후 세대는 나치 시대의 부모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주말마다 TV에서 틀어대는 할리우드식 전쟁 영화에서 그들의 부모들은 연합군에 의해 처절하게 살해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살해하는 연합군 편이다. 끊임없는 상징적 친부 살해다. 이 고통스러운 독일의 오이디푸스적 자기부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유럽이 가능했던 것이다.

반면에 일본의 정신분석학자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자체를 부정한다. 일본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감히 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일본의 1세대 정신분석학자 고사와 헤이 사쿠(1897-1968)는 대안으로 '아사세 콤플렉스'를 주장한다.  

_p. 198

나참, 감히 아버지(과거)를 극복하거나 마주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문화라니. 그런 문화의 나라에서 어쩜 바로 옆 나라에게는 너무도 거리낌이 없다.


[아사세 콤플렉스]

'아사세'란 '태어나기 전부터 원한을 가진 아이'라는 뜻.
참회와 어머니의 자비가 핵심 요인.
참회하고 석가의 가르침에 따르는 새로운 삶을 사는 것. 여기서 아버지는 갈등의 플롯에서 아예 벗어난 존재.



나치 시대 부모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독일의 전후 세대들. 그들에게는 오이디푸스적 자기부정이 있었다. 반면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일본의 아버지(과거)는 아들들이 감히 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아사세 콤플렉스'라는 대안을 주장한다. 결국 일본은 영원히 아버지(과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혹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든지.


일본의 최근 행보로 이어진 원인은 결국 강제징용 관련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2018년 10월)에 대한 인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사과보다는, 반복해서 버티다가 무역 보복이라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 비해 막대한 경제 강국이.

 

차라리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경제 및 기술 독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되기를.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 중 발췌(2019.08.02)▼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 보복입니다.

일본의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도 그래 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춰 선다면, 영원히 산을 넘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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