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저급하게 가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작문] 키워드: 올리브, 도쿄

성경에 의하면 최초의 심판은 물이었다. 홍수를 일으킨 끝없던 비가 그치고, 노아는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낸다. 지상의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비둘기는 올리브 가지를 물어오고, 이를 보며 노아는 땅의 물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짐작한다. 이 사례는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유래이기도 하다. 사물이나 동물, 그리고 심지어는 숫자까지도 특정 이미지를 가진 경우들이 많다. 그 이미지는 억지로 부여됐다기보다는, 우연한 이유나 문화적 배경으로 부여된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에 나라별로 차이가 생기기도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너무도 귀한 숫자로 대접받는다. 중국어로 8의 발음은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 ‘파차이’의 ‘파’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관련이 없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숫자 8은 전혀 특별한 숫자가 아니다. 숫자 4는 국내에서도 중국에서도 기피당하는 숫자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숫자 4를 길한 숫자로 여겼다. 인간의 일과 생활에 관련된 곳에 많이 사용했다. 생년월일을 말하는 사주(四柱), 팔과 다리를 일컫는 사지(四肢), 매란국죽의 사군자(四君子) 등 숫자 4를 중요한 의미에 사용한 예는 상당히 많다. 우리가 4를 기피 하기 시작한 것은 한자를 쓰면서 나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대에 따른 인식 변화다.



각 나라나 도시에 대해서도 이미지가 존재한다. 태양의 나라 멕시코, 자유와 토론의 나라 프랑스, 신사의 나라 영국 등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역사 속 선조들이 만들었고, 남은 후손들이 수정하거나 유지해오고 있다. 자동차로 대표되기도 하는 독일은 대표적인 전범 국가이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일으킨 나치의 국가로,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끔찍한 역사와 아픔을 기록해놓은 주범이다. 하지만 그만큼 선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손들이 끊임없이 사과하며 배상하고 있는 국가다. 자신들의 역사박물관에 부끄러운 행적을 기록해 놓고 끊임없이 후손들에게 알려주며, 스스로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나라이기에 본받을 점이 없지 않다. 특히 2000년에는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성립해 6000개가 넘는 독일 기업들과 독일 연방 재단이 함께 피해 국가와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나갔다.



반면에 일본은 어떨까. 주위를 둘러보면 인기 많은 필기구가 주로 일제와 독일제인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독일과 비슷한 양상으로 기술 분야에서 명성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두 국가는 정도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모두 전범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은 그 사과 정도가 달랐다. 일본 내 역사 교과서에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기록되는 등의 왜곡이 일어나거나 편집이 되기도 했다. 피해 국가인 우리나라와 지금까지도 문제 해결을 이루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다. 매듭을 짓지 못했던 문제점이 극에 달한 것이 오늘날의 보이콧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대법원 강제징용에 대한 보복 결정이라고 판단해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전례 없는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이어서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보이콧은 다른 문제다. 올림픽을 불매운동의 연장선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정치와 스포츠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올림픽에서 한 선수는 자신의 정치적 행위로 인해 자칫 메달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올림픽 보이콧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만약 선수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보이콧을 외치고자 한 것이라면 이는 IOC에 정식으로 제기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한 걱정은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경제 독립을 제대로 마주해 고민해보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세계인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ANGER(화)가 많으면 DANGER(위험) 해진다고 했다, 조금은 냉철하게 생각해볼 때다. 지난 미국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뛰어난 연설로 인해 진정한 승리자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의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그들이 저급하게 가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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