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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Aug 27. 2019

공정한 언론이란 무엇일까.

"언론이 공정하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만난 한 지인의 질문이었다. 

꽤나 무겁기도 그리고 날카롭기도 한 질문.


"언론이 왜 꼭 공정해야 해? 사람을 거쳤다는 건, 이미 누군가의 의견을 거쳤다는 뜻이야. 다만 팩트만을 나열했는지 진실을 말했는지가 중요하지."

생각도 거치지 않고 답변을 했다.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고, 수없이 생각해 온 답변이기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내가 했던 답변을 곱씹어봤다. 


제12회 미디어 어워즈 (2018.11)


공정하다:  공평하고 올바르다 _표준국어대사전



'공정성'이란 무엇일까.

 


"언론이 왜 꼭 공정해야 해?"라고 얘기했던 부분에서의 '공정'객관성을 의미했다.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의 자세를 지키는 균형적인 자세. 하지만 언론이 꼭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진실에 근거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첫째로 '객관성'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만을 나열한 정보 전달식 기사, 여야나 강자와 약자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관점도 없는 언론이라면 그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기능은 이미 SNS에서도 잘 해내고 있다.  

둘째로는 그들이 이슈에 순서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객관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신문에는 1면에 실리는 기사가 있고, 8면에 실리는 기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뉴스에는 첫 번째 이슈로 다뤄지는 기사가 있고, 마지막 이슈로 다뤄지는 기사가 있다. 그러한 순서 또한 그 언론사의 의견 반영이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언론은 100% 순정의 객관도를 유지할 수 없다. 


"진실을 말했는지가 중요하지"라는 부분에서는 사실성진실성을 언급하고 싶었다. 


눈길을 끄는 팩트를 나열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언론들을 다수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기는 했다. 틀린 정보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정말 여론이 알아야 할 것은 그 정보가 아닌데. 

예를 들어서 컵 속에 든 액체가 물인지 농약인지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슈인데, 몇몇 나쁜 언론에서는 그 액체를 담은 컵이 어느 브랜드인지를 보도한기에 바쁘다. 액체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다른 팩트들을 나열하는 셈이다. 


대답에 많은 내용을 담았지만 속이 시원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공정성'에 대한 의견 확립이 없다는 것. 그래서 여전히 논란도 많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영국: "적절한 불편 부당성"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는 적절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들은 이 개념을 통해 공정성의 기준을 마련한다. 물론 이들의 '공정성'역사도 끊임없이 변해왔다. 


영국은 한때 '논쟁적인 사안 보도 금지 원칙'에 따라서 방송이 논쟁적 사안에 대해 다루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이후 BBC 초대 국장과 언론인들의 요구로 논쟁적 사안도 다루게 되었지만 대신 기계적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이때 처음 등장한 것이 '불편 부당성'개념이다. 정당 간 균형과 보도 내용의 가치판단 배제에 가까운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BBC는 몇 년 후 기계적 중립이 곧 공정성이라는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 1926년 영국의 200만 명 총파업이 촉진제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들은 산술적인 균형이 아닌, '영국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좇는 것'이 공정성이라는 답을 얻고 1954년 영국은 이를 법제화하게 된다. ('수학적 균형을 맞춘다고 해서 반드시 불편부당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_BBC 채택 가이드라인. 1996) 1954년 상업방송인 '독립방송네트워크'에 대한 규제를 위해 제정된 방송법에 방송뉴스는 적절하고 정확하며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조항이 제시되면서 법적개념으로 등장했다. '적절한 불편부당성'은 생산자의 의도가 투영되어있는 상대적인 중립성을 의미한다.


'적절한 불편부당성'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합의하고 있는 가치체계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는 역사와 사회구조를 반영하는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_1996. 영국 칙허장에 최초 명시


동시에 이들은 논쟁적인 주요 사안들을 다룰 때에는 다양성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일정 범위의 견해와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밝힌다. 


1956년 수에즈 운하로 이집트와 영국이 갈등하고 대립할 시
bbc는 정부 편들지 않고 이집트와 협상하라는 야당 의견도 균형 있게 보도.
정부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음.

1970년 IRA와 관련한 보도에서 IRA의 홍보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 받음.

1986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틀랜드 전쟁에서도 아군 대 적군의 싸움이라고 규정짓지 않고 중립적인 논조로 보도

2003년 토니 블레어의 이라크전 개입 결정을 거칠게 비판


사회고발, 사회비판, 탐사보도처럼 도덕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경우는 균형보도가 기대한 목적을 막는다. 또한 애초에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사안이나 쟁점은 공정성 부과 대상에서 벗어 난다. 


영국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 1위는 군대이며 2위는 BBC라고 한다. 

그 바탕에는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KBS의 공정성 원칙]

*시청자가 특정한 사안을 편견 없이 올바로 이해하도록 어느 한편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된 시각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권력에 대한 맹종 또는 맹목적인 비판, 작고 힘없는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배려나 무관심은 모두 유의해야 할 태도다. 

*의도적인 누락이나 위장, 앵글의 조작, 디지털 효과 등 교묘한 방법으로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정성'에 대해 확립된 의견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방송이 공론장으로서 기능을 잘해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뿐 아니라 공익성독립성까지 모두 핵심적인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 언론이 해야 하는 것은 특정 사안과 관련한 모든 이해당사자에 대해 공정해야 함이다. 


뉴스에서는 시청자들이 듣고 나서 판단할 수 있도록 양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힘써야 하며, 

언론이 관점을 취해야 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그 관점에 이익집단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건설사들이 주주인 언론사들에서 이러한 핵심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행태가 몇몇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기사 배치와, 여론 몰이가 그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건설사들이 그들의 재력으로 언론사들을 입수하고자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의 언론은 더 이상 공정성도 공익성도 독립성도 보장받지 못한다. 언론이라고 불릴 수는 있는 걸까. 




"공정성"에 대한 의미 확립은 뚜렷하게 되지 않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시청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양측의 의견과 근거를 모두 제시할 것. 

프로그램 특성상 관점을 취한 경우 그 관점은 정당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이익집단의 개입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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